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클래식 음악의 현황
독일이 '음악의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독일의 문화적 유산과 전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오케스트라, 합창단, 오페라 하우스와 연주회장, 페스티벌, 다양한 음악 교육 과정 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계속 가꾸어 나갈 때에만 유지가 가능하다.
독일은 작가와 사상가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데, 여기에는 음악가들도 포함된다. 헨델, 바흐, 베토벤, 브람스, 슈만, 슈츠, 바그너, 힌데미트, 바일과 슈톡하우젠 등 시대를 막론하고 독일은 늘 세계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음악가를 배출하였다. 이에 필적할 수 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정도 뿐이다. 물론 자칭 '최상급'이 진정한 최상급인가는 의문시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정신적인 작업에 대한 평가는 막무가내식의 애국주의자들에 의해 자국의 국경을 넘어서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중유럽의 정신적 중심으로서 늘 최고의 패를 손에 들고 있었다. 독일은 늘 인구밀도가 높았고 다수의 대도시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음악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독일에 체류하기 시작했고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을 하기도 했다. 왕과 군주들의 성에는 늘 작곡가들의 작품이 넘쳐났고 교회도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 때 음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도 스스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한 국가의 역사는 그 나라의 음악사를 통해 읽혀질 수 있으며, 민주주의는 (늘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오케스트라 총보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풍부한 문화 컨텐츠와 빡빡한 재정
독일에서 문화는 언제나 지방분권적이었고 연방정부의 소관이 아니었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문화 행정을 담당하는 주체는 시, 지자체, 연방주에 분산되어 있다. 독일에는 130 여개의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그러니 국가가 이를 전적으로 담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구조는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 대도시가 많지 않은 헤센이나 바이에른 등의 연방주에서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반면 고속도로 나들목 네 개 중 한 곳마다 오페라하우스, 연주회장, 오케스트라, 수많은 합창단과 축제가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 같은 연방주는 사정이 다르다. 외부의 방문객들에게 정치가들은 자랑스럽게 풍부한 문화생활의 가능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얼마 되지 않는 재원을 분배할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정부가 문화에 대한 임무를 도외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미국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 문화에 대한 임무를 단순히 현대 민주주의의 의무로 한정하려는 태도에서는 문화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공히 한 지자체의 매력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사실이 종종 망각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오페라만 감상하지 않고 같은 날 저녁 외식도 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며 그 전에 양복을 새로 사거나 새로 검은 정장을 장만하기도 한다. 또 젊은 부부라면 이주할 때 음악학교가 있는 도시를 선호한다. 단 이사할 때에는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소리소문없이 음악수업을 폐지한 학교들도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전문 음악가들이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보니 후학 양성도 활발하다. 독일에는 음악학교와 음악대학의 밀도가 높다. 독일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 때문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곧 이러한 국적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된다. 중국, 우즈베키스탄, 페루, 시리아에서 독일로 유학오는 사람은 당연히 위대한 거장의 아우라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리고 독일의 장인정신이 세계에 선포하는 원칙들에 의거하여 음악을 배우고 싶어한다. 근면성, 철저함, 규율, 전통은 비단 독일 축구의 근간일 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통하는 원칙이다.
활기찬 음악 산업
예술과 예술 배우기를 중심으로 음악 산업을 먹여살리고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다수의 에이전시들이 솔리스트, 실내악 연주가, 지휘자, 성악가 등과 같이 크고 작은 무대를 위한 아티스트들을 공급한다. 또 다수의 출판사들이 음악가들이 연주할 수 있는 악보를 출판하고 다수의 악기제작사들은 이들이 연주할 악기를 만들어낸다. '예술가 사회기금'과 '음악연주 및 기계적 복사권 협회(GEMA)'는 예술가들의 적절한 보수를 위해 노력한다. 또 음악이 연주되기 위해서는 분위기 있는 연주회장도 필요하다. 독일의 대도시에는 최근 2,30년 동안 예외없이 새로운 연주회장이 건설되었다. 이와 비교하면 50년밖에 되지 않은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은 마치 고대의 원형극장 같이 보인다.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건물은 바벨탑을 연상시키며, 도시 전체가 이 건물을 기점으로 둘로 나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은 모든 이의 모든 희망을 실현시켜줄 듯 하다. 이 엄청난 건물을 위한 납세자의 부담은 현재로서는 수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지난 몇십 년 동안 독일 음악 산업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요구와 재원조달 가능성 사이에 깊은 골이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또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의 결별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래식 공연에 관한 일간지의 음악비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작가와 사상가의 나라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클래식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독일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환자 취급을 받고 있는 클래식 음악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은 너무나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학과 철학, 교회음악을 전공하였다.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합창단지휘, 오케스트라 레퍼터리 및 해석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저작권: Goethe-Institut e. V., 온라인 편집국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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