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민박물관 꿈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노이어하펜 항구에 위치한 독일이민박물관
노이어하펜 항구에 위치한 독일이민박물관 | 사진(부분): © 독일이민박물관/Kay Riechers

독일이민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피난과 이민이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브레머하펜에 소재한 이 박물관은 수많은 독일인들 역시 고향을 등져야 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독일이민박물관의 목조로 된 전면에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거기에는 “꿈!”이라고 적혀 있다. 그 문구는 이제 곧 박물관 안에서 마주치게 될 스토리들을 하나의 극적인 드라마로만 바라보지 말고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과감한 행보의 출발점으로 이해하라는,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을 향한 요구이다. 생각해보면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더 나은 삶의 시작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쩌면 이민자들은 모험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 아닐까? 이민이 어쩌면 각자 자기가 품은 꿈의 자취를 좇아가는 여행이 아닐까?

시간여행으로의 초대 시간여행으로의 초대 | 사진: © 독일이민박물관/슈테판 폴크 물론 그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브레머하펜의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그러한 사실을 점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이민박물관은 2005년 독일 유일의 이민박물관으로 건립되었고, 소재해 있는 작은 항구는 1830년 이래 720만 명이 ‘신세계’를 찾아 길을 나선 곳이다. 이민박물관은 한눈에 확 들어오지만 결코 화려하지는 않은 건물이다. 그리고 그곳은 대양을 가로지르는 힘든 여정을 앞둔 이들과 그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했던 이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모여들었던 곳이다. 이민은 고향을 등지는 것, 자신의 뿌리와 단절되는 것, 알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길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충분한 이유 없이는 누구도 쉽게 감행하지 않을 행위인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유는 방랑벽이나 모험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궁핍이나 전쟁, 탄압, 정치적 압력 같은 이유들이 더 관련이 있다.

이민자를 환영하는 분위기에 희망을 걸었던 시절

이민박물관은 정확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현대 사회에 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난민’이라는 주제는 최근 들어 특히 더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일부 독일인들은 아직도 자국 내에 외국인 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망명 신청자를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한 불안감을 종식시키려면 누군가가 앞장서서 난민들의 유입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고취시켜야만 한다. 그 누군가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 이민이 얼마나 큰 고통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모두에게 환기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과거 역사를 되돌아볼 때, 몇몇 유럽 선진국 국민들의 착각과는 달리 이민이나 피난이 비단 타국민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독일도 한때 이민자들을 내보내던 나라였다. 당시 독일 이민자들은 가려는 나라의 국민들이 개방적인 태도로 자신들을 받아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한편, 이민박물관에서 자신의 족보와 조상들의 이민 이력도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이 족보검색실에서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친족들의 자취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민은 작별을 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민박물관에 가면 그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그 전시실의 한쪽 벽면에는11월 아침의 분위기를 풍기는 증기선 ‘란(Lahn)’ 호의 선체 옆면이 재현되어 있다. 부두의 가로등들은 어스름한 불빛을 내뿜고 있고, 짐가방을 가득 실은 리어카들이 널려 있으며, 배에서는 쇳소리 같은 소음이 들려온다. 박물관 디자이너가 그 공간 안에 세워둔 밀랍 인형들의 표정에는 불안한 기대감과 고통, 신중함 같은 감정들이 묻어 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이곳에서 승선을 앞두고 결심을 번복하기도 했다.

‘신세계’를 찾아나선 이민자들의 운명

이민박물관은 결코 방문객들에게 자극적인 인상을 심어주려 하지 않는다. 이민이라는 주제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려 들지도 않는다. 박물관 내 전시물들은 이민자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어놓은 여정을 담담하게 재현하고 있을 뿐이다. 관람객들은 항해선 선실 속에서 예전 이민자 세대들이 겪었던 항해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뱃멀미와 지루함, 보잘것없는 식사, 비위생적인 환경 등으로 인한 고통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기기에 칩카드를 갖다 대면 몇몇 이민자들의 생생한 스토리도 들을 수 있다. 예컨대 독일민주당(DDP) 소속 정치가이자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내무부 및 법무부 장관을 지낸, 브레머하펜 출신의 에리히 코흐-베저가 1933년 말 나치의 정권 장악 이후 브라질로 떠나야 했던 사연도 들을 수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보면 고요한 가운데 간간이 각종 소리들이 들려온다. 돛을 흔드는 바람소리, 어두컴컴한 선실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 증기선의 출항을 알리는 신호음들이다. 둥근 창 밖으로는 파도에 넘실대는 바닷물이 보인다. 그렇게 한편으로는 승선의 고통을 느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민자들을 가득 실은 대형 증기선 1등 선실의 안락함도 느낄 수 있다. 박물관 측은 방문객들에게 당시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야 했던 이민자들을 둘러싼 환경을 알려주는 동시에 목적지에 도착해 새 삶을 시작해야 했던 이민자들의 감정적인 측면도 소개하고 있다. 경제 기적의 나라 미국에 도착한 이민자들 중 많은 이들이 비숙련 노동자로 일하면서 힘든 삶을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둔 이들도 있었다. 칼 래믈이 대표적 인물이다. 래믈은 1884년 17세의 나이로 브레머하펜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고, 이후 미국 내에서 대성공을 거둔 영화제작자가 된 인물이다.

이민자들의 자취를 따라가고, 그들이 느꼈던 고통과 그들이 품었던 희망, 실현된 꿈과 실현되지 않은 꿈들을 직접 느껴보는 체험은 그야말로 특별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느낀 감정들은 오늘날의 난민 물결과 필연적으로 연계된다. 지금 자국을 등지는 난민들이 한때 독일 이민자들이 겪었던 것보다 더 버거운 고통, 더 큰 절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결국 시리아와 에리트레아, 아프가니스탄에도 제발 다시 평화가 정착되기를, 그리고 그곳에도 이민박물관이 생기고 건물 전면에 “꿈!”이라는 글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리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Promised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