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관점을 찾아서 - 연극 속의 컴퓨터 게임

가상의 게임세계에 대한 의심이 사라진다. 연극계가 점점 더 컴퓨터 게임과 양방향성 미디어 포맷을 다루며, 이를 무대 위에 접목시키고 있다. 새로운 양방향성 미디어의 만남에 대한 시선.
새로운 매체가 연극에 접목되는 과정은 서서히 이뤄진다. 에르빈 피스카토르(Erwin Piscator)가 이미1920년대 사용하던 고정 영화장면 삽입에서 이동식 핸드 카메라를 연극에 사용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그리고 영국 연출가 케이티 미첼(Katie Mitchell)의 작품과 최근2009년 쾰른 샤우슈필에서 공연된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리퀘스트 콘서트 (Wunschkonzert)', 2010년 베를린 샤우뷔네(Berliner Schaubühne)에서 공연된 스트린드베리의 '율리에 아가씨'에서 사용된 라이브 영화제작 등의 기술이 연극에 나타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대 위의 스크린에 영화와 같이 재현되는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사운드 디자이너, 손모델, 카메라맨, 배우들은 무대 위의 촬영 세트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로써 연극이 영화의 요소를 보여주는지, 혹은 영화가 연극의 요소를 보여주는지 구분되지 않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장르가 탄생했다.
게임보이(Gameboys)를 가진 젊은이들
발전도의 측면을 고려해볼 때, 연극 및 컴퓨터 게임과 같은 양방향 미디어의 접목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특히 청소년 연극의 몇몇 장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컴퓨터 게임을 주제로 다뤄왔다. 일반적 슈팅게임이나 일인칭 슈팅게임(FPS)은 총기 난사극의 극적 구성요소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주제의 접근은 대게 미디어의 부재를 통해 나타났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게이머(Jungs mit Gameboys)를 볼 뿐이며, 게임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비디오 화면은 때때로 외부의 화면을 삽입한다. 2007년 올덴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안나 베르크만(Anna Bergmann)이 세라 무어 윌리엄스의 청소년극 '크래쉬(Crash)'를 상연했을 당시에 킥복싱 게임 '모탈 컴뱃(Mortal Combat)'의 장면들을 삽입하여 시각적인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와 같은 장면의 모사는 새로운 미디어의 고유논리인 양방향적인 특성을 부인한다. 게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담론을 바라보기 위해서 사람들은 게임을 생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청소년 연극에서의 초기 다중매체적 만남은 다양한 게임의 행위 가능성을 모색해 보지도 않은 채, 특히1990년대 당시 게임과 관련하여 고조되었던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논쟁에 치우쳤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안의 영웅
무엇보다 스칸디나비아와 미국에서 학문적으로 시작되어 21세기에 들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은 게임연구를 통해 담론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그 동안 게임의 양방향적 구조는 면밀하게 연구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연극무대에서는 컴퓨터게임의 새로운 시도와 관련된 차별화된 접목방법이 점점 더 나타나고 있다.
2008년에 로저 본토벨(Roger Vontobel)은 'Mixed World Production'을 보여주기 위해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초기작품인 '헬게란트의 전사(Helden auf Helgeland)'를 공연했다. 소셜 네트워크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속에서 본토벨은 가상현실 속에 북유럽의 영웅전설을 전개시켰다. 무대배경 속 스크린 위에는 게임의 캐릭터들이 눈으로 덮인 헬게란트란 섬으로 향해 날아간다. 캐릭터를 조종하는 배우들은 무대 위의 책상에 앉아 있다. 배우들은 입센의 텍스트를 들려주고, 디지털화된 캐릭터들은 어설프게 춤이나, 칼 휘두르기 등을 보여준다.
이는 컴퓨터 게임과 연극을 둘 다 살리지 못한 3차원 입체 삽화가 가미된 오디오극이다. 결국 애니메이션 기술적 시도는 곧 끝나고, 화면상의 인물들이 영웅들이 있는 장소에 다다르면(이는 실제 무대공간과 동일하게 꾸며져 있으며, 책상도 설치되어 있음), 배우들은 잽싸게 상황을 넘겨받아 극을 전개시킨다. 극은 종래의 연극적 전개로 끝마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작품에서 나타난 모습들은 혼재된 세계가 아니다. 컴퓨터 영역은 단지 시각적으로 이목을 끄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공연은 희곡적 인식을 전달한다. 바로 명예와 추진력과 같은 원시적 가치의 단순함을 지닌 옛날 영웅 서사시가 오늘날 가상의 공동체와 롤 플레잉(roll playing)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서사시의 수준
이러한 관점은 현재까지 게임문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극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2007년 작품 '다음 레벨의 파르치팔(Next Level Prazival)'에서 팀 슈타펠은(Tim Staffel)은 아서왕 전설 중 '파르치팔 신화'를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와 같은 온라인 롤플레잉 구조와 결합시켰다. 작품 속에서 청소년들은 게임 캐릭터를 통해 모험을 떠나고, 게이머들 간에 서로 관심을 끌며, 이를 통해 가상의 기사나라에서 높은 계급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해주는 미덕점수나 경험치를 얻기 위해 랜파티를 통해서 만난다.
작품 속에서는 두 개의 영역이 나타난다. 게이머들은 외부에서 키보드를 통해 청소년 연극에서 다루는 문제들을(성, 차이, 학교 스트레스 등) 논의한다. 게임공간 내부에서 캐릭터들은 동맹, 연인에 대한 봉사 포인트 그리고 전투 성과를 위해 싸운다. 이와 같은 영역의 분리는 바보스런 전사 파르치팔이 비 플레잉 캐릭터(non playing character)로 등장하여, 상급 기사들을 무찌르고 게임의 뚜렷한 좌표가 위태로울 때까지 지속된다. 이 이상한 전사는 바이러스나 새로운 도전과제(Next Level)와 같은 존재인가? 적어도 파르치팔의 등장은 새로운 창조적 관계형태가 나타나게 한다. 그것은 게이머들이 기약 없이 파르치팔과 싸우기 보다는 이 전사를 자신의 무리 속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슈타펠은 단지 은밀하게 낯선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제 방법만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슈타펠은 이 상황 속에서 가상의 관계들이 문제해결 방법을 안전하게 시험해 볼 수 있는 실험상황으로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만약 한정된 행위범위인 아이들의 인트라넷 파티가 인터넷으로 개방된다면, 아이들의 게임은 혼란 속에서 붕괴될 것이고, 행위범위의 관계는 희미해질 것이라며 슈타펠은 현실과 가상의 행위범위의 관계가 사라질 때 나타나는 위협을 보여준다.
가상세계 속 거주
슈타펠의 작품에는 아직 '제 4의 벽(객석을 향한 벽)'을 가진 고전적인 무대상황이 나타난다. 이 무대상황은 그 자체로서는 양방향적 성격을 지니지 않으면서도 상호행위적 현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가 바로 야외 무대에서 선호되는 양방향적 연극(Interaktionstheater)이다. 극단 갓츠엔터테인먼트(God's Entertainment)는 작품 '파이트 클럽 - 진정한 철권(2006년 디테아터극장 상연, 오늘날 브룻 빈 극장)에서 격투게임인 '철권'을 모방하기 위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연기자들을 조종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비록 가상의 폭력도 폭력이라는 것을 배우고, 연기자의 고통에서 우리가 조종기를 통해 고통스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느낌을 받도록 함으로써 윤리적인 측면을 깨우쳐주는 효과도 있다.
이 같은 실험조건보다 더 복잡한 것이 바로 오스트리아-덴마크 퍼포먼스 그룹인 시그나(SIGNA)가 만들어낸 세계다. 2007년 쾰른 샤우슈필극장이 제작한 작품 '마르타 루빈의 현상(Die Erscheinungen der Martha Rubin)'에서 관객들은 고풍스런 한 마을을 방문하고, 그곳의 사람(배우) 들을 사귀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들이 벌이는 의식에 참여한다. 이곳은 바로 현실이 되어버린 '세컨트 라이프(Second Life)'로 많은 관객들은 현실과 같은 편안함 때문에 가상의 사회적인 지성을 가꾸는 공간 (공연장)에서 며칠 동안 머물기도 한다.
이 같은 포맷의 발전 가능성을 위해 컴퓨터 게임이론을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형태 자체만으로 관심을 얻기 원치 않는 인공적인 세계는 수수께끼와 창조적인 도전을 필요로 한다. 이 세계를 방문하는 활동적인 방문자가 이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는 행위의 자유(주선적 요소)와 방문자에게 의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이끄는 이야기(서술적 요소)와 같은 문제구조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게임이론가 마이클 마티스(Michael Mateas)는 주관적인 인풋(Inputs)에 가장 개방되어 있는 매력적인 지점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말했다. 발전된 양방향적 연극은 바로 '스위트 스폿'을 지향한다.
인터넷 포탈 www.nachtkritik.de, Theaterkritiker für Theater heute, die Berliner Zeitung, die Märkische Allgemeine Zeitung 편집자
저작권: 괴테-인스티투트, 온라인 편집국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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