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온 영어강사이거나 국제적인 비즈니스맨 또는 외국인 노동자와 교환학생 등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도 한국에 오는 또 다른 부류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교포라 불리는 이민 간 한국인들의 자녀이다.
세계에서 한국인 소수그룹은 약 7백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주로 외국에서 생활하는 해외동포나 중국의 연변족 및 미주지역과 일본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이다. 독일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특히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약 2만 여명의 한국인 간호사와 광부들이 독일로 몰려왔다. 이들은 헌신적이고 젊은 한국여성들로서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며, 독일 병원에서 부족한 간호인력난을 충당해 주었다. 이들은 대단히 적극적이고 조직적이었던 탓에 '머나먼 서방'에서도 금방 자립할 수 있었다. 비록 독일 정부는 1980년대 중반 이들의 노동계약 연장을 거부했지만, 이들 간호사들은 투쟁 끝에 결국 1977년 영주권을 획득해 냈다. 대부분의 간호사 여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인 남편과 결혼했다. 이들이 2008년 11월에 열린 제 3차 사회통합 협의회에서 '사회통합의 모범생'들로 칭송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3차 회의에는 메르켈 총리도 참석했다.
하지만 약 8천명에 이르는 한국인 광부들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교육수준이 높았던 중산층으로서 자신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힘든 육체노동을 해야 했지만, 그들은 이를 독일 진입을 위한 전환기 직업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이들의 사회적 통합은 몇 배나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진행되었다. 따라서 1980년 한국인 광부 가운데 90퍼센트가 한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간호사와 결혼해서 더 나은 직업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독일에 계속 머물렀다.
이들이 바로 독일의 제 2세대 한국인의 부모가 되었다. 현재 대부분 20세를 넘긴 이들의 자녀는 평균 이상의 교육수준을 갖추었고,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주류사회에 편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교성적이나 문화적인 융화가 성공적 사회통합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비록 이들 한국계 독일인은 이민자 세대가 아니지만, 상이한 여러 구조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독자적인 문화 정체성을 갖추고, 부모 세대의 사고방식을 독일적 행동양식과 잘 결합시켰다. 이는 특히 부모 모두가 한국인인 자녀의 경우 잘 드러난다. 하지만 혼혈인 경우에도 경계인으로 머무르게 되는데, 이들은 '독일어를 정말 잘 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것이 칭찬이 아닌, 자신이 독일 사회에 완전히 속해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계기가 된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자연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과 같이 행동하고 되도록 눈에 띄는 행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청소년 시기의 과제는 결국 자아상을 형성하고 공동체 내에서의 사회적인 역할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모와는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가치관 형성을 시도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인 부모를 둔 청소년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해 자주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또 다른' 측면이 이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독일인 아버지와 간호사 출신의 한국인 어머니를 둔 많은 자녀들은 가정에서 한 가지 언어로 교육된다. 그러는 편이 자신의 어머니가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이들은 독일인으로 자라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독일인이다. 하지만 벌써 1천 5백만 명이라는 외국인 이민자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자녀가 어떠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어떠한 장벽을 느끼며 고민하게 될 지를 과연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일까? 한국계 독일인들은 많은 경우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마치고 나면 자신이 그때까지 전혀 몰랐던 '제 2의 고향'에서 어느 정도 지내보기를 원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겪고 나면 자신의 가치관과 습관이 그 때까지 얼마나 독일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틴 현(Martin Hyun)은 한국인 부모를 가진 독일 작가로서 그는 자신의 소설 소리 없는 긍정, 무언의 부정을 통해 '제 2세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는 '소리 없는'이라는 의미를 독일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게 된 한국인 노동자와 결부시킨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는 부모 세대만큼 소극적이지는 않다. 그들은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문화적인 정체성을 고민한다. -그들은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러한 과정에 참여토록 한다. 매년 개최되는 문화 카니발(Karneval der Kulturen)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베를린 한인협회를 중심으로 무용 및 북 단체가 참가한다. 또 다른 예인 김보성은 독일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민속학을 전공한 예술가인데, 음악축제에서 그녀가 자신의 앙상블 ~수(Su) 와 함께 연주하는 것을 보면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혼합적인 예술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책을 통한 방법도 있다. 한국계 독일인 모임인 코리엔타치온(korientation) 에서는 다양한 서적을 출판하고 있는데, 특히 독일의 이민정책의 근본을 탐구하면서 한국계 독일인의 관점을 강조하는 텍스트가 주를 이룬다.
한국계 독일인의 이러한 상황은 오직 독일, 유럽 및 북미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그들의 자녀에게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전 세계적인 현상의 일부로서 해석될 수 있다. 학자들은 글로벌화와 관련해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세계적인 현상과 더불어 혼합 정체성을 위한 교육에 주시하고 있다. 오늘날 21세기 시대에 독일인, 반 한국인 또는 한국계 독일인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각자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한독일문화원
사진 © schemmi / PIXEL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