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
맞춤형 온 디맨드 방식

넷플릭스부터 애플 티비나 RTL 티비 나우까지. 독일에서 시리즈물 및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공영 방송사들도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세계 시장을 공략할 시리즈물을 직접 제작하기에 나섰다.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에 골드러시 현상이 일고 있다. 골드미디어 리서치 그룹이 내놓은 최신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19년 말 이들 유료 및 광고 기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독일에서만 총 36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수치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2024년까지 연 평균 13%의 성장이 예상된다.
2020년 초 독일에서 선두를 달린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스트리밍 구독 건수가 가장 많았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그의 가장 큰 경쟁자로 일일 이용자 수에서 앞서고 있는 넷플릭스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넷플릭스는 영화 외에도 이른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 ‘더 크라운’, ‘블랙 미러’와 같은 시리즈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후 2017년에는 독일 최초의 넷플릭스 제작물 ‘다크’를 출시했다. 아마존도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홈커밍’, 앤 해서웨이 주연의 ‘모던 러브’ 등 스타들이 출연하는 시리즈를 포함하여 독일 코미디 시리즈 ‘파스테브카’의 후속 시즌 등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넷플릭스와 아마존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에는 유료 TV채널인 스카이도 스카이 티켓(Sky Ticket)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했다. 디즈니 플러스(Disney+)도 2020년 3월 독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스타워즈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으로 단숨에 독일 스트리밍 차트 6위에 올랐다. 또한 민영 TV 방송사들도 스트리밍 사업에 진입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RTL의 티비 나우(TV Now)와 프로지벤자트아인스의 조인(Joyn)은 광고 기반 플랫폼으로 설계되었으나, 이제는 프리미엄 구독 옵션을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다. 또한 자체 제작한 작품들만 제공하는 애플 티비 플러스(Apple TV Plus)도 이번에 시장에 진출했다.
언더우드 부부가 펼치는 정치적 권모술수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 이용권을 구매하게 된 시리즈물 ‘하우스 오브 카드’ | 사진(부분): picture alliance/Everett Collection/David Giesbrecht
선형적 TV 시청에서 멀어지는 젊은이들
시청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보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독일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TV를 보지만, 전체 인구에서 TV를 시청하는 사람의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TV에 등을 돌리고 있다. ARD와 ZDF 방송사가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4세에서 29세 인구의 60%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TV를 시청한다. 그런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비디오를 시청하는 인구는 75%에 달한다. 젊은 미디어 이용자의 삼분의 이는 주요 방송사의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인터넷에서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답했다.
미디어 라이브러리를 통한 이원화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들도 이러한 시청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민간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는 동안 방송사 ARD는 미디어 라이브러리를 ‘대폭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TV에서 방영되기 전에 프로그램을 디지털 방식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일례로 역사 드라마 ‘우리의 아름다운 시간’은 미디어 라이브러리에서 미리 공개되었고, 약 760만 건의 온라인 조회수를 기록해 전통적인 선형적 방식의 TV 방송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토마스 벨루트(Thomas Bellut) ZDF 사장이 2018년 한 제작자 회의에서 이미 밝혔듯 ZDF의 미래는 미디어 라이브러리에 달려 있다. 앞으로 ZDF의 미디어 라이브러리인 ZDF 메디아테크(ZDF Mediathek)에서는 프로그램의 선형적 방송과 관련이 적거나 전혀 없는 콘텐츠도 제공될 것이다. ZDF 측의 정보에 따르면 ZDF는 메디아테크에서 조회수가 증가하고 있는 포맷인 자사의 전문 채널 ‘ZDF 네오(ZDFneo)’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 젊은 타깃 그룹은 특히 “자체 ZDF 네오 포맷, 외주 제작, 공동 제작 및 국제 라이선스 구매를 선호”한다고 한다. ZDF는 시리즈물 ‘드린넨’과 ‘리베.예츠트!’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동제한령이 내려졌을 무렵 단기간 동안 제작한 후 메디아테크에 우선 올리고 그보다 늦게 ZDF 네오에서 편집본을 방영하면서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성대한 개봉 축하 파티는 영화에 의해, 영화를 위해서만 열리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바빌론 베를린’은 여기에 새 기준을 세웠다. 2019년 말 바빌론 베를린의 세 번째 시즌 출시를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 사진(부분): picture alliance/Reuters/Annegret Hilse
세계적인 수준의 독일 영화
콘텐츠 및 디자인 측면에서 공영 방송사들은 세계적인 대형 작품들을 따라잡기 위해 이미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하우스 오브 카드’ 또는 ‘브레이킹 배드’에 대응하여 만든 것이 ‘배드 뱅크스’나 ‘바빌론 베를린’이다. 이들은 창의적인 각본을 기반으로 다층적인 캐릭터가 나오는 수평적 내레이션으로 수준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어 수 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공영 방송사들은 이러한 고품질 시리즈물을 만들기 위해 민간 방송사 또는 기업들과 힘을 합치고 있다. 첫 16개의 에피소드에만 3천 8백만 유로의 예산을 들여 수백 곳의 촬영 장소, 180일의 촬영 기간 및 5천 명의 단역 배우가 투입된 매머드급 시리즈인 ‘바빌론 베를린’은 공영 방송사 ARD와 민간 방송사 스카이의 합작품이다. 지금까지 제작이 완료된 시즌 세 개는 부분적으로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모두 유로 TV 채널에서 방송되었고 몇 달 후에야 ARD에서 방송된다. 미디어 매거진 DWDL이 던진 비판적인 질문에 대해 ARD의 폴커 헤레스(Volker Herres) 프로그램 편성국장은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만 “이런 고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세계 시장에서도 판매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배드 뱅크스’의 경우 방송사 ZDF와 아르테, 함부르크와 룩셈부르크의 두 민간 영화사와의 공동 제작물인데, 이는 그 동안 많은 국가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스칸디나비아와 미국의 훌루(Hulu) 등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에 판매되었다. 또 다른 대형 포맷의 작품을 위해 ZDF는 국제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남은 2020년에 제작이 계획되어 있는 프랑크 셰칭의 베스트셀러 소설 ‘변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영어로 촬영되며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프랭크 도엘저, 방송사 RAI, 프랑스 텔레비전 및 스칸디나비아 플랫폼 비아플레이(Viaplay)가 제작에 함께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