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라디오
미디어 활용교육의 장 이상의 무엇이 되어야

College radios – the radio staff are generally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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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초의 대학라디오가 개통된 지 60년이 지났고, 지금도 신생 대학라디오국들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학업을 마쳐야 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있어 방송실험의 재미를 느낄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대학라디오들은 새로 생긴 학내 주차빌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강파티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한다. 서슴지 않고 몇 시간에 걸쳐 정치적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무대에 오른 연극공연을 비평하며, 지역 팝밴드에게 자신들을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한다. 학우들의 관심사 모두가 대학라디오의 방송 소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라디오는 또 진정한 의미에서의 캠퍼스방송이라 할 수 있다. 각 대학에서 재정을 부담하고, 구내식당이나 강의실 혹은 기숙사 지하강당이 방송 스튜디오가 되기 때문이다. 제작자들도 대개 학생들이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혹은 아주 적은 보수를 받고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인데, 그 동기들은 다양하다. 개중 몇몇은 특정 주제를 연구하고 해당 사안에 관한 기사를 작성한다. 또 다른 몇몇은 언론이나 마케팅 분야의 경험을 쌓기 위해 제작부서에서 일한다. 졸업 후 언론 관련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이들도 있다. 그 경우, 대개 직접 방송을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지닌다.

청취자 확보와 피드백 입수

레베카 뢰리히(Rebecca Röhrich)는 “여기에선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방송을 만들어요. 그 때문에 매일 저녁 방송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요”라는 말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대학방송국 ‘라디오 다우어벨레(Radio Dauerwelle)’의 특징을 요약한다. 사실 뢰리히는 더 이상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 즉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대학의 재학생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2012년 해당 방송국이 설립될 당시 창단멤버였고, 지금은 그곳에서 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라디오 다우어벨레는 신생 방송국이고, 그런 만큼 저녁시간에만, 그것도 인터넷을 통해서만 방송을 내보낸다. 뢰리히에 따르면 “라인-마인 지역의 라디오방송국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그래서 초단파 대역의 주파수를 배정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고마운 전달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뢰리히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라디오라는 매체에게 있어 인터넷이 커다란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도이칠란트라디오(DRadio)’ 같은 전문 라디오방송사들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혹은 집에서 PC로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희도 크로스미디어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 말한다.

역사가 긴 대학라디오 방송국들 역시 인터넷의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일메나우(Ilmenau) 공대의 학내라디오 ‘Hsf 대학생라디오(Hsf Studentenradio)’의 질비 묄러(Sylvie Möller)는 “저희는 초단파 대역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반경이 정말 작아요. 일메나우 시 안에서도 외곽지역으로 가면 인터넷으로 청취하는 편이 훨씬 더 수신감도가 좋을 정도죠. 청취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온라인이 더 편하고요”라고 말한다. 언론경제학 전공자인 묄러는 1년 반 전부터 대학라디오에서 일하고 있다. 참고로 일메나우 공대 대학방송국은 1950년에 설립되었고, 독일 내 대학라디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독일 전체 대학 중 자체 라디오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70개교 정도이다.

높은 청취율이냐 대담한 실험이냐

대학라디오들은 자신들을 공영 라디오방송사들의 경쟁자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원들 사이에서 청취율과 관련해 논란이 일 때가 꽤 빈번하다. 뢰리히는 “되도록 많은 청취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율성을 완전히 유지하면서 누가 들어주건 말건 우린 그냥 우리만의 방송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친구도 있어요. 우린 그 사이에서 팀원 중 누구도 방송 제작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할 합의점을 찾아야 하고요”라고 말한다.

크리스토프 플라흐(Christoph Flach)는 공영방송사인 ARD를 비롯해 다수의 대학라디오 방송국에서 팀원들을 교육하고, ‘대학라디오상(Campus-Radio-Preis)’의 심사위원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플라흐는 위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견지한다. 그는 “대학생들이 기성 라디오방송국에 초점을 맞추고 그보다 더 뛰어난 대중적 라디오방송이 되고자 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대학라디오야말로 기존 방송사들이 불가피하게 걸어야 하는 길들을 피해서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완벽한 장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대학 정책상 중대 사안이 발생하거나 중대한 기념행사 같은 것을 앞두고 있을 때, 대학라디오는 특별방송 형식으로 24시간 내내 해당 사안만을 다루며 집중보도를 내보낼 수 있어요. (대학의) 음악방송 편성부가 잘 알려지지 않은 매우 디테일한 장르들까지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형 라디오방송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풍자방송 포맷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플라흐는 대학라디오들이 대학라디오만이 지닌 매우 특별한 자유 및 제작자-청취자 간의 긴밀한 공동체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라흐는 또, “제일 좋은 건, 거기에서 언론에 대해 많은 걸 알면서도 결코 때묻지 않은 이들이 배출되고, 그들이 기존 방송편성국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상황이겠죠”라 말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기

바야흐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사운드 편집용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고, 그런 만큼 라디오방송 제작과 관련된 기술들도 쉽게 익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대학라디오들은 새로운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일메나우 공대의 질비 묄러는 “볼로냐 개혁 이후 대학 졸업장을 따기가 좀 더 힘들어졌고, 그 때문에 대학라디오들이 새 멤버를 구하기도 어려워졌어요”라고 말한다. 레베카 뢰리히도 라디오 다우어벨레 역시 취업을 위해 실무경험을 쌓고자 하는 학우들만이 지원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플라흐도 다른 대학 편성부들에게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플라흐에게 있어 이렇게 상황이 변함에 따라 대학라디오들이 경험 쌓기라는 실용적 목적만 추구하는 방송국으로 축소되는 실태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이와 관련해 플라흐는 “경력에 집착하지 않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라디오를 통해 학우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학우들의 소양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며, 비록 조금이라 하더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모든 작업에는 반드시 재미가 동반되어야 하고요!”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