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 – 소설, 단편 소설, 서정시, 추리 소설

Shida Bazyar: Nachts ist es leise in Teheran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시다 바즈야르
테헤란의 밤은 고요하다

제목에서나 작가의 이름에서나 1988년 독일 라인란트-팔츠 지역의 헤르메스카일에서 태어난 작가 시다 바즈야르의 뿌리가 이란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바즈야르는 난민이라는 주제에 관한 자신의 관심을 이 책의 주인공인 파타에게 전이했다. 파타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이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테헤란의 밤은 고요하다(Nachts ist es leise in Teheran)”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부모님들의 모습 역시 작가의 가족사와 공통점이 많다. 주인공의 부모님들은 1979년 좌파 대학생의 일원으로 국왕의 하야를 극렬히 환영했지만, 결국 1980년대에 들어 고국을 등졌다. 이 소설은 그러니까 수십 년 전에 일어난 망명 과정을 그린 것이다.계속 ...
Maxim Biller: Biografie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막심 빌러
자서전

수십 년 전부터 막심 빌러는 독일 문단의 ‘선동자’이자 선구자였다. 빌러는 작가들이 더 큰 용기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중요한 이슈들을 테마로 삼았으며, ‘약골 문학’에 종지부를 찍으라고 종용했다. 그는 독일 문학계를 냉철한 시선으로 관찰했고, 거기에는 고루한 작가들, 그리고 고집과 아집으로 가득 찬 수공예업자들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 부분에 있어 다른 의견도 많았지만 빌러는 결코 자신의 견해를 뒤집지 않았다. 빌러에게서는 사탕발림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빌러가 ‘무게가 꽤 나가는’ 장편 소설 하나를 내놓았다. 빌러 자신은 그 책이 일종의 회고록이라 말한다. 책 제목도 “자서전(Biografie)”이다. 테러와 성(性), 유대인 대학살, 사랑, 가족, 독일, 이스라엘, 프라하, 모스크바 등 굵직굵직한 주제들이 거의 매 페이지마다 등장한다.계속 ...
Matthias Brandt: Raumpatrouille. Geschichten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마티아스 브란트
우주정찰대 - 어느 소년의 이야기

“우주정찰대”는 탁월한 정치가였던 아버지의 삶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작품도, 형 라스 브란트가 2006년 발표한 에세이집 “추억”을 때늦게 따라잡으려는 시도도 아니다. 공인이 아닌 사인으로서의 빌리 브란트가 과묵하고, 감정표현이 서투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가장이었다는 정보들은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계속 ...
Catalin Dorian Florescu: Der Mann, der das Glück bringt © C. H. Beck Verlag, München, 2016

카탈린 도리안 플로레스쿠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

카탈린 도리안 플로레스쿠가 지난 번 작품 “자이라(Zaira)”에 이어 다시 한 번 동유럽과 북미를 작품의 주제로 선택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남자(Der Mann, der das Glück bringt)”의 스토리는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그 두 줄기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발전한다. 첫 번째 스토리는 지독하게 가난한, 길거리에서 신문을 판매하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소년은 소설의 1인칭 화자인 레이의 할아버지이자 이주민이다. 1899년, 그 ‘뉴스보이’는 죽은 아이들의 관을 실은 배들이 뉴욕 이스트 강 위로 오가는 것을 목격한다. 소년은 그곳에서 인생의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그렇게 빨리 죽고 싶지는 않다. 소년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떠돌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큰 소리를 외치면서 신문을 팔고, 그러다가 우연히 살인 사건 현장도 목격하게 된다.계속 ...
Durs Grünbein: Die Jahre im Zoo © Suhrkamp Verlag, Berlin, 2015

두어스 그륀바인
동물원에서 보낸 시절들

두어스 그륀바인은 “동물원에서 보낸 시절들(Die Jahre im Zoo)”을 통해 서정시적 문체로 추억의 상자를 열었다. 그륀바인은 이 책과 관련해 “지렁이들이 득실거리는 오래된 양철통이다. 그 상자를 열면 우울했던 어린 시절의 바람이 코끝으로 훅 불어온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륀바인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작가의 말과는 달리 우울함으로 점철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각종 문학상을 휩쓴 서정시 작가 그륀바인은 어머니한테 (단 한 번) 죽도록 두들겨맞았던 기억이나 급우의 죽음 같은,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들마저 철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도저히 아름답게 포장할 수 없는 기억들을 세상밖으로 쏟아냈다. 스토리는 산책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이 할아버지와 함께 엘베 강가를 둘러보면서 시작되는 것이다.계속 ...
Christoph Hein: Glückskind mit Vater © Suhrkamp Verlag, Berlin, 2016

크리스토프 하인
아버지를 둔 행운아

사실적 배경에 기반을 둔 크리스토프 하인의 신작 소설은 독일식 사례 연구라 할 수 있다. 철저한 계산 하에 사실과 허구의 비율을 정확하게, 탁월하게 조합해낸 책인 것이다. 주인공 콘스탄틴 보고쉬는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아버지는 콘스탄틴의 삶에 ‘등록’되어 있다. 게다가 아버지의 이름이 동독 관청의 서류에 기록되어 있으니 설상가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아들이 무얼 하든 그 뒤에는 늘 아버지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국가대표 체조선수가 되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운동도 하고 생활도 유지하고 싶지만,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콘스탄틴은 그럴 자격이 없다. 자신의 신상 서류에 아버지의 전쟁범죄 기록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스탄틴은 도주한다.계속 ...
Abbas Khider: Ohrfeige © Carl Hanser Verlag, München, 2016

압바스 키더
따귀

독일에서 피난민 자격 취득을 기다리고 있는 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2016년 초에 출간하는 것보다 더 영리한 마케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압바스 키더에게 있어 이 주제는 사실 매우 오래된 것이다. “따귀(Ohrfeige)” 이전에 난민과 저항, 유배 같은 주제를 다룬 책 세 권을 출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1973년 바그다드에서 태어난 작가 압바스 키더는 1996년 고국을 등져야 했고, 여러 곳을 떠돌다가 2000년에 결국 바이에른의 안스바흐에 정착했다. 지금은 베를린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작가 압바스 키더는 “따귀” 집필 작업을 3년 전에 시작했다. 각종 매체에서 이민과 난민에 대한 보도를 물밀듯이 쏟아내고 있는 바로 지금에야 이 책이 출간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계속 ...
Radek Knapp: Der Gipfeldieb © Piper Verlag, München, 2015

라덱 크납
정상의 도둑

그는 보일러 미터기에 표시된 숫자를 확인하는 젊은 청년이다. 어느 날 그는 그간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제대로 한 번 평가해 보겠다는 마음을 품는다. 독자들은 그의 독백으로 가득찬 페이지를 두세 쪽만 읽어도 이미 이상한 사람과 황당한 상황들로 가득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게 된다. 주인공 루트비크 비부르카는 지금까지 그 어떤 대단한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더 아찔한 인생 경력을 지니고 있다. 바르샤바 외곽의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던 루트비크는 열두 살 때 친엄마에게 ‘납치’를 당했다. 친엄마는 루트비크를 빈으로 데리고 갔다. 강하게 저항했지만 폭력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저항을 멈추고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듣기도 싫은 그 나라 말을 최대한 빨리 배워야만 했다.계속 ...
Christian Kracht: Die Toten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죽은 자들

“죽은 자들”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작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위스 출신인 영화감독 에밀 내겔리가 30년대 초반 어느 날 일본으로 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일본에 도착한 내겔리는 그곳 문화계의 고위직 인사인 마사히코 아마카스와 함께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에 대응하고” 나아가 도쿄와 베를린 사이에 “셀룰로이드 필름으로 된 하나의 축”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에 착수한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아마카스를 돕는 ‘동맹군’은 바이마르공화국 내 보수파 언론계의 큰손이자 1933년에는 히틀러 최초 내각에서 잠시 경제부장관을 역임한 알프레드 후겐베르크이다. 작가는 후겐베르크에게 있어 극영화란 “눈을 향한 화약”이었다고 말한다.계속 ...
André Kubiczek: Skizze eines Sommers © Rowohlt Berlin Verlag, Berlin, 2016

안드레 쿠비첵
어느 여름의 스케치

‘나쁘진 않은 시간이었다고? 에이, 표현이 너무 약하잖아! 끝내주게 멋진 시간이었다고 말해야지!’ 우리의 주인공 르네처럼 이제 막 열여섯 살이 된 입장이라면, 동독 내에선 나름 특권층이 애용하는 인터숍에서 산 더블데크 카세트플레이어가 자기 수중에 있다면, 그리고 1985년의 긴 여름방학 기간 전부를 포츠담의 동독식 조립식 아파트 지구 내에 위치해 있고 비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되는 어느 집구석에서 보낼 수 있다면 그건 정말이지 끝내주게 멋진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친정권 성향의 학자인 르네의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평화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7주간의 출장을 앞두고 있다. 떠나기 전 아버지는 아직은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사라며 1,000마르크를 주고, 생일 축하금으로 거기에 200마르크를 더 얹어준다. 싱크대 아래쪽에는 ‘나폴레옹’이라는 상표가 달린 브랜디가 7병 놓여 있다. (…)계속 ...
Michael Kumpfmüller: Die Erziehung des Mannes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미하엘 쿰프뮐러
남자 교육

작곡가 게오르크의 이야기는 오늘날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이 처한 까다롭고 힘든 입장에 관한 수준 높은 스토리이다. 하지만 작가 미하엘 쿰프뮐러는 작품 속 주인공 커플의 감정을 묘사함에 있어 매우 절제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가는 가벼운 차림새로 여행을 시작한다. 동시대 소설들에게서 으레 목격되는 무거운 짐들은 모두 다 내려놓는 대신, 투명한 소설적 장치들을 이용해 청년이 남성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 교육(Die Erziehung des Mannes)”의 콘셉트가 무엇인지는 제목에서 이미 조금은 엿볼 수 있다.계속 ...
Katja Lange-Müller: Drehtür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카트야 랑게-뮐러
회전문

아스타의 현재 위치는 뮌헨 공항.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렌터카들 옆에 있는 회전문 곁에 서서 절망감에 휩싸인 채 면세점에서 구입한 연초를 피우고 있다. 그녀는 불안해 보이고, 실제로도 불안한 상태이다. 자신의 짐이 니카라과와 독일 사이의 어딘가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카트야 랑게-뮐러의 신작 소설 “회전문”의 주인공은 구호단체 직원으로 지난 22년을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와 또 다른 머나먼 도시들, 이를 테면 제르바 섬이나 울란바토르 같은 곳에서 보냈다. 막판에 그녀는 구호단체 소속 동료들에게 짐만 되었다. 허구한 날 뭔가를 잊어버리거나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년퇴직 연령이 되자마자 약간의 압력이 가해지는가 싶더니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계속 ...
Thomas Melle: Die Welt im Rücken © Rowohlt Berlin Verlag, Berlin, 2016

토마스 멜레
등 뒤의 세상

토마스 멜레는 이제 막 출간된 신작에 자신의 조울증 경험을 담았다. 멜레는 극과 극을 오가는 그 질병을 ‘조울증’이라 부르는 것은 정말이지 순화된, 그 괴로운 질병이 초래하는 대재앙을 너무 얕잡아본 표현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멜레는 조울증을 둘러싼 경험담들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충격적이리만치 잔인하게 묘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좀 미친 듯이’ 재미있기도 하다. 어느 인터뷰에서 멜레는 이 책이 “생존을 둘러싼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말했다. 조증이 발동할 때면 베를린의 클럽들과 술집들, 파티들, 공연장들을 전전한 덕분에 베를린 팝문화씬의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귀띔을 해주기도 했다.계속 ...
Joachim Meyerhoff: Ach, diese Lücke, diese entsetzliche Lücke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5

요아힘 마이어호프
오, 이 간격이여, 끔찍한 간격이여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 요아힘 마이어호프의 신작 “오, 이 간격이여, 끔찍한 간격이여(Ach, diese Lücke, diese entsetzliche Lücke)”의 시작 시점은 1989년이다. 1인칭 화자 요아힘이 북독일에서 뮌헨으로 간 원래 이유는 공익 근무 요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갑자기 엉뚱하게도 오토-팔켄베르크 연극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돈이 부족한 요아힘은 손자를 끔찍히 아끼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호화로운 저택 내 손님용 방에 살게 된다. 조부모의 집은 님펜부르크 성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요아힘은 3년 반 동안 그곳에 머무른다. 3년 반이라는 기간은 소설 전체의 배경이 되는 기간이기도 하다.계속 ...
Terézia Mora: Die Liebe unter Aliens © Luchterhand Literaturverlag, München, 2016

테레지아 모라
에일리언들의 사랑

과짜나 외골수들에 대한 테레지아 모라의 관심은 역사가 길다. 헝가리 출신의 작가 모라는 17년 전 데뷔작 “독특한 물질”을 발표했는데, 거기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해당 작품에서 독자들은 모라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언어를 사랑한다는 사실과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사회를 바라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모라는 각종 문학상과 장학금을 휩쓸었고, 세 편의 장편소설을 집필했으며, 문체 역시 한결 뚜렷해졌다. 전지적 작가 시점과 작가 관찰자 시점 사이를 자주 넘나드는 스타일, 외부자의 시각과 내부자의 시각 사이를 오가는 스타일은 모라의 글에 약간의 ‘변덕’을 가미하는 원천들이라 할 수 있다. 모라는 이제 막 다시금 단편집 하나를 출간했다. 제목은 “에일리언들의 사랑”이다.계속 ...
Martin Mosebach: Mogador © Rowohlt Verlag, Reinbek bei Hamburg, 2016

마르틴 모제바흐
모가도르

모가도르는 모로코 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의 포르투갈식 옛 이름이다. 모제바흐의 “모가도르”는 경제범죄를 둘러싼 단순한 스토리라기 보다는 불꽃놀이에서 꽃이 피는 듯한 느낌이 들듯 기적이 기적을 낳는 동화, 인간적인 따스함과 비인간적인 잔인함이 서로 딱 붙어 다니고 순결한 무죄가 더러운 죄악과 짝을 짓는 동화에 가깝다. 이야기의 영웅, 즉 주인공은 패트릭이라는 이름의 청년으로, 매우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인 필라와 어릴 적에 이미 혼인을 한 사내이다. 패트릭은 “그녀는 신선하고도 구미가 당기는 종류의 청교도였다”라고 말한다. 필라는 부유한 가문 출신인 반면, 패트릭은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계속 ...
Kathrin Schmidt: Kapoks Schwestern © Kiepenheuer & Witsch Verlag, Köln, 2016

카트린 슈미트
카폭의 자매들

1958년 고타 시에서 태어나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 카트린 슈미트는 1998년 “군나르-렌네프젠 탐험”이라는 데뷔작을 발표하면서 뛰어난 언어감각과 창조적 어휘력을 지닌 서정시인이자 서사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한 가족의 역사를 다룬 금번 소설에서 슈미트는 독일 과거사의 심연을 끊임없이 파고든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느 동독 비밀경찰관들이 연인을 배반했던 사건에 큰 관심을 둔다. 헨리와 쿠르트의 아들인 베르너 카폭도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이들 중 하나이다. 베르너는 섀흐터 씨네 자매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랐지만 그들과 달리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제 그 세 자매 모두가 베를린 트레프토프 지역의 정원 딸린 집으로 돌아온다.계속 ...
Peter Stamm: Weit über das Land © S. Fischer Verlag, Frankfurt am Main, 2016

페터 슈탐
국경 저 너머

토마스는 스위스의 소도시의 어느 주택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토마스의 삶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족의 가장인 토마스가 직장에서 퇴근한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내 아스트리트는 남편이 실종된 것이라 믿고, 뻔하디뻔한 말들로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안심시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내는 알게 되었다, 남편이 자발적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계속 ...
Saša Stanišić: Fallensteller © Luchterhand Literaturverlag, München, 2016

사샤 스타니시치
덫을 놓는 사냥꾼

2014년 사샤 스타니시치는 나풀거리듯 아름다운 장편소설 “축제를 앞두고(Vor dem Fest)”를 발표했고, 해당 작품으로 당당히 여러 개의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축제를 앞두고”의 공간적 배경은 실재하는 몇몇 마을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한데 묶어 만든 허구의 마을 퓌르스텐펠데였다.계속 ...
Heinz Strunk: Der goldene Handschuh © Rowohlt Verlag, Reinbek bei Hamburg, 2015

하인츠 슈트룽크
황금 장갑

본 사회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요즘이 아니다. 하인츠 슈트룽크의 신작 “황금 장갑(Der golden Handschu)”의 배경은 1970년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여러 명의 여성을 살해한 함부르크 출신의 연쇄살인범 프리츠 홍카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이 거의 없이 홀로 살아가던 홍카라는 사내의 행동을 설명하는 언어를 발견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슈트룽크는 서독의 희망적 미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녔던 한 사회의 실상도 묘사하고 있다.계속 ...
Guntram Vesper: Frohburg © Schöffling und Co. Verlag, Frankfurt am Main, 2016

군트람 베스퍼
프로부르크

서정시인이자 방송극 작가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군트람 베스퍼는 ‘기억 되살리기, 검토하기, 연구하기’ 작업을 수십 년째 끈질기게 이어왔다. 그런 그가 이제 프로부르크에서 보낸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에 대해 입을 열었다. 1957년 베스퍼와 그 가족은 서독으로 이주했다. 19-20세기가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끔찍한 시대로 점철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취한 행동이었다. 본 작품 속 그림들과 장면들은 지난 세기에 발생한 수많은 사건들 사이의 역사적 연관성을 한데 묶으며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다.계속 ...
Anna Weidenholzer: Weshalb die Herren Seesterne tragen © Matthes & Seitz Verlag, Berlin, 2016

안나 바이덴홀처
그 사내들이 불가사리를 들고 다니는 이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라는 것이다. ‘카를 헬만은 왜 연구를 할까? 그리고 대체 무엇을 연구하고 있을까?’ 마트 앞에서 통닭구이를 팔고 있는 사내가 알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카를과 그 사내는 아무 말 없이 꼬챙이에 꽂힌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닭들만 바라보고 있다. 그저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찾고 있을 뿐이다. 사내는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이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줄여서 말하자면, 이곳에서의 이런 삶을 우리가 얼마나 흡족히 지탱하느냐 하는 것이야. 지금 이 상황은 ‘로리오트’ 시리즈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겠군. 카를 헬만이 조금 삐뚤어진 시선의 우수에 찬 영화에나 등장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듯이 말이지.’계속 ...
Benedict Wells: Vom Ende der Einsamkeit © Diogenes Verlag, Zürich, 2016

베네딕트 벨스
고독의 종말에 관하여

뮌헨 출신의 1982년생 작가 베네딕트 벨스는 그야말로 문학적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문필가이다. 이십대 중반에 이미 “베크의 마지막 여름(Becks letzter Sommer)”을 발표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크리스티안 울멘이 해당 소설을 영화화하기도 했다. 벨스의 신작 “고독의 종말에 관하여(Vom Ende der Einsamkeit)”는 벨스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들 중 가장 큰 야심이 묻어 있는 소설이다. 벨스는 이 소설을 통해 어느 가족이 무려 30년간에 걸쳐 겪은 일대기를 추억하고 서술하기로 결심했다. ‘쥘’이라는 이름의 1인칭 화자는 사십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매우 멜랑콜리한 감정으로 자신과 가족의 삶을 회고한다.계속 ...
Philipp Winkler: Hool © Aufbau Verlag, Berlin, 2016

필립 빙클러

“훌”은 하이코 콜베라는 젊은 사내가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을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본 자화상이다. 하이코는 청소년 시절 이미 친아버지와 삼촌을 통해 하노버의 훌리건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주변 친구들과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그 세계에 점점 더 빠져들었으며, 그 패거리들과 함께 다른 축구팀의 광팬들을 흠씬 두들겨패는 패싸움에서의 승리도 경험했다. 폭력적 성향은 공동체의식과 신뢰 그리고 완벽주의 위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어린 청소년들의 몸은 전투용 무기로 바뀌고, 패거리에 속한 아이들은 각자 그 안에서 고정된 역할을 담당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