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잼 모니터 앞에서의 마라톤

쾰른 이노게임스 게임잼에서의 가상 현실
쾰른 이노게임스 게임잼에서의 가상 현실 | 사진(부분): © 이노게임스 게임잼

독일에서 게임잼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잼 참가자들은 제대로 작동하는 컴퓨터 게임을 몇 시간 만에 개발한다. 참가자들은 또 이러한 행사를 통해 팀워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분주한 움직임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강당에는 책상들이 붙여져 있고, 참가자들이 조별로 책상 주위에 앉아 있거나 서 있다.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토론하는 사람들도 있고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금년 8월 쾰른에서 게임스콤(Gamescom) 게임 박람회가 열렸는데, 이 기간 동안 이노게임스 게임잼이 열려 27개 국에서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가면’이다. 이 주제에 맞춰 모든 참가자들은 게임을 만들고 결과물을 48시간 안에 발표해야 했기 때문에 커다란 시간적 압박을 받으면서 작업해야 했다.

조를 짜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야 한다

참가자들이 시간적 압박 아래서 창의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엄청난 재미를 느끼는 것이 게임잼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다.  게임잼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2000년 초반 한 무리의 컴퓨터 게임 개발자들이 미국에 모였고, 조를 짜서 실험적인 게임 시안을 구상했다. 이렇게 한 곳에 모여서 즉흥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재밍(Jamming)은 점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게임잼이 개최될 정도로 성장했다. 이 중에서 인터넷 상에서 진행되는 게임잼도 상당히 많다. 독일에서도 게임잼이 점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거의 매주마다 독일에서 게임잼과 비슷한 형식의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 주로 게임회사들이나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들이 이런 행사들을 조직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게임잼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독립된 창업회사들 덕분에 이익을 보고 있다.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과 같은 대도시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조를 짜서 독창적인 게임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창업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게임잼을 통해 다른 분야의 대표들이나 게임 개발 업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는다.  쾰른에서 열린 이노게임스 게임잼은 독일에서 열린 게임잼 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48시간이라는 제한시간 동안 총 39개의 게임을 제출했고 심사위원회는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 몇 개를 선정했다. 선정된 게임 가운데 '파놉테스(Panoptes)' 라는 가상 현실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에서는 가면을 쓴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아주 작은 인물을 쫓아야 한다. 또 양 세 마리가 양으로 변장을 한 늑대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 '양으로 변장한 늑대(A Wolf in Sheep's Clothing)'라는 게임도 상을 받았는데, 이 게임은 최대4명까지 플레이 가능하다. 

양으로 변장한 늑대(참가팀: NPSheeps) 양으로 변장한 늑대(참가팀: NPSheeps) | 사진(스크린샷): © 이노게임스 게임잼

제한 시간 안에 창의력을 보여줘야 한다

게임잼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요한네스 크리스트만(Johannes Kristmann)은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 게임잼의 기본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제한시간은 8시간에서 일주일까지 그 폭이 아주 넓다. 크리스트만은 베를린에 위치한 마쉬넨 맨쉬(Maschinen Mensch)의 공동 창업자이다. 그는 인터넷 상으로만 진행되는 루두 데어(Ludum Dare)나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벌 게임(Global Game) 등 이미 많은 게임잼에 참여했다. 베를린에서 최근에 알트 콘트롤 게임잼(Alt Ctrl Game Jam)이 열렸는데, 이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기존의 입력방식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악기나 과일을 이용해 조종기를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게임잼은 행사 직전에 주제를 발표하는데, 주제들이 '도망' 이나 '발견' 과 같이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주제를 비교적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  또 어떤 게임잼은 기차, 배나 성과 같이 특이한 장소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우선순위는 경쟁이 아니다

크리스트만은 게임잼의 종류가 아무리 다양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게임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서 프로그래머, 그래픽 다자이너, 사운드 트랙 작곡가뿐 만 아니라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게임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쾰른의 게임잼처럼 상을 주는 행사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한다. 게임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잼을 통해 순수하게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프로젝트를 운영하거나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생각차이를 조율하는 방법 등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크리스티안 얀센(Christiaan Janssen)도 같은 생각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크리스티안 얀센은 동료인 토비아스 베룸(Tobias Wehrum)과 이반 가보위치(Iwan Gabowitsch)와 함께 베를린 미니 잼(Berlin Mini Jam)을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미니 잼은 2010년 가을부터 매월 열리고 있다. 시간 제한이 8시간으로 정해져서 상당히 빡빡하기 때문에 행사를 운영하는 데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한다. 다른 행사처럼 며칠간 진행된다면 운영자들이 참가자들의 숙박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베를린 미니 잼은 토요일 크로이츠베르크에서 열린다.
얀센은 베를린 미니 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했다. 행사가 시작되면 우선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다. 그리고 나서 토비아스 베룸 은 환영사를 통해 게임잼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소개한다. 소개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각자 하고 싶은 주제들을 제안하고 이 중에서 다수결을 통해 주제를 정하게 되고 이로써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4명에서 5명 사이로 조를 짜게 되는데 매 행사마다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나온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이 끝나면 구체적인 일들이 시작되는데,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짜고, 그래픽을 다지인하고, 플롯을 구상하고 적절한 배경음악과 음향효과를 찾아야 한다. 행사가 끝날 무렵 각 팀들은 빔프로젝터를 통해 여덟 시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보여준다. 게임이 처음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긴장되는 순간이다. 꼭 컴퓨터게임을 개발할 필요는 없고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만들어도 문제 없다고 한다.

게임잼에서 발표되는 게임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제공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게임잼에서 발표되는 작품들은 이후에 어떻게 되는가? 불행히도 이 중 70~80%는 더 이상 계속해서 개발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서 시장에 선보일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참가자들이 계속해서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TRI 라는 어드벤처 게임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 게임은 할레에 위치한 랫킹(Rat King) 게임업체가 개발해서 2015년 독일 컴퓨터 게임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대부분의 게임잼 출품작들은 itch.io 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 되어 일반 대중에게 제공된다. 게임잼 출품작들의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다른 게임에서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크리스티안 얀센은 게임잼이 독일에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게임잼을 조직하고 참가자들을 상담하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마쉬넨 맨쉬 사의 리아드 제미리(Riad Djemili)와 함께 괴테 인스티투트를 위해 '게임 안에서의 정치와 예술' 이라는 주제로 게임잼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게임잼은 2018년까지 여덟 개 나라를 돌면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