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화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아름다운 여름이야기" (2006) 영화의 한 장면
"아름다운 여름이야기" (2006) 영화의 한 장면 | 사진: © 스튜디오 카날

독일의 축구영화는 기나긴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2006년 월드컵과 죈케 보르트만의 "베른의 기적"을 시작으로 축구를 다루는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팬 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초기의 축구영화는 무성영화였다. "11명의 악마"(Die elf Teufel), "최고의 센터포워드"(Der König der Mittelstürmer) (두 영화 모두 1927년 작)는 당시로서는 아직 신생 종목이었던 축구에서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 즉 역할 분담, 팀워크, 승리와 패배 등을 소재로 삼아 영화로 만들고자 시도한 최초의 영화들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나치 선전부에서 제작한 영웅 스토리인 "위대한 경기"(Das große Spiel)( 1941)나 코미디물인 "골문의 테오도"(Der Theodor im Fußballtor) (1950)와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뻣뻣한 동작으로 웃음을 주던 희극배우 테오 링겐이 주연한 이 전후 음악영화에서는 영화와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노래만이 그 후 몇 년 동안 기억이 되었다.

동근 공과 각진 화면은 어울리지 않는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의 깜짝 우승은 독일 국민에게 다시금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나 이것이 새로운 축구영화의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72년 유럽선수권 대회 우승멤버인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잠시 영화배우로 외도를 했을 때도 관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비록 "리베로"(Libero)(1973)가 오늘날 어느 정도의 컬트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단지 그 참담한 퀄리티 때문이다. 독일의 축구영화는 세계무대에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독일이 이기는 것을 굳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것이 독일 축구영화가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로 오늘날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축구장이라는 넓은 공간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경기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은 데에서 오는 극적인 묘미를 영화가 따라가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동그란 축구공과 사각의 화면은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는 듯 하다.

새로운 킥오프: 2006년 월드컵과 "베른의 기적"

2006년 월드컵은 독일 축구영화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을 앞두고 제작되어 대중의 인기를 얻은 죈케 보르트만의 "베른의 기적"(Das Wunder von Bern) (2004)은 축구영화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는 전설적인 독일의1954년 월드컵 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역사 영화의 노스탤지어적 면면을 살려 보르트만은 전쟁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전후 귀향자와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에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과 대표팀의 이야기를 접목시켰다. 센티멘털하고 이상한 관점이 독일 전후 사회의 "포스트 영웅적"인 자화상을 재현했다. 미국의 스포츠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굴복하지 않는 영웅의 형상은 독일의 자화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이후 독일의 축구영화는 매우 다양해졌다. 청소년 축구팀과 이들의 축구연습장을 배경으로 반 권위적인 저항정신, 페어플레이, 통합, 관용 등의 덕목을 다루는 시리즈 물 "거친 녀석들"(Die Wilden Kerle) (2003부터)이 성공을 거두었다. 남자 팀과 여자팀이 대결을 펼치는 설정의 코미디 영화 "FC Venus"(2006)가 제작되었고 그에 앞서 동성애와 축구라는 소재를 "우리와 같은 남자들"(Männer wie wir) (2004)에서 다루었다. 최근에는 축구와 축구규칙이 영국을 통해 독일에 들어오게 된 과정을 재현한 "위대한 꿈"(Der ganz große Traum)이란 영화가 있었다.

팬들의 기쁨과 인식의 변화

이렇게 다양한 축구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변화에 기인한다. 세계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6년 축구 팬들의 열광이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기 보다는 사실 축구팬들의 관심이 2006년도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것이었다. 월드컵이라는 대규모 이벤트를 계기로 통일된 독일은 다채롭고 개방적이며 즐길 줄 아는 나라로서의 면모를 세계에 보여주었다. 반면 하드코어 드라마 "서포터스 석"(Nordkurve) (1992)이나 서민 코미디 장르의 "축구는 우리의 삶"(Fußball ist unser Leben) (1999) 등에서 다뤄지는 과격한 팬들과 지나친 방법으로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름답지 못한 축구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묻혀 벼렸다. 오늘날 축구팬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 성별, 독일 국적도 중요치 않으며 팀에 충성을 다할 필요도 없고 술을 많이 마셔야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즐거운 축구"의 추세와는 별개로 축구에 관한 다큐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에 불을 지핀 것도 죈케 보르트만의 독일. "아름다운 여름이야기"(Deutschland. Ein Sommermärchen)다. 즐거운 분위기의 2006년 월드컵 대표팀을 다룬 이 영상물은 "베른의 기적"(Das Wunder von Bern) 보다 많은 관객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감독들은 다큐 영화를 많이 제작하는데, 축구 주변이야기와 정보에 관심이 많은 대도시의 관람객을 겨냥한 작품들이 해마다 열리는   베를린 국제축구영화제 11mm 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인기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진가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과거 바이에른 뮌헨 축구클럽의 청소년팀 감독 헤르만 게르란드에 관한 다큐 (뮌헨의 호랑이Der Tiger in München, 2008),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무슬림 여자축구단에 관한 다큐(풋볼 언더커버Football Under Cover, 2008), 작은 지역의 호펜하임 축구팀의 미스터리한 1부 리그 승격 이야기(인생은 홈경기가 아니다 Das Leben ist kein Heimspiel, 2010) 등과 같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상영된다.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골키퍼인 제프 마이어가 1990년 월드컵 챔피언인 독일팀을 다룬 자신이 제작한 영상물(We are the Champions, 2012)이 상영되었을 때 이미 상영 며칠 전부터 매진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반응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 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축구영화와 팬 문화 - 환상의 콤비

추억을 회상하는 드라마부터 명랑한 축구코미디 영화, 정성이 듬뿍 담긴 아마추어 비디오까지 오늘날 독일에서 축구영화는 성숙하고 다양한 축구팬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비록 높은 영화 미학적인 완성도나 국제적인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기존의 열혈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전문 영화 프로덕션의 작품들 이외에 새로운 실험적인 포맷을 갖춘 영화들이 나와 축구와 축구주변의 일상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축구영화는 일반적인 축구 중계에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다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차적인 일"인 축구의 배경에 관한 내용과 흥미진진한 주변 이야기 그리고 축구에 대한 애정 자체를 다룬다.

독일문화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축구영화를 볼 수 있다:
 
"베른의 기적"
감독: 죈케 보르트만, 컬러, 117분, 2003
1954 년 당시를 잘 묘사하는 영화다. 서독 팀의 월드컵 깜짝 우승과 루르 공업지대의 힘든 일상을 접목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쟁이 끝나고 포로였던 이가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민간의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 결국 해피엔드다. 서독이 세계챔피언이 되고 가족의 평화가 다시 자리 잡는다.

"위대한 꿈"
감독: 세바스티안 그로블러, 35mm, 컬러, 113분, 2011
독 일 축구의 선구자인 콘라드 코흐와 한 교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독일로 축구가 처음 도입된 이야기와 새로 부임한 선생님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축구의 묘미에 빠지게 되어 서서히 제대로 된 팀으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 학교에서는 “규율과 질서“를 중시하던 시기였고 언론에서는 축구를 “영국에서 온 질병“으로 묘사되던 시기였다.

"풋볼 언더커버"
감독: 아얏 나자피. 데이빗 아스만, 컬러, 89분, 2006-2008
2006 년 테헤란. 1000명이 넘는 여성 관중이 몰린 축구장에서 이란 여자축구대표팀의 역사상 첫 공식 경기가 열린다. 상대는 베를린 한 지역의 여성팀이다. 관중석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응원을 한다. 경기장은 여성파워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있다. 경기장 밖 입구에는 몇몇 남자들이 틈 사이로 경기장 안을 보려고 서있다. 남자들은 오늘 입장 불가다. 이 축구경기가 열리기 위해 1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고 결국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경기가 성사되었다. 이 90분의 경기는 축구경기 그 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결과 정의를 향한 갈망의 표현이다. 이로써 분명해지는 것은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