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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혼자가 아닌 함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뤼트초프 청과물 조합
독일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농업협동조합을 통해 서로 결속되어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뤼트초프 청과물 조합(Marktfrucht EG Lützow)’도 이러한 협동조합들 중 하나이다. | 사진 (부분): Jens Büttner © picture alliance / dpa

독일인 4명 중 1명은 조합에 가입되어 있다. 조합형 은행인 폴크스방크(Volksbank, '국민은행'이라는 뜻)는 협동조합 사상을 기반으로 한 은행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조합 중심 사상이 비단 독일에서만 번성한 것은 아니다. 이 개념은 프랑스에서 먼저 태동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일종의 운동으로 발전되었고, 현재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의 지위는 스페인의 한 조합이 차지하고 있다.

천여 년 전 독일 북서부에서 프리슬란트인들과 노르만족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884년 용감한 프리슬란트인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침입한 점령군을 성공적으로 물리쳤고, 주민들에게는 1천2백 헥타르에 달하는 해안가의 땅이 포상으로 주어졌다. 당시 주민들은 이 부지를 ‘테라흐트(Theelacht)’라 불렀고, 처음부터 이 땅을 조합에 등록시키고 모두가 함께 이용하고 관리했다. 이로써 세계 최초의 조직적 경제공동체가 태동되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테라흐트 조합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조합원들의 생계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 조합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예전보다 줄어든 실정이다.
 
일종의 사회적 운동으로서 조합을 결성하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세기부터였다. 이러한 운동이 촉발된 계기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와 수공업자들의 빈곤층으로의 전락이었다. 유럽의 일부 농민들도 빈곤화에 시달렸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 했다. 작업시간이 하루 14시간에 달하기 일쑤였고, 임금은 낮았으며, 건강보험이나 연금보험도 생각할 수 없었다. 숙소는 어두컴컴하고 허름한 기숙사였다. 이에 여러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모색에 나섰다. 프랑스의 사상가 클로드 드 생시몽(Claude de Saint-Simon)이나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 영국의 의사 윌리엄 킹(William King)이 그 대표적 주자들이었다. 프랑스의 정치가 필립 뷔셰(Phillipe Buchez)가 1831년 제안한 생산자노동조합 컨셉트는 지금도 현대적 협동조합의 원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뷔셰가 주창한 생산자노동조합은 노동자가 공동소유자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고용주인 시스템으로, 결국 경제적 이득보다는 풀뿌리민주주의에 기초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뷔셰가 추구한 협동조합은 처음에는 목수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보석상들까지 아울렀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조금 다른 형태의 경영’을 최초로 실현한 인물은 스코틀랜드의 면화 공장 사장인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이었다. 오웬은 노동자들에게 더 큰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라 굳게 믿었다. 이에 따라 오웬은 1799년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을 도입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실천에 옮겼다. 그러자 실제로 공장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를 본 영국의 노동조합들도 오웬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채택했고, 이후 사용자와 노동자의 공동 경영 방식은 산업화에 따른 빈곤에 맞서는 효과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컨셉트는 영국에서 폭넓은 사회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주택을 더 많이 짓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를린-리히텐베르크의 알트-프리트리히스펠데 지역에 위치한 이 공동주택들은 주택건축조합 ‘연대(Solidarität)’의 소유로, 다양한 색채와 예술적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부분): Jens Kalaene © picture alliance / dpa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주택을 더 많이 짓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를린-리히텐베르크의 알트-프리트리히스펠데 지역에 위치한 이 공동주택들은 주택건축조합 ‘연대(Solidarität)’의 소유로, 다양한 색채와 예술적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 법률가 헤르만 슐체-델리치는 19세기에 수공업 업체들을 위한 공동은행을 설립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협동조합식 은행인 폴크스방크와 라이파이젠방크의 초석을 다졌다. 사진 (부분): Markus Scholz © picture alliance / dpa
    법률가 헤르만 슐체-델리치는 19세기에 수공업 업체들을 위한 공동은행을 설립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협동조합식 은행인 폴크스방크와 라이파이젠방크의 초석을 다졌다.
  • -	야크스트하우젠에 위치한 이 마트는 약 330명의 조합원들이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이 곳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모두에게 골고루 배당된다. 사진 (부분): Jan-Philipp Strobel © picture alliance / dpa
    야크스트하우젠에 위치한 이 마트는 약 330명의 조합원들이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이 곳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모두에게 골고루 배당된다.
독일에서는 두 인물이 오웬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법률가인 헤르만 슐체-델리치(Hermann Schulze-Delitzsch)와 공무원인 프리트리히 빌헬름 라이파이젠(Friedrich Wilhelm Raiffeisen)이 그 주인공들이다. 19세기 중반 슐체-델리치는 수공업 업체들을 위한 공동은행을 조직했다. 이 은행은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미리 자재를 구입하는 업체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공동은행은 협동조합식 폴크스방크로 발전했고, 지금도 폴크스방크는 독일의 금융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누리고 있다. 독일협동조합법 역시 슐체-델리치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라이파이젠은 가난한 농민들을 위한 대출은행을 설립했다.

4명 중 1명이 조합원

현대식 협동조합들은 단순한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바로,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특정 목표를 추구하되 결코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합들의 사례로는 저렴한 가격에 각종 물건을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이나 저렴한 주택 마련을 추구하는 건축협동조합, 낮은 이자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협동조합, 수확물을 공동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농민협동조합 등이 있다. 이 모든 협동조합들의 공통점은 조합원들이 소유주인 동시에 고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 주택건축협동조합의 경우, 세입자가 조합 운영에 대해 발언권을 지니며 감독이사회의 위원들도 선출한다. 이로써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즉 부동산에 대한 관리권을 지니며, 수익이 창출될 경우 배당금도 지급받는다.
스위스 최대의 마트 체인인 쿱도 협동조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위스 최대의 마트 체인인 쿱도 협동조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 사진 (부분): Urs Flueeler © picture alliance / KEYSTONE
오늘날 협동조합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직 형태이다. 스위스 최대의 마트 체인 미그로(Migro)와 쿱(Coop)이 협동조합에 의해 조직된 업체들이고, 스페인의 서열 7위 기업인 몬드라곤(Mondragón Corporacion Cooperativa)도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된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00개 이상의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고, 조합원 수가 8만 명 이상으로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이기도 하다. 베를린 기반의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Tageszeitung) 역시 협동조합 방식의 신문사이다. 그런가 하면 2006년부터 유럽연합에서는 국경을 뛰어넘는 협동조합의 등록도 가능해졌다.
 
독일은 협동조합 운동이 특히 더 활발하게 진행된 국가이다. 현재 독일 협동조합의 총 가입자수는 2천1백만명에 달하는데, 독일인 4명 중 1명이 조합원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 독일이 협동조합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2016년 협동조합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이로써 연대적 활동이라는 유럽의 컨셉트가  공식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인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