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교육
바흐, 베토벤, 브람스의 나라에서 음악 공부하기

독일의 음악 교육은 세 개의 기둥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음악 교육, 교외기관으로서의 사설 및 공공 음악학교가 제공하는 악기나 성악 수업, 음악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전문 음악가 또는 음악교육자 양성교육이 그 기둥들이다.

슈투트가르트 국립 음악대학의 대학 교향악단 슈투트가르트 국립 음악대학의 대학 교향악단 | 사진: 슈투트가르트 국립 음악대학 19세기에 들어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주회들이 개최되면서, 음악 교육의 저변 확대에 대한 염원이 싹트고 취미 또는 전문 음악가를 위한 교육의 질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1846년 뮌헨에서처럼 제후들이 음악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가 하면, 1843년 라이프치히의 멘델스존 바르톨디처럼 개별 예술가들이 활발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혹은 1857년 슈투트가르트에서처럼 오직 시민들의 발의로  19세기 중반에 '콘서바토리움(Konservatorium)'이라는 형태의 학교가 설립되기도 했다. 당시의 초기 콘서바토리움들은 훗날 ‘음악 대학’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당시의 이러한 음악대학들은 수많은 개인 교습자를 양성하는 동시에 취미 음악가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었다. 그러다가 1920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외기관으로서의 음악학교들이 설립되면서 음악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두 번째 기둥이 마련되었다. 이후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음악대학들은 국립 김나지움의 음악교사들을 양성하는 업무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음악대학들은 보다 국영화되었으며 이전까지는 주로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던 음악대학들이 보다 탄탄한 제도적 안정성을 지니게 되었다. 음악 교육을 지탱하는 세 번째 기둥 역시 19세기 말 무렵에 형성되었다. 일반 학교들에도 음악 교육이 도입된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독일의 기본적 음악교육 및 전문 음악가 양성을 지탱하는 3대 제도라 할 수 있다.

3대 제도 

1949년 독일민주공화국이 수립될 때에도 이러한 전통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시기에 수많은 지역 음악학교들과 국립 음악대학들이 설립되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이 때부터 독일의 일반 학교들은 기본적인 음악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악기 및 성악 수업은 900개 이상의 사립 또는 공공 음악학교들과 서 강사들이 맡고 있다. 전문 음악가와 음악교육자의 양성은 국립 음악대학이나 교회 소속 음악대학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 세 기둥 덕분에 독일은 음악 교육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 안에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음악학교들이 음악 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일반 학교의 음악 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을 줄여도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반면, 음악학교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재정 곤란을 겪을 때마다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음악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음악학교들이 처한 상황과는 달리 음악대학들은 이러한 교육정책적 갈등에 거의 휘말리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에는 교회에 소속된 11개의 음악대학들이 있는데, 이 대학들은 주로 규모가 작고 교회음악가 양성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종합대학교나 전문대학교의 소속기관으로 운영되는 음악대학들도 있으며, 24개의 국립음악대학들이 있다. 이 세 형태의 대학들이 독일 내 전문 음악가 및 음악교육자의 양성을 책임지고 있다. 24개의 국립음대들은 1950년에 이미 독일음악대학총장협회(Rektorenkonferenz der deutschen Musikhochschulen)를 결성했다.
 
독일음악대학총장협회 소속 음악대학들의 커리큘럼은 전문 음악가 과정, 전문 음악교육자 과정, 학교음악 전문가 과정, 교회음악 전문가 과정의 네 분야로 구분된다. 학교음악 전문가 과정은 김나지움의 음악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독일의 전통에 따라 김나지움의 음악수업에서는 악기 연주를 특별히 가르치지 않으며, 학교음악 전문가 과정의 커리큘럼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교회음악 전문가 양성 과정은 전문 오르간 연주자나 성가대 지휘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오르간 연주나 성가대를 이끄는 방법 등이 커리큘럼의 핵심을 이룬다. 독일에서 악기 레슨이나 성악 수업은 앞서 언급했듯 사설 또는 공공 음악학교나 개인 강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전문 음악교육자 양성 과정에서는 악기나 성악 수업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러한 강사들을 양성한다.

다양한 전공

가장 세분화되어 있는 분야는 바로 전문 음악가 과정이다. 이 과정은 오케스트라 및 실내악 단원, 합창단원, 악기나 성악 분야의 솔리스트 양성을 중점 목표로 삼고 있으며,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각종 악기나 피아노, 기타, 성악 등의 다양한 전공 분야로 나뉘어 있다. 모든 음악대학에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학과들도 있다. 아코디언, 고음악, 전자음악, 재즈와 팝, 전문 오르간 연주, 사운드마스터 분야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학과들의 설립 여부는 음악대학 소재지의 특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성악 수업에 더하여 무대 퍼포먼스도 가르치는 음악대학 산하 특별기관인 '오페라 학교'들의 경우에는 그 지역에 전문 무대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전문 음악가 과정 학생들 중에는 악기나 성악이 아닌 지휘, 작곡, 음악 이론, 청음, 음악학 등을 전공하는 이들도 많다. 독일 음악대학들은 종합대학교와 같은 지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음악학이나 음악론 분야에서 박사 학위와 교수 자격을 취득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유럽 내 학위제도의 단일화 일환으로 도입되었고 독일 대학에서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학사 및 석사 학위제 덕분에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분야는 한층 더 세분화되었으며, 이러한 전공 분야들은 주로 직업적 필요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 그 범주는 초등음악교육자, 음악조기교육, 구음악 또는 신음악 전문가, 악기교육자, 전문 반주자 과정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다.
 
한편 독일의 음악대학들은 매우 국제적이다. 학생들의 국적이 40개국 혹은 50개국인 음악대학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들도 전 세계의 많은 음악가 지망생들이 독일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바흐와 베토벤, 브람스와 바그너의 고향에서 음악을 배우고 실력을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연극이나 오케스트라 문화가 그 어떤 나라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독일이 지닌 매력 중 하나이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독일만큼 많은 오페라하우스와 공공 오케스트라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 그 덕분에 독일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에서 실습을 할 기회가 많아 실무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새로운 직업

실무에의 접근성이 중요한 이유는 음악가들의 경우 직업 음악가로서 첫 발을 내딛기가 특히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전반적인 학생수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김나지움 음악교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 전체 학생수에서 김나지움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지자체나 연방 정부의 재정 감축으로 인해 학교의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국립 혹은 시립 오케스트라의 여건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이미 몇 년째 신규 채용 단원의 숫자가 우려될 만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음악 전공자들이 졸업 후 개인 레슨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솔로 연주자로 활동하거나 실내악 단원으로 무대에 서는 이들도 많고, 취업난 속에서 새로이 등장한 직업군으로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페스티벌에서 활동하는 독립 오케스트라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에서 활동하려면 이에 필요한 노하우부터 습득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음악대학들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음악 관련 기획 또는 매니지먼트 같은 분야도 가르치고, 창업세미나와 같은 경력관리서비스도 제공한다.
 
앞서 살펴보았듯 독일 음악대학들은 독일만이 지닌 풍성한 음악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리큘럼과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학교에서는 오히려 음악 수업이 줄어들거나 다른 과목과 병합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과외기관으로서의 공립 음악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음악대학들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음악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벌써부터 비싼 레슨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밖에도 독일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시민들이 음악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음악 엘리트 교육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보다는 음악 교육의 저변 확대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영재도 더 많이 발굴하여 지원할 수 있고, 더 많은 시민들을 연주회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며,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능력을 갖춘 시민들이 음악대학에서 전문적 교육을 받은 뛰어난 연주자들의 실력을 한층 더 깊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