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지 질문 박철호

박철호
Foto: Charlo Park

​박철호는 1990년대 초반에 뉴욕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연극의 매력에 빠졌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살며 그곳의 언어를 배우고 연출로 활동하면서 연극 평론도 쓰며 거의 매일 공연을 보러 극장에 갔다. 그는 특별히 아주 다양하고 혁신적인 베를린의 연극에 매료되었다. 얼마 전 한국의 반비출판사에서 출간된 ≪베를린 천 개의 연극≫이라는 연극일기는 괴테에서 베른하르트까지 그리고 "떼도적", "억척어멈"을 비롯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1. 전형적인 독일의 것을 꼽는다면?

문서를 카피해서 여러 곳에 보관하는 일들과 같이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한 대비성. 이로 인해 독일인은 비관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그런 독일인의 비관주의가 좋다.

2. 언제 어떤 계기로 독일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만난 연출가인 독일인 친구가 나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극작가라면서 브레히트의 "갈릴레오의 인생" 영어판을 선물로 주었을때, 그리고 그를 통해 만났던 사진을 공부하던 당시 내 여자친구 필리. 사실 책이 먼저였는지 여자친구가 먼저 였는지는 오래되어서 정확히 모르겠다. 거의 동시에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3. 독일과의 만남이 당신의 일과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거의 대부분 이론과 책으로만 채워져있던 나의 예술 경험들을 내면에서 외면의 세계, 즉, 몸으로 접할 수있는 계기가 되었다. 졸저 ≪베를린 천 개의 연극≫에서도 설명했듯이 거의 매일 다른 공연들을, 총 500편 넘게 볼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4. 독일에서의 가장 멋진 경험을 꼽으라면?

베를리너앙상블, 도이체스테아터, 폴크스뷔네, 샤우뷔네, 부퍼탈과 뒤셀도르프에서의 피나바우쉬 페스티발을 통해 만난 수많은 예술가들과 그 작품들, 그리고 베를린필하모니와 슈타트- 및 도이치-오페라에서의 위대한 음악과의 만남이 가장 멋진 경험들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갤러리나 박물관같은 멋진 경험들은 수없이 많지만...

5. 독일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는?

베를린너앙상블의 동그란 엠블렘이 보이는 보데박물관 맞은 편의 슈프레 강가에 있는 조그만 공원, 인적이 드물어서 혼자서 생각에 잠기거나 글을 쓰던 나만의 아지트였다. 그리고 외롭고 지쳤을 때 옆에 앉아 있으면 힘이되는 베를리너앙상블 앞 뜰에 있는 브레히트의 동상. 또 일요일의 마우어파크.

6. 한국에서 없어도 될 것을 꼽는다면?

정치인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부패한 정치인들. 어디 갔다가 팔데도 없다.

7. 최근 열중하고 있는 일은?

마드리드와 아비뇽에서의 예술과 연극에 관한 경험을 각각 책으로 쓰고 있다. 내용과 구성은 좀 다르겠지만 ≪베를린 천 개의 연극≫과 비슷한 형태의 작업이다. 그리고 직장인인 아마추어 배우들과 함께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과 조"를 홍대 카페에서 무대화시키는 일을 하고있다. 객석 15 석의 한국에서 가장 작은 무대가 될 것 같다.

8. 늘 소지하는 것, 세 가지만 꼽는다면?

만년필, 책, 전자사전(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가 다 들어있음)

9. 독일의 문화 업적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뮤지움인젤이나 쿨투어포룸같은 고전적인 박물관들과 함부르크 반호프 뮤지움같이 현대예술 작품들이 가득한 공간들이 동등하고 균형있게 인지되고 다루어지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10. 독일을 맛으로 표현한다면?

글쎄.....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먹어보면 미묘한 중독성이 있는 커리부어스트(커리 소시지)같은 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