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서 – 철학, 사회, 문학, 문화사, 역사, 전기

괴츠 알리: 유럽 vs 유대인. 1880-1945
S. 피셔 출판사,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201

괴츠 알리
유럽 vs 유대인. 1880-1945

‘유럽 vs 유대인’은 1880년 이후 확산된 반유대인주의를 깊이 파고든 파노라마식 작품이다. 괴츠 알리는 유럽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우리가 잘 모르는 보다 심오한 동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전쟁의 폐허 위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던 다인종 국가 러시아 대국과 오스만 왕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왕조 위에서 민족주의 운동이 서서히 퍼져 나갔다. 소수자들인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이 증대된 것은 그러한 민족주의 운동이 불러온 결과였다. 그 후 그리스, 헝가리, 폴란드 등 신생국가들이 탄생했고, 20세기 초반 그 국가들에서는 매우 극단적인 형태의 민족주의가 세력을 넓혀나갔다. 자기와 다른 모든 것들을 차별하고 압제하는 방식의 민족주의였다.계속 ...
울리히 베크: 탈바꿈 중인 세계
주어캄프 출판사, 베를린, 201

울리히 베크
탈바꿈 중인 세계

2015년 1월 뮌헨 출신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그 무렵 베크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세계관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가?’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었다. 베크가 세상을 떠난 뒤 아내인 엘리자베트 베크-게른스하임이 남편의 학문적 동지들과 함께 그 책을 마무리했다. 문체로 보든 내용 면에서 보든 완벽한 울리히 베크의 작품이요, 심각한 주제나 신조어 만들기, 알록달록한 은유를 선호하는 고인의 경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책이었다. 출간 시점으로 볼 때 ‘탈바꿈 중인 세계’는 분명 위대한 학자가 남긴 지성의 유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독일의 시대분석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위대한 시대분석서였던 것이다.계속 ...
카를 하인츠 보러: 지금. 상상력이 가미된 나의 모험담 © 주어캄프 출판사, 베를린, 2017

카를 하인츠 보러
지금. 상상력이 가미된 나의 모험담

이 빼어난 작품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름은 위르겐 하버마스이다. 이어지는 540쪽에 걸쳐서도 수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문학 파트 편집을 담당하고 있던 34세의 기자가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는 37세의 철학 교수를 찾아간다. 서베를린에서 일어났던 학생운동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1967년, 그러니까 독일이라는 나라가 이제 막 18살이 되던 때의 일이었다. 당시 하버마스는 이미 독일 지식인들 사이에 새로이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 기자의 이름은카를 하인츠 보러. 보러는 그 만남에서 난생 처음으로 하버마스라는 사상가의 “예기치 못했던, 종횡무진 달리는 즉흥성”을 체험하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 그때의 인상을 잊지 못한다.계속 ...
오트프리트 회페: 정치 사상의 역사. 12개의 초상과 8개의 미니어처 © C. H. 베크 출판사, 뮌헨, 2016

오트프리트 회페
정치 사상의 역사. 12개의 초상과 8개의 미니어처

이 책의 저자가 동시대 정치철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 책의 주제가 무엇인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회페의 능력이 가끔 과소평가 되곤 하는데, 사실 회페는 서구 세계의 전통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인류학 및 수준 높은 법학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거기에서 다시 심오하고 포괄적인 원칙론에 기반을 둔 규범적 정치철학을 소개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인물이다. 그의 철학이야말로 세계화가 이루어진 21세기의 정치에 관해 시의적절한 모델을 제시한 철학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계속 ...
7번의 입맞춤. 문학계의 행운과 불운 © 카를 한저 출판사, 뮌헨, 2017

페터 폰 마트
7번의 입맞춤. 문학계의 행운과 불운

문학 분야에도 절대음감 같은 게 있다면 페터 폰 마트야말로 그것의 소유자가 아닐까? 그 ‘절대음감 소유자’의 최신작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7번의 입맞춤’. 동화를 연상시키는 제목이고, 내용 역시 제목만큼이나 동화적이다. 일곱 번의 키스는 책 속 여러 곳에서 언급된다. 그만큼 제목에 충실한 작품인 것이다. 취리히 대학의 명예교수인 폰 마트는 독자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쫑긋 세운 귀 앞에 세계문학 속 다양한 스토리에 등장하는 키스라는 모티브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계속 ...
요아힘 라트카우: 미래의 역사. 1945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독일이 해온 예측, 비전 그리고 착각 © 카를 한저 출판사, 뮌헨, 2017

요아힘 라트카우
미래의 역사. 1945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독일이 해온 예측, 비전 그리고 착각

지평선에 어둠이 내려앉고, 거기에 지친 듯한 앞날과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가 투영된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서독인들마저도 불안한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희망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미래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는 두텁고 무겁다. 라트카우는 미래가 가까운 과거 안에 있다고 말한다. 또, 주제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 것 같은 자료들을 파헤치며 결국 1945년 종전 이후 독일 내에서 제기된 각종 예측과 비전 그리고 착각이 왜 필연적이었는지를 설명한다.계속 ...
하인츠 실링: 1517. 그 해의 세계사 © C. H. 베크 출판사, 뮌헨, 2017

하인츠 실링
1517. 그 해의 세계사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를 가리켜 ”문명의 경계”에 서 있던 도시라 칭했다. 1517년, 루터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소도시 비텐베르크에서 95개조의 반박문을 발표하고, 이로써 원래 교단에서 분리된 자신만의 교파를 형성했다. 하지만 1517년은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된 해였다. 1517년은 숨막힐 정도의 모순들로 가득했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과 공포가 공존했던 다층적 시기였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겨우 30세밖에 되지 않았던, 거칠고 힘들고 잔인하고 위험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각종 역병과 자연재해가 난무했고, 백성들은 오로지 풍작만 고대하던 시절이었다. 그 모든 난관들은 가뜩이나 ‘악마’라는 말만 들어도 지옥불 같은 공포심을 느끼던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을 더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 공포심과 삶의 신산은 농부나 루터 같은 수도승, 귀족, 권력자 등 신분을 불문하고 모두를 덮쳤다.계속 ...
다니엘 슈라이버: 집. 살고 싶은 장소를 모색하는 과정 © 한저 베를린 출판사, 베를린, 2017

다니엘 슈라이버
집. 살고 싶은 장소를 모색하는 과정

요즘처럼 이동과 이주가 잦은 시대에 있어 ‘집’이라는 말은 간단하고 우아한 표현인 동시에 많은 이들을 명상에 잠기게 만드는 까다로운 개념이다. 다니엘 슈라이버는 ‘집’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안정이나 애착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주거지를 찾기 위해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을 재구성해나간다. 작가는 지금이 이른바 ‘세계화와 난민 위기’의 시대이고, 전 세계 2억 5천만 인구가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나아가 그 결과, ‘집’이라는 개념이 점점 더 “상상의 장소”로 변질되고 있고, “실재하는 장소인 동시에 내면에만 존재하는 영적인 혹은 사회적 차원의 장소”로 변화되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 나라 말을 잘하면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계속 ...
외르크 슈패터: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삶의 자취 © 주어캄프 출판사, 베를린, 2016

외르크 슈패터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삶의 자취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이미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들을 통해 실체를 파악하는, 일종의 ‘관상가’였다. 그는 현상학에서 영감을 받은 문화철학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크라카우어는 여러 글을 통해 진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임을 설파했다. 단, 그 열린 진실을 파악하려면 그것을 보고자 하는 의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나아가 철학자라면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크라카우어는 독학으로 해당 분야를 섭렵하고 그 분야에서 몇몇 탁월한 능력을 입증했다. 젊은 시절, 게오르크 짐멜의 강의를 청강생 자격으로 주기적으로 수강하고, 테오도르 W. 아도르노나 발터 벤야민과 수십 년간 서신을 교환하기도 했지만, 크라카우어는 학위를 소지한 정식 철학자는 아니었다.계속 ...
바바라 슈톨베르크-릴링거: 마리아 테레지아. 당대를 풍미한 여제 © C. H. 베크 출판사, 뮌헨, 2017

바바라 슈톨베르크-릴링거
마리아 테레지아. 당대를 풍미한 여제

1740년부터 삶을 마감하던 1780년까지 무려 40년간 보헤미아로부터 북이탈리아에 이르는 광활한 합스부르크 제국을 통치하고, 이로써 여성에 대한 편견 일체를 타파하는 혹독한 시험대를 통과한 여인이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여성이 약한 존재, 보호해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고정관념 하에서, 제후나 국왕들이 모두 다 남성이던 시절 하에서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한 시대 전체를 혁명에 가까운 정책들과 절대군주적 왕권으로 각인시켰다.
독일의 역사학자 바바라 슈톨베르크-릴링거는 마리아 테레지아가 후기 바로크 시대의 기준으로는 매우 특이한 여성이었다고 말한다.계속 ...
페터 발터: 한스 팔라다의 삶 © 아우프바우 출판사, 베를린, 2017

페터 발터
한스 팔라다의 삶

‘한스 팔라다’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해진 작가 루돌프 디첸의 삶은 20세기 독문학계를 둘러싼 커다란 의혹들 중 하나이다. 독문학자인 페터 발터는 수수께끼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이 인물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했고, 새로운 자료들도 다수 제시했다. 발터는 최고의 재능을 타고나서 한 가지 신념에 몰두한 한스 팔라다를 가리켜 중도(中道)를 모르던 사람, 늘 극단적 해결책을 지향하던 사람이라 칭한다. 팔라다는 약자나 괴짜들을 늘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시민들의 고민과 희망이 얼마나 큰 사회적 이슈인지를 널리 알리는 역할에도 앞장섰다.
소설 속에서도 늘 등장인물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인간적인 목소리로 그들에게 다가갔다.계속 ...
폴커 바이스: 권위주의적 반란. 새로운 권리들과 서구 사회의 멸망 © 클레타-코타 출판사, 슈투트가르트, 2017

폴커 바이스
권위주의적 반란. 새로운 권리들과 서구 사회의 멸망

방향을 제시하고 깨달음을 주는 책이 한 권 출간되었다. 지금 막 진행 중인 각종 논쟁들을 언급하면서도 현재의 일상적 정책들만으로 범위를 국한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주목할 만한 책이다. 지나간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과거를 결코 현재보다 시간적으로 조금 더 앞선 사건들 정도로 폄하하지 않는다. 과거에 일어난 변화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단순한 인과관계로 과거와 현재를 연계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이 책의 주제는 ‘새로운 권리들’이다. 그 뒤에 숨은 사유와 그 권리들이 대두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지만, 결코 이념이라는 거품을 입에 물지 않는다. 이 책의 목적은 그야말로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계속 ...
하인리히 뵐: 우리는 때로 어린 아이처럼 훌쩍이고 싶다. 1943-1945 전쟁 일기 © 키펜호이어 & 비취 출판사 쾰른, 2017

하인리히 뵐
우리는 때로 어린 아이처럼 훌쩍이고 싶다. 1943-1945 전쟁 일기

하인리히 뵐이 이전에 남긴 서간문들을 탐독한 이라면 금번 전쟁 일기를 통해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대거 새로이 알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일기문 속에는 맥락이 서로 연결되는 문장도 거의 없다. 대부분 키워드들이 나열되는 방식이다. 몇몇 장소 이름이나 그때그때 써 내려간 호소문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호소문들, 그 긴급한 외침과 다급한 기도와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진정한 감동과 충격을 안겨준다. 뵐은 6년간 군인으로 복무했다. 그사이에 결혼을 하고 첫 아들도 얻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는 세상을 떠났고, 모친도 여의었고, 자신이 태어나 자란 도시 쾰른은 파괴되었다.계속 ...
위르겐 카우베: 모든 것들의 시작 © 로볼트 베를린 출판사 베를린, 2017

위르겐 카우베
모든 것들의 시작

위르겐 카우베(Jürgen Kaube)는 언젠가 “어떤 일의 시작점을 설정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글귀를 남긴 적이 있다. “역사철학에 대한 깊은 고찰이 바탕이 된 열린 접근 방식도 전제되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공동 발행인이자 문예란 편집장인 카우베가 드디어 그러한 용기와 열린 마인드를 그러모았다. 방대한 조사 작업을 통해 '모든 것들의 시작(Die Anfänge von allem)‘이라는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시작’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한 한 권의 대백과사전을 약속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카우베는 사물이나 대상의 기능적인 면보다는 목적성과 의도에 더 중점을 둔 듯하다. 특히 기술발전사를 논할 때에는 기능성을 전면적으로 배제했다.계속 ...
루츠 C. 클레베만: 렘베르크. 기억 밖으로 사라진 유럽의 중심 © 아우프바우 출판사 베를린, 2017

루츠 C. 클레베만
렘베르크. 기억 밖으로 사라진 유럽의 중심

1990년 가을, 렘베르크의 시민들은 레닌의 동상을 철거했다. 화강암으로 제작된 동상 기둥이 마침내 무너지자 망치를 든 이들이 몰려들어 소련 패권주의의 상징물인 그 동상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중들은 잠시 숨을 멎어야 했다. 화강암으로 포장된 동상 속 기둥이 히브리어가 적힌 비석들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1944년, 독일군은 유대인들의 묘지를 파괴했고, 이후 소련군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비석들을 모아 동상을 제작한 것이었다. 위 장면은 수필과 역사탐구서, 여행기라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렘베르크라는 도시의 초상을 그려낸 루츠 C. 클레베만(Lutz C.Kleveman)의 신작 '렘베르크. 기억 밖으로 사라진 유럽의 중심(Lemberg. Die vergessene Mitte Europas)‘에 소개된 것이다.계속 ...

페르 레오, 막시밀리안 슈타인바이스, 다니엘-파스칼 초른
우파와의 대화를 위한 지침서

역사학자 페르 레오(Per Leo)와 철학자 다니엘-파스칼 초른(Daniel-Pascal Zorn), 법학자 막시밀리안 슈타인바이스(Maximilian Steinbeis)는 '우파와의 대화를 위한 지침서(Mit Rechten reden. Ein Leitfaden)'를 통해 ‘신우파 신봉자들과 대화를 해야 할까?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라는 질문을 자신들과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러면서 세 사람의 공저로 탄생된 본 작품이 기대심리와 조급함 사이를 파고드는 일종의 ‘간섭’이라 말한다. 실제로 목표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과 그 목표가 어서 실현되기를 바라는 조급한 마음은 난민정책이나 유럽 내 이슬람의 역할에 관한 토론 등 주류 진보좌파들 사이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각종 토론들의 기저에 늘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 ...
마르쿠스 메츠/게오르크 제슬렌: 자유와 통제. 완전히 해방되지 않은 노예의 역사 © 주어캄프 출판사 베를린, 2017

마르쿠스 메츠/게오르크 제슬렌
자유와 통제. 완전히 해방되지 않은 노예의 역사

게오르크 제슬렌(Georg Seeßlen)과 마르쿠스 메츠(Markus Metz)는 ‘자유’와 ‘통제’ 사이의 미묘한 차이와 공통점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예컨대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프랑스 혁명의 슬로건을 통해 그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프랑스의 혁명세력들은 ‘자유, 평등, 박애’를 외쳤다. 하지만 평등과 자유는 완벽하게 공존할 수는 없는 모순적 개념들이다. 프랑스 혁명세력들이 자신들의 사해동포, 형제자매와 나눠 갖고자 했던 자유가 불평등이 전제된 자유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인간은 통제를 필요로 하는 동물이다’라는 정치적 슬로건들이 적힌 플래카드나 손팻말을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계속 ...
크리스티나 모리나: 마르크스주의의 시초. 그 사상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지틀러 출판사 뮌헨, 2017

크리스티나 모리나
마르크스주의의 시초. 그 사상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이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가 될까, 사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정치가 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논해야 좋을까? 역사학자 크리스티나 모리나(Christina Morina)는 ‘카를 마르크스의 방대한 이론이 어떻게 대중들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 군중들의 초상을 있는 그대로 망라하며 그려내는 방식을 택했다. '마르크스주의의 시초. 그 사상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Die Erfindung des Marxismus. Wie eine Idee die Welt eroberte)‘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이다. 책 속 1인칭 화자는 한때 마르크스의 사상에 열광했지만, 정치 운동으로 변질되는 마르크스주의를 보며 커다란 좌절감도 느꼈다고 고백한다.계속 ...
로넨 슈타인케: 무슬림 의사와 유대인 소녀 © 베를린 출판사 베를린, 2017

로넨 슈타인케
무슬림 의사와 유대인 소녀

게슈타포들은 툭하면 그 병원을 찾았다. 이른바 ‘부자 동네’인 베를린-샤를로텐부르크에 살고 있던 이집트 출신의 의사가 1943년 당시 너무나도 많은 강제노동자들에게 ‘아프다’라는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나치 친위대 행동대원들을 달래는 일은 접수처를 담당하고 있는 무슬림 간호사 나댜의 몫이었다. 나치 정권 하의 비밀경찰들은 나댜가 히잡을 두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댜와 의사가 아랍어로 몇 마디를 주고받을 때에도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다. 게슈타포 요원들에게 있어 무슬림은 나일 강 유역을 점령하고 있는 영국 식민지배자들이나 유대인에 대항하여 함께 맞설 수 있는 잠재적 연합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간호사 나댜가 히잡으로 가린 것은 비단 자신의 머리칼만은 아니었다. 나댜는 자신의 삶 전체를 히잡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나댜의 본명은 ‘안나’였고, 안나는 게슈타포가 색출하고 있던 17세의 유대인 소녀였다.계속 ...
토마스 바크너: 공포조장자. 1968년과 신우파 세력 © 아우프바우 출판사 베를린 2017

토마스 바크너
공포조장자. 1968년과 신우파 세력

흔들림 없이 확고한 신념을 지닌 좌파 사회학자 토마스 바크너(Thomas Wagner)가 '공포조장자. 1968년과 신우파 세력(Die Angstmacher. 1968 und die Neuen Rechten)‘이라는 신간을 통해 과감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말이 안 통한다고 대화를 아예 중단하는 것보다는 열린 마인드로 부딪치며 논쟁을 벌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믿음 하에 바크너는 최근 대두된 우파 지식인들의 글을 탐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설득력 강한 인물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그 과정에서 바크너는 극단주의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내려는 자들이 흔히 취하는 태도에 관한 선입견, 즉 상대방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말과 일치되는 강력한 신념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최대한 지양했고, 진지한 호기심을 지닌 토론자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것이 바로 이 특별한 작품이 지닌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계속 ...
하인리히 아우구스트 빙클러: 서구는 붕괴되는가? 현재 유럽과 미국이 처한 위기에 관하여 © C.H. 베크 출판사 뮌헨, 2017

하인리히 아우구스트 빙클러
서구는 붕괴되는가? 현재 유럽과 미국이 처한 위기에 관하여

베를린 대학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해온 역사학자 하인리히 아우구스트 빙클러(Heinrich August Winkler)는 자신의 학자로서의 이력 중 약 20년을 ‘서구 사회’라는 주제에 할애했다. 독일인이 걸어야 했던 '서방 사회를 향한 기나긴 여정(Der Lange Weg nach Westen)‘에 대한 연구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이후 고대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분석한 4권짜리 책 '서구의 역사(Geschichte des Westens)‘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서구의 역사‘ 시리즈의 제4권이 나오자마자 그간 ‘정석’으로만 여겨졌던 빙클러의 프로젝트가 위기에 봉착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유럽연합이 민주주의 공동체로서의 흡인력을 잃었고, 진보주의와 법치국가 사이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졌으며,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