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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베를린국제영화제 블로거
옛날 옛적에… 인간이 있었다

댄 스티븐스, 산드라 휠러
마리아 슈라더 감독의 ‘나는 당신의 인간(Ich bin dein Mensch)’, 배우 산드라 휠러, 댄 스티븐스 | 사진(부분): © Christine Fenzl

공상 과학에서 역사 영화까지: 축소된 경쟁 부문이 선보이는 독일 영화의 놀라운 스펙트럼

영화는 현재를 반영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되고, 나아가 가능한 한 미래를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주최 측이 지금까지 제공한 최소한의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해보자면, 이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경쟁 부문만 보더라도 올해 독일 영화가 제공하는 스펙트럼은 방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리아 슈라더가 선보이는 공상 과학 코미디 ‘나는 당신의 인간(Ich bin dein Mensch)’ 속 여주인공은 디지털로 디자인된 이상적 남성 파트너를 배송받는다. 그다지 먼 미래의 모습 같지는 않은 데다, 어쩐지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만 개최되는 이번 베를린국제영화제와도 잘 어울린다. 반면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속한 영화 ‘타이즈(Tides)’ 속 세상에는 심지어 인터넷도 없다. 영화 ‘헬(Hell)’의 감독인 스위스 출신의 생태 종말론적 주제 전문가 팀 펠바움은 ‘타이즈(Tides)’에서 전 지구적인 재앙이 거의 모든 인류를 멸망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술집 대 교실

다니엘 브륄의 감독 데뷔작 ‘넥스트 도어(Nebenan)’는 아직 사람들이 살아있는 이 시대의 베를린으로 우리를 이끈다. 손님은 거의 없는 술집에서, 과거 술집 사장이기도 했던 영화배우는 유명세,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주제에 관해 논한다. 영화에서 다니엘 브륄은 실제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허황된 자기도취인지 야심에 찬 코로나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엇일지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독일 헤센주 중부에 위치한 일반 종합 중고등학교의 한 독특한 선생님에 관한 영화 ‘바흐만 선생님과 학생들(Herr Bachmann und seine Klasse)’은 무엇보다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이 장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의 감독 마리아 슈페트는, 아름다운 서사를 담은 여성 드라마 ‘마돈나(Madonnen)’를 통해 이미 대중에 알려져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영화 ‘마돈나(Madonnen)’도 교육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흔들림과 떨림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은 아무래도 에리히 캐스트너의 1931년 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미닉 그라프의 ‘파비안(Fabian)’이다.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흔들리는 베를린을 배경으로, 배우 톰 쉴링이 분한 담배 공장의 광고 카피라이터인 우리의 주인공도 심연으로 미끄러진다. 이는 마치 텔레비전 시대극 ‘바빌론 베를린(Babylon Berlin)’의 배경과 영화 ‘커피 인 베를린(Oh Boy)’에서 보여준 톰 쉴링의 연기가 조화롭게 뒤섞인 듯하다. ‘범죄에 직면하여(Im Angesicht des Verbrechens)’와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만들며 상당히 동시대적인 작품을 지속해서 보여준 그라프 감독에게 영화 ‘파비안(Fabian)’같은 작업은 일종의 미지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야기의 현재성을 강조하는 반면, 영화의 러닝타임은 비밀로 했다. 소설이 가진 진정한 정신은 오로지 충분한 러닝타임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며! 비교적 짧은 원작에 비해 많은 첨언. 그러나 좋은 영화라면 어떤 러닝타임을 막론하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