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글

불협화음의 하모니
아시아의 상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



‘불협화음의 하모니’는 예술적·지적 연구를 통해 아시아의 현황을 재검토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로 독일문화원이 초빙한 큐레이터 팀이 공동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출신의 네 명의 큐레이터들은 향후 2년간 전개시킬 전시 프로젝트의 비판적 개념틀과 이를 실제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해왔다.

아시아라는 개념은 원래 유럽에 기원을 둔 구성물로, 결코 경제적, 정치적 혹은 문화적 통일체가 아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일시적으로 모인 큐레이터 팀이 합의한 가장 기본적인 합의 중의 하나는 아시아가 응집된 정치적/문화적 공동체가 아니며, 아시아 국가들은 통일된 정치 연합이 출현할 만한 공동의 지평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유럽연합이라는 선례는 아시아의 공존 모델에 참고가 되지 못한다. 통일된 아시아 공동체를 가능케 하는 이데올로기적 토대나 행정조직도 없다. 아시아에 보다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정치적 조화(공감)와 (국가 간의) 연대보다는 각 나라 간에 존재하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차이다.

우리는 아시아에서의 이데올로기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각국이 국민국가로 형성되는데 그 이데올로기들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사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조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구소련이 행한 아시아의 분할 조치와 더불어 일부 지역의 분할이 해당 지역에서의 우세한 이데올로기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가정을 전제할 것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 사이의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적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라는 개념의 타당성은 아시아 각국 간의 세력 관계, 각 나라들이 이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는 정도, 각국의 지정학적 야심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아시아는 지리학적 개념이 아니고 정치적 가설이자 구성물이다. 아시아 각국과 그 지도층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상상에 따라 아시아에 대한 각각의 전망과 기대를 걸고 있고, 이를 군사적·외교적·문화적 용어로 표출한다. 심지어 문화적 측면에서도 아시아 국가들 간의 차이는 국가라는 개념이 아니라, 군사, 무역, 종교, 철학 등에서의 서로 다른 역사적 발자취와 변이로 정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지역에서 아시아 각국은 스스로의 의미를 자유롭게 형성하고, 끊임없이 재창안하고 절합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구소련이 행한 아시아의 분할 조치와 더불어 일부 지역의 분할이 해당 지역에서의 우세한 이데올로기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그 이데올로기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것이 각국이 국민국가로 형성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사할 것이다. 아시아 각국이 이처럼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지배 세력 사이에 배분된 상황은 각 나라의 정체성 및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세계화가 확장되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본이 의사 결정 배후의 주된 동기가 되었으며, 정치적·사회적 분열은 줄어들었다. 이와 동시에 영토와 이데올로기, 경제, 정치 면에서 골치 아픈 논쟁 및 갈등과, 아시아 각국의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경쟁은 여전히 간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생생한 현실이다.

《불협화음의 하모니》전은 이와 같은 아시아의 이데올로기적 조건을 전시의 핵심 전제로 삼는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몇몇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 존재하는 오늘날의 권력 관계와 얽히고 설킨 역사적 관계들을 식별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아시아를 통일된 공동체로 보는 만연된 가정과 피상적 오해를 동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의 이데올로기적 조건에 대한 섬세한 성찰과 작가 및 작품이 제기하는 질문들을 통해 아시아를 다수의 렌즈와 관점으로 이해하는 여정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진행형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첫 장을 열게 된다. 서울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출신의 작가 12명의 작업을 통해 이들 국가의 정치적 기원과 문화적·이데올로기적·역사적 표현의 차이와 불일치를 드러내고 인정함으로써 아시아에 대한 상상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전시와 함께 참여 큐레이터 및 작가와 학자들의 좌담이 이어질 것이다.

황젠헝, 가미야유키에, 김선정, 캐롤잉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