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e스포츠 가상 세계의 우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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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스포츠 | 사진: Malte E. Kollenberg

SF 컴퓨터 전쟁 게임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나라들도 해당 분야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엄선된 플레이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대는 잔디구장도 클레이코트도 아닌 컴퓨터였다. 그해 3월,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나라 한국이 스타크래프트II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곰TV는 해당 대회를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II의 홍보를 위해 조직했다.
 
한국은 이미 수년째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 출신 게이머들 중 한국 게이머들과 견줄 만한 실력을 갖춘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스타크래프트II 월드챔피언십은 사실상 한국 대 나머지 모든 국가들의 대항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챔피언십 우승에 필요한 실력을 갖춘 게이머들이 나머지 나라들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에 관한 한 천하무적 국가로서의 위상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세 종족이 서로 배틀을 벌인다. 그중 테란은 인간 종족으로, 인류와 비슷한 프로토스족이나 벌레와 비슷한 저그족과 전투를 벌인다. 두 번째 파트는 머나먼 행성들에서 치뤄지는 전쟁들인데, 여기에서는 군대를 조직하고 지휘하며 공격 작전을 짜고 방어선을 구축하게 된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시간적 압박 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오리지널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체스의 말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세 종족 간의 배틀과 균형이었다.
 
하지만 이후, 스타크래프트II를 홍보하기 위해 조직한 곰TV의 행사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는 모두들 오리지널 버전이 아닌 스타크래프트II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타크래프트II는 차세대 게이머들을 탄생시켰다. 스타크래프트II를 즐기는 이들은 대개 냉전의 끝자락에 태어났거나 냉전이 이미 종식된 후에 태어난 이들이다. 그런 가운데 이제 젊은 여성들도 서서히 스타크래프트라는 디지털 배틀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

2014년, 여성 프로게이머 김가영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아프로디테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녀는 테란족 소속으로, 한국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프로게이머가 된 지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김가영은 25세라는 젊은 나이로 최고의 여성 게이머 대열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이름없는 아웃사이더에 불과했지만, 최초로 참가한 프로리그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그런데 김가영은 한국 게이머들이 나머지 그 어떤 국가의 게이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처럼 이렇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여자라서 남자 게이머들이 대부분인 팀훈련소에 합류할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한다. 팀훈련소에서 합숙을 하면서 배우면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게이머의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신들의 디지털 군사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프로디테, 즉 김가영은 “여성 게이머들이 늘어나면 여성들만을 위한 리그가 생겨날 수도 있다”라며 이러한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설령 그로 인해 자신의 우승 확률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자기는 좋게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컴퓨터 게임 리그들은 대개 일반 주택이나 사무실을 개조한 스튜디오에서 개최되고, 모든 게임은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그렇게 볼 때 사실상 게임 전용 공간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그간 세 개의 e스포츠 스타디움이 마련되었다. 게이머들은 그곳에서 분리벽이 설치된 자신만의 공간 안에서,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의 응원 함성으로부터도 차단된 채 오직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한국 e스포츠 협회의 홍보부 부국장인 김화경은 "스타디움 세 개가 모두 서울에 있다. 하나는 용산, 하나는 강남, 하나는 서울 지하철 삼성역 부근에 위치해 있고, 그중 9년 전 조성된 용산 스타디움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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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도는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빠르다. 비전문가라면 게이머들이 펼치는 '파티'를 라이브로 감상하면서도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e스포츠만 다루는 게임 전문 채널들이 많이 생겨났고, 해당 채널들은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매치 상황들을 연달아 중계하고 있다. 그런 배경 하에 실력이 뛰어난 게이머들은 인기 스포츠 스타 대접을 받는다. 스폰서 계약을 맺기도 하고 수십 만의 팬들도 거느리게 되는 것이다. 개중에는 연간 수입이 수억 대에 이르는 게이머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축구계에서 볼 수 있듯 전직 프로게이머가 캐스터나 해설자로 전향한 경우도 있다. '샤우트캐스터'라 불리는 이들 중에는 게이머만큼이나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독일 출신의 가장 유명한 샤우트캐스터는 아마 토마스 킬리안(Thomas Killan, 닉네임: Khaldor)일 것이다. 만하임 출신의 게임 해설자인 킬리안은 32세의 나이에 한국에 왔고, 곰TV를 통해 영어로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팬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킬리안은 한국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굴의 1위를 유지해 온 건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역동적인 변화가 급속도로 일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킬리안은 이주하려고 한다. 자체 채널과 스튜디오를 구축한 덕분에 '재택 해설'이 가능하지만, 자신이 캐스팅하는 게임들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개최되지 않기에, 시차 때문에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런데 게이머들의 일상은 사실 일반인들의 일상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팀하우스에서 합숙하는 동안 훈련 시간, 휴식 시간, 식사 시간 등 모든 일상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팀하우스는 게이머팀 전체가 함께 모여 살면서 매일 '랜 파티(LAN Party)'를 벌이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곳에서 게이머들은 가상의 군대들을 지휘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의 숙소는 실제 병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연병장은 거실이다. 팀원들 모두가 모니터 앞에 줄지어 앉아서 훈련을 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게 이머 이원표(닉네임: Curious)도 그런 팀하우스 중 하나에 살고 있다. 전체 팀을 이끄는 대장은 아니지만, 과거 수상 경력이 꽤 화려한 편이다. 24세의 이원표는 스타크래프트II 말고 다른 어떤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지 상상조차 못한다며, "가능하기만 하다면 최대한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별 생각 없이 취미로 시작했다가 토너먼트 우승까지 가게 되었고, 그 이후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한 국의 게임 산업은 이제 돈이 되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6월 30일 공개한 발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은 게임 산업을 통해 100억 원 가량의 수입을 기록했다. 그중 30억 원은 오로지 디지털 상품 수출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컴퓨터게임이 한국 창조 산업 분야 수출액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