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 업사이클링
최고의 활용성

자전거와 재활용의 상관 관계는 무엇일까? 바이마르에 위치한 한 스타트업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라스 뉘텐(Lars Nüthen)과 발렌티 슈미트(Valentin Schmitt)는 ‘리사이클리스트 워크숍(Recyclist Workshop)’이라는 이름 하에 100% 재활용된 소재로 된 평상복과 자전거 라이딩패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두 창업자는 열정적 자전거 마니아들이다. 자전거를 타는 자체가 좋기도 하고, 자전거가 보다 책임의식 있는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사무소는 바이마르의 바우하우스.아인스(BAUHAUS.EINS)라는 건물 내에 위치해 있다.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바우하우스.아인스는 현재 바이마르 시 당국과 바이마르 대학교가 학제적 프로젝트를 통해 보수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2012년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우리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었고, 그 이전부터 둘 다 열렬한 자전거 마니아들이었다. 그래서 학교 안에 일종의 자전거 작업장을 꾸몄고, 그곳에 널려 있는 물건들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했다. 원래의 용도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재료들이었다. 처음에는 고무 호스를 이용해서 만든 신발을 디자인해 보았다. 그러고 나니 신발 안쪽을 채울 소재가 필요했는데, 작업장 안을 둘러보다가 이삿짐을 덮을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재활용 플리스천들을 발견했다. 이후, 그렇게 찾아낸 다양한 재료를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린 직접 바느질을 해서 플리스 스웨터들을 제작했고, 거기에 예컨대 자전거 체인 같은 디테일 장식들을 섬세하게 추가했다. 다른 학과 학생들과 자주 만나서 이러한 작업과 관련된 얘기를 나눈 덕분에, 시작부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일종의 폭넓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리사이클리스트 워크숍 | © 리사이클리스트 워크숍
'100% 재활용’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유기농 순면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추세는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면섬유 생산 시 지금도 엄청난 양의 수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앞으로 직물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을 늘 투입해야 하는 기존의 처리방식 대신 재활용 섬유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다면 폐기물의 양도 줄일 수 있고, 수천 리터의 물도 절약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저감할 수 있다.
리사이클리스트 워크숍의 생산 콘셉트는 ‘요람에서 요람까지(Cradle-to-Cradle)’라고 들었다. 재료의 수명주기 전체를 끊임없이 순환시킨다는 목표를 세운 것인데, 이것으로 독일 연방정부가 시상하는 에코디자인상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리사이클리스트 워크숍은 어떤 순환과정을 거쳐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가?
니트류의 경우, 100% 재활용 섬유로 만든 원사만 사용한다. 직물 생산과정에서 양산되는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섬유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때, 재활용 면 70%와 재활용 페트병 30%를 정확하게 혼합하면 새 섬유를 사용할 필요가 사라진다. 양모 제품들은 성기게 가공된 직물 폐기물로 만든 섬유들을 사용하여 생산하는데, 복잡한 분리공정 없이 생산공정에서 양산된 직물 폐기물들을 곧바로 원섬유 제작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제작된 의류들은 수명이 다한 후 다시 재활용 사이클 속으로 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재활용 면섬유는 원래 면섬유에 비해 길이가 짧은 편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섬유를 좀 섞어 주면 의류 제작에 필요한 강도와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혼합된 섬유는 품질에 하자가 전혀 없고, 착용감도 완벽하다. 그런데 환경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 중에는 자신들이 입은 옷에 플라스틱 소재가 포함되는 것을 꺼리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에 발맞춰 우리가 원래 고수하던 철학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지금은 100% 면만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주로 재활용된 섬유들로 구성하고, 거기에 신선하고 견고한 유기농 섬유를 일부 추가한다.
귀사의 제품이 생산되는 곳의 입지는 어떠한가?
우리는 되도록 지역 기업들과 함께 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작업기준이나 환경기준도 최상의 수준으로 준수할 수 있고, 배송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스웨터류나 모자들은 바이마르 시가 소속된 튀링겐 주에 소재한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고, 플리스 의류는 인근 도시인 바우첸에 소재한 공장에 맡긴다. 봉제 작업은 베를린의 통합형 봉제공장과 뉘른베르크 인근의 스포츠 저지 생산업체에 맡기고 있다. 때로 어떤 생산공정을 지역 내에서 실현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독일에 남아 있는 원사공장이 많지 않고, 그 중 재활용 원사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혀 없다. 그래서 재활용 원사는 스페인의 한 회사에 의뢰한다. 그리고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직물 납품업체들은 대부분 남유럽이나 터키에 포진되어 있다. 바이마르라는 이 작은 도시의 대학간 네트워크와 다양한 분야간의 협업이 없었다면, 우리 프로젝트는 아마 발걸음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우리는 이 곳에서 항상 빠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일 내에 업사이클링 트랜드가 일고 있는가?
독일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도 높은 편이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도 오래 전부터 중대한 이슈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소비 패턴은 아직 그 정도까지 성숙되지 않았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격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함께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돈을 더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지의 여부가 변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본디 경제적 부가가치가 눈에 보일 때 비로소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편 직물생산업계에서 업사이클링의 잠재력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재활용 섬유를 활용하는 업체들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섬유를 활용해서 생산되는 원사와 직물의 종류가 다양성 면에서 너무나 뒤처지는 실정이고,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도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할 때마다 제약이 많다. 하지만 자원이 끊임없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이 지니는 경제적 의미는 앞으로 조금씩 커져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