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페트라 그림 “윤리의식 없는 인터넷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페트라 그림 교수
페트라 그림 교수 | © 라드밀라 케를

비방성 댓글과 충격적인 사진들… 디지털 세계에 새로운 윤리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디어학과 교수이자 슈투트가르트에 소재한 디지털윤리연구소의 소장인 페트라 그림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2014년 독일에 유럽 최초의 디지털윤리연구소가 설립되었다. 독일인들이 온라인을 대하는 태도가 실제로 그 정도로 심각한가?

최근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외국인 혐오적인 댓글들이 달렸고, 그로 인해 논란이 분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비단 독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나 전통적 미디어 분야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기준을 이제 디지털 공간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도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인가?

도덕적 기준에 대해 선전하려는 게 아니다. ‘윤리’와 ‘도덕’은 서로 다르다. 윤리는 학문의 일종으로, 그 안에 도덕이 반영되어 있다. 도덕은 가끔 근거 없는 가치기준을 들이댈 때가 있다. 반면, 윤리학은 말하자면 어떤 기준이 왜 바람직한지를 밝혀내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이 꽤 있다. 온라인 상에서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발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단, 무한 자유를 보장할 경우 디지털윤리나 검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해질 것이 분명하다.

비방성 댓글이나 온라인 상의 집단적 마녀사냥에 대해 검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어느 정도 수준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리는 검열과 아무 상관 없는 개념이다. 토론을 통해 의견 일치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윤리이다. 윤리의식 없이는,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준 없이는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요즘 독일에서는 악성 댓글 작성자의 신상정보를 캐내서 공개하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고 있는 이런 식의 윤리의식 되찾기 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제가 많다고 본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법적 규정들이 존재한다. 뚜렷한 범죄 요건이 성립되는 경우, 독일법에서는 국민선동죄를 적용하여 형사적 처벌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이나 각종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이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혹은 시스템 상의 문제 때문에 악성 댓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누리꾼들이 직접 나서서 자체적으로 처벌할 일은 아니다. 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닌 것이다.

사진 공개의 윤리학

충격적인 사진들에 관한 윤리적 논란도 분분하다. 예컨대 이주민 가정의 아이가 술에 잔뜩 취한 모습 같은 게 인터넷에 공개되어 급속히 유포되기도 했는데?

그 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사진들이 바람직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역시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고 본다. 사진이 지닌 호소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사진은 말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다. 또,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사진 속 인물들이 미디어의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망자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런 사진들이 널리 유포되면 될수록 거기에 대해 무감각해질 위험도 높아진다. 언젠가는 인터넷 세상 전체가 ‘전쟁포르노(war porno)’로 도배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과격한 사진이나 댓글들이 무차별적으로 포스팅되는 뒤에 어떤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가?

익명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 뒤에 숨은 심리적 기제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거기에서 ‘공감에 따른 근시안(empathic shortsightedness)’이라는 용어도 탄생했다. 많은 이들이 온라인 세계에 접속하는 순간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입힐지를 망각해 버리는데, 자신의 행위에 대해 그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즉, 익명성에 대한 확신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

하지만 요즘 독일의 소셜미디어 세계에는 실명을 공개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도 간간이 보인다. 익명성이 고삐를 풀어주었다는 가설을 재검토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실명을 공개하는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렇게 표현함으로써 자기와 생각이 같은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 역시 그대로 유효하다.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때 많은 이들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을 택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견해야말로 다수의 의견일 것이라 생각한다는 이론이다.

악성 댓글들을 삭제하지 못하는 웹사이트들이 꽤 있다고 말했는데,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미국은 도가 지나치다 싶은 댓글들에 대해서도 의사표현의 자유를 적용하려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그와 다른 역사적 배경을 지닌 독일에서는 아무래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극우주의자들의 의견에 대해 매우 민감한 편이다. 반면 성인물이나 성적인 부분을 포함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인데, 미국은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해 더 강력한 검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