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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베를린국제영화제 블로그
영화제에 부는 이탈리아 남부의 바람

다닐로 카푸토 감독의 '바람을 심다'에 출연한 일레 야라 비아넬로
다닐로 카푸토 감독의 '바람을 심다'에 출연한 일레 야라 비아넬로 | © 사진(부분): JbaOkta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인 다닐로 카푸토 감독의 ‘바람을 심다’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쓰라린 갈등을 그린다.

농업에 종사하기로 진로를 결정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 무엇보다 사랑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35세 이하의 이러한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18년에는그 수가 6만 명을 기록했고, 연간 증가율이 6%에 달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 중 이 정도의 수치를 기록하는 곳은 없다. ‘바람을 심다(Sow the Wind)’의 주인공 니카도 이들 중 하나다. 20대 초반의 니카는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농학을 공부한다. 오랜 타지생활 끝에 그녀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다시 만난 고향의 모습은 슬프고 충격적이다. 가족 대대로 이어 온 넓은 올리브나무숲이 해충의 희생물이 되어 2년이 넘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나무들을 베어버리고 관청이 약속한 보상금을 받으려 하고, 니카는 치료제를 찾으려 한다. 니카는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이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고 확신하며 해충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족과 마을, 그 누구도 그녀를 돕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남부를 떠나다, 다시 돌아오다

이곳은 타란토 인근의 한 지역이다. 풀리아 주의 주도인 이곳은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일부 장면에서 일바 제철소가 배경으로 보인다. 이 유명한 제철소에 대해서는 수년 째 열띤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철소를 폐쇄할 것인지, 운영을 지속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생겨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사람들의 욕구와 자연 사이의 현재적 갈등을 이탈리아에서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람을 심다'에서 해충은 결정을 강요하는 일종의 기폭제와 같다. 해충을 살려둔다는 것은 한 문명사회가 수천 년 동안 희로애락을 거쳐 생존할 수 있도록 그 사회를 지켜준 장소와 전통과 이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해충과 싸우는 것 역시 또다른 희생을 야기한다.
 
다닐로 카푸토 감독과 밀레나 마냐니 공동작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감성적 결말을 택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결정적인 동기가 보통 즐기기 위함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영화는 솔직하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질문으로 이에 맞선다. 적어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면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