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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제로에너지주택
미래 세대를 위한 주택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이지하우스는 한국 제로에너지주택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이지하우스는 한국 제로에너지주택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 사진: 노원이지센터

2030년까지 한국은 BAU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국제사회와 합의했다.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인 이지하우스는 철저한 기밀과 단열로 전기 낭비는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일반 주택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20% 줄였다.

지구의 기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전 세계가 폭염과 한파, 슈퍼태풍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8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을 기록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은 온실 가스로 꼽힌다. 산업화 이후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온실 가스의 배출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5년 195개국이 파리협정을 체결,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20년 BAU(목표연대 배출전망치) 대비 37%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지난 2019년 9월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안을 발표해 온실가스 4대 배출원인인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부문에서 총 91%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다.

건축 에너지 효율 강화방안 시급

세계적으로 주택을 포함한 건물과 건축부문이 지구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36%를 차지한다. 서울시의 경우 전력사용량의 83%가 건물에서 쓰이고 있으며 이는 서울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56.8%를 차지한다. 그만큼 건물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한국의 경우 전력 생산의 66%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면서 신재생 에너지 위주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는 ‘제로에너지 빌딩’이라는 에너지 효율을 강화한 건축물을 연구하고 건설하기 시작했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건축물에서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패시브) 태양광, 지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액티브)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건물을 말한다. 정부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의무화해 2030년부터는 새로 지어지는 모든 건축물에 제로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 첫 제로에너지주택 등장

노원 에너지제로주택단지 이지하우스(EZ(Energy Zero) House)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에 앞서 실제 검증을 위해 지어진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주택단지이다. 2013년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한 ‘제로에너지주택 공동단지의 표준모델 개발’ 사업에 국토부와 서울시, 노원구, 명지대 산학협력단 네 주체가 참여했으며 그로부터 5년 후인 2017년 10월, 이지하우스를 완공했다. 아파트 3동과 연립 9세대, 합벽주택 4세대, 단독주택 2세대까지 총 121세대이다.

이지하우스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주택, 합벽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지하우스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주택, 합벽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 사진: 노원이지센터
이지하우스를 통해 5대 에너지 사용처(난방, 냉방, 온수, 환기, 조명)를 기준으로 연간 에너지소비량과 생산량의 차이가 제로(0)인 공동주택을 구현해내고자 했다. 또한 별도의 냉난방 장치 없이도 실내 온도를 여름철에는 26~28도, 겨울철에는 20~22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 완공 이후 이지하우스는 국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와 녹색건축물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2018년 8월엔 102동 건물이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PHI)로부터 패시브하우스(Passive Classic) 인증을 받았다. 패시브하우스란 연간 단위면적당 1.5리터 이하의 난방에너지로 운영가능하며 경제적이면서도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건축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6가지 설계요소를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외단열, 고기밀, 외부블라인드, 열교차단, 3중유리시스템 창호와 열회수형 환기장치이다.

패시브, 액티브 기술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

이지 하우스의 두 가지 핵심은 단열과 기밀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과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액티브(Active) 기술이다. 단열재를 외부에 부착해 콘크리트와 단열재 사이의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결로와 곰팡이를 방지하고 열효율을 높였다. 또한 3중 유리 사이에 비활성기체인 아르곤가스를 채워 대류에 의한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유리에 로이(Low-E) 코팅이라 불리는 은나노 입자 코팅을 해서 여름에는 외부의 열을 반사시키고, 겨울에는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건물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길인 ‘열교(Thermal bridge)’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자재들을 사용했다.
    
또한 창문을 여는 대신 열회수형 환기장치로 환기하게 했다. 실내의 따뜻하지만 오염된 공기가 열회수형 환기장치로 들어가면 바깥의 신선한 공기와 만나 열을 교환한다. 이를 거쳐 신선하지만 따뜻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한다. 이렇게 열회수형 환기장치로 자칫 환기 과정에서 열이 손실되는 것을 막는다. 이외에도 외부 블라인드 사용을 통해 겨울에는 햇볕을 받아들이고 여름에는 햇볕을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전력 생산은 태양광과 지열 두 가지로 이뤄진다. 햇빛의 동선을 따라 각 건물의 동쪽, 남쪽, 서쪽 벽면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407M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난방, 온수, 냉방, 조명, 환기 5대 에너지와 지열 히트펌프 구동에 사용된다. 또한 지하 160m에 48개의 구멍을 뚫어 130RT 용량의 열에너지를 생산한다.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 이응신 교수는 “이지하우스가 생산한 신재생 에너지의 1차 에너지량이 5대 에너지의 1차 에너지 소요량의 122%(2018년 3월-2019년 2월)로 나타났다”며 “국제적 평가기준으로 봤을 때 에너지 자급률 122%를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는 5대 에너지와 지열펌프 가동에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한다.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는 5대 에너지와 지열펌프 가동에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한다. | 사진: 노원이지센터

기존 주택대비 많은 에너지 절감, 입주민도 ‘만족’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7월에도 이지하우스의 세대 평균 전기요금(5대 에너지, 가전제품, 공용전기요금 포함)은 44000원을 기록했다. 이응신 교수에 의하면 이지하우스는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난방 에너지는 50-60% 이상, 냉방의 경우 30% 정도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입주민 유미희 씨는 “집이 환기가 잘 되고 습도와 온도 조절도 쉬워 만족하고 있다”며 “지난 겨울에는 난방을 따로 켜지 않고 지냈을 정도”라고 말했다. 입주 2주년을 앞두고 입주민들을 상대로 앞으로도 거주할 것인지 조사한 결과 전 세대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원 이지하우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보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저감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더 많다. 그래서 일반주택과 비교했을 때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120%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높은 건설비용과 사회적인 인식은 향후 에너지제로주택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지하우스의 경우 건설비용이 일반 공공임대주택 건설비용(2019년 기준)보다 15%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응신 교수는 “시공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제로에너지주택 건축자재의 국산화, 표준화, 대량생산이 필요하다”며 “비용에 대한 저항이 있는 만큼 공공 건축물에서부터 먼저 제로에너지 건축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제로에너지주택은 향후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구조 전환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