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게임하기 지식, 게임과 만나다

컴퓨터게임이 책처럼 일종의 문화콘텐츠로 인식되면서 도서관 장서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도서관들도 조금씩 '게임방'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도서관의 미래가 게임을 얼마나 접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좋을까?

예부터 놀이와 학습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둘이 결코 상극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아동과 청소년들은 모두가 비디오게임과 더불어 성장하고 있고, 실제로 그 아이들은 게임과 공부 혹은 숙제 하기가 서로 융합될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처럼 어렵게만 여겨지는 문제도 가상의 세계에서는 '놀다 보니 나도 몰래 어느새' 해결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컴퓨터게임 안에는 분명한 목표, 즉각적인 피드백,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극복, 창의적 사고와 사회적 소통 기회 등 성공적인 학습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게임 속 세계에서는 복잡한 과정들이 단순화되어 있고,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탐색하기가 용이하며, 시범적으로 테스트도 해볼 수 있다.

컴퓨터게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나이와 학력을 불문하고 모두가 컴퓨터게임에 빠진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게임 속 원리를 게임 밖 세계에서 체험할 기회도 적지 않다. 본디 컴퓨터게임에만 적용되던 원리와 원칙들을 게임과 상관 없는 다른 분야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컴퓨터게임 속 원리를 동기부여나 특정 행동양식 유도에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이런 경향을 전문용어로는 '게임화(gamification)'라 부른다.

도서관 이용 실적에 따른 포인트와 배지

게임화 트렌드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도서관 분야에도 이미 해당 기법이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미시건 주 앤아버(Ann Arbor) 시립도서관은 이용객에게 "썸머게임(Summer Game)"이라는 게임을 제공하여 각종 도서관 서비스와 재미를 부여하고 정보활용능력을 고양시켜, 이용객들의 도서관 방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성적이 좋은 이용객들에게는 보상도 주어진다. 장서목록에서 주어진 도서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도서관 관련 포스팅을 할 경우 포인트와 배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획득한 포인트는 나중에 상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비슷한 소프트웨어로 "라이브러리 게임(Library Game)"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소프트웨어는 도서관 자체 시스템에 통합되어, 각종 도서관 이용활동을 게임으로 바꿔줄 수 있다. 도서 대출과 반납, 추천이나 서평 작성 등에 점수가 주어지고, 언제든지 자신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등급이 빨리 오르려면, 여러 가지 항목을 결합하면 된다. 이를 테면 일주일에 세 차례 도서관에 가고, 특정 작가의 작품 모두를 읽거나,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대출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제도 덕분에 도서관 이용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기도 한다.

컴퓨터게임은 디지털시대의 핵심 미디어라 할 수 있고, 2008년 문화상품으로 인정받은 이래 고전적 문화매체인 책과 동등한 문화 전달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와 지식 전달 분야에 있어 컴퓨터게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게이밍 분야의 카운슬러이자, 《게이밍과 도서관(Gaming und Bibloitheken)》의 저자인 크리스토프 데그(Christoph Deeg)는 "도서관 스스로 게임문화의 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거기에 발맞춰야 한다"라고 말한다. 단, 그러자면 문화적 인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야 한다는 전제도 덧붙였다.

'게임방'으로서의 도서관

몇몇 도서관들은 이미 멀티미디어 자료목록에 게임을 포함시켰다. 게임 공간을 제공하고 여러 명이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실험 중인 도서관도 있다. 예컨대, 쾰른시립도서관은 게이머들을 위한 이벤트를 도서관 행사에 정기적으로 포함시키고 있고, 쾰른 시 칼크(Kalk) 구역의 구립도서관은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지식도 쌓을 수 있는 "games4kalk"라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칼크 구립도서관은 게임존을 따로 설치하고 매주 테스터들을 초대해 새로운 게임들을 시험한다. 다양한 세대가 동시에 게임에 참가하는 행사와 정기적 토너먼트 개최도 고려 중이다. 그런가 하면 노이키르헨-플린(Neukirchen-Vluyn) 시립도서관에서는 "daddelBIB"라는 멀티미디어 자료실을 개설한 뒤 아동과 청소년을 초대해 각종 컴퓨터게임을 테스트하고 직원의 지도 하에 함께 게임을 즐기게 하고 있다. 미디어자료를 이용한 교육프로젝트인 "닥터 고스트해커 – 한밤중에 도서관에서(Dr. Ghosthacker – nachts in der Bücherei)"도 아동과 청소년들의 발길을 도서관으로 이끌고 있다. 고스트해커는 범죄자를 체포하는 방식의 게임을 통해, 제공되는 미디어와 친숙해지고 멀티미디어 이용능력도 향상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쾰른시립도서관 분권적 도서관 운영 부서의 팀장인 코르둘라 뇌첼만(Cordula Nötzelmann)은 "점점 더 많은 도서관들이 컴퓨터게임이 현재 가장 중대한 매스미디어이고, 엄청난 흡인력으로 젊은 층들을 도서관으로 불러들일 것이며, 지식전달에 있어 더 없이 좋은 매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게임을 통한 학습'이라는 컨셉트는 아직 독일 도서관 운영 분야에 확고히 통합되지 않았다. 만약 썸머게임 사례처럼 도서관 이용 체계를 게임화하거나 게임을 하듯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줄 수만 있다면 분명 새로운 형태의 교육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게임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된다면 공부는 저절로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