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진은숙과의 인터뷰
“베를린: 마을의 매력을 지닌 국제적인 대도시”

시상식에서의 진은숙
사진: Samsung Foundation

80년대 말 함부르크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후 한국인 진은숙에게 독일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 작곡가는 2012년 6월 저명한 호암상 예술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독일에서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갖게 되었나?

문화의 곁에 있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미 이 문화가 내 정신적 고향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 문화와 그 전통의 혜택을 입고, 그 안에 들어가고자 하는 소망도 있었다. 올해로 27년째 저의 제2의 고향인 독일은 적어도 클래식 음악에 관한 한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기관과 음악활동 진흥에 대한 커다란 관심이 존재한다.

독일을 "제2의 고향"이라 부르는데, 제1의 고향인 한국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계기로 찾는가?

6년 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SPO)의 상임작곡가로 재직하며 현대음악 시리즈를 맡고 있다. 그래서 매년 한, 두 달 정도 한국에 간다. 7년 전 거의 재창단되다시피 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훌륭한 오케스트라이고, 예술감독이신 정명훈 선생님은 동시에 파리에서 상임지휘자로도 활동하며 전세계 최상급 오케스트라들과 정기적으로 협연하고 계신다. 나는 정명훈 선생님이 매우 위대한 지휘자들 가운데 한 분이시라고 생각한다. 서울시향이 지난 몇 년에 걸쳐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되고,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부터 뉴욕 카네기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펼쳐졌던 순회공연과 초청공연에서 많은 환호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내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음악회 시리즈에 대해서, 그리고 이 현대음악이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 드린다.

나의 현대음악 시리즈는 청중을 확보했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흔치 않을 정도의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향악단 음악회 티켓이 종종 매진되고는 한다. 사실 현대음악 분야에서 한국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아주 크다. 내가 프로그램에 집어넣은 작품들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한국, 혹은 심지어 아시아에서는 처음 공연되는 작품들이다. 알반 베르크, 마우리치오 카겔, 올리비에 메시앙, 죄르지 리게티 같이 현대의 고전에 속하는 작곡가들도 마찬가지다. 이 공연들을 위해 우리는 최고 수준의 지휘자와 솔리스트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 그 중 몇 명만 꼽자면 지휘자 페터 외트뵈스와 프랑수아-자비에르 로트, 바이올리니스트 비비아네 하그너,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 등이 우리와 협연했다.

그 밖에 한국 현대음악과 국내 연주자들을 위한 지원도 물론 한 역할을 했다. 나 개인으로 보자면 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첫 고향인 한국에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이 시리즈는 의미가 크다. 또 이 시리즈를 통해 두 문화를 서로 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공연평을 살펴보면 선생님의 음악이 어떤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보게 된다. 본인의 음악을 스스로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빅토르 위고가 음악은 말로 할 수 없으나 침묵하기도 불가능한 것을 표현한다고 쓴 적이 있다. 옳은 말이다. 나는 음악이 이해할 수 없고 전적으로 고유한 법칙을 가진 언어인 동시에, 삶과 이어진 복잡한 경험의 표현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음악을 설명하거나 분류하려는 모든 시도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음악을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면, 공상적인 것, 환상적인 것, 거장다운 것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선곡하는 데 있어서, 주제를 고르는 데 있어서도 이것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페라로 만들기도 했고 여러 편의 대가적인 기악협주곡도 작곡했다.

한국 전통음악이 선생님의 음악교육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나? 현재의 창작활동에서는 어떤가?

교육에서는 사실 한국 전통음악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의 현대 클래식음악은 음악생활과 대학에서 서로 완전히 동떨어진 두 영역이다. 이 둘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수천 년에 이르는 한국음악의 전통이 백 년 전 일본에 강제 합병되면서 금지 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중단은 극단적이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중단된 전통을 이어가거나 소생시키려는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극복되지는 못했다.

나는 공부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한국 전통음악을 비롯해 유럽 외 지역의 전통적인 음악문화들을 면밀하게 살펴봤는데, 작곡가에게 이러한 경험은 사실상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것이다. 하지만 서로 종류가 아주 다른 이 음악 전통들을 모방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모방이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내 작품에서 한국 전통음악이나 다른 어떤 전통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전통이 비록 감추어지고, 거리를 두고, 자유로운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암시나 구상이 기본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곡들도 몇 곡 있다.

얼마 전 호암상을 받으셨다. 개인적으로 이 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상을 받음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작곡가가 그렇게 권위 있고 사회적 의미가 큰 명예로운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쁘다. 이 상이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중은 보통 '클래식' 작곡가라 하면 남성이든 유럽 태생이든 예외 없이 모두 이미 멸종되었다는 인상을 갖곤 하는데, 이번 호암상 수상이 그 오랜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다. 독일 수도인 베를린과 서울의 음악생활이나 청중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베를린이 저를 매료시키는 점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화적 중심지인 동시에 마을과 같은 매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베를린은 삶의 질이 높고 여가가 많다. 그래서 베를린은 휴식처이기도 하고, 또 예술가들에게 이상적인 도시이다. 여기서는 자기 일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베를린의 아주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서울은 현대화가 극단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거대도시이다. 현대와 전근대, 포스트모던, 초현대의 병존과 공존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베를린도 물론 변화가 두드러지는 도시이기는 하지만 그 구조가 훨씬 안정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서울이 안정적이고 분명한 구조와 전통을 갖춘 베를린의 음악적 상황에서 배울 만한 것이 많다.

서울의 흥미로운 점은 역동성이다. 서울에도 클래식 음악에 열광하는 대중과 엄청나게 큰 예술적 잠재력, 그리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많은 예술가가 존재한다. 이런 예술가들이 독일을 비롯한 외국에서 더 많이 인정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 출신으로 중부유럽 사람들은 발음할 수도 없는 이름을 가진 음악가가 유럽에서 직업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열린 자세, 교류, 호기심이 더욱 더 커지기를 바란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 감사합니다.
 

Portrait Unsuk Chin Portrait Unsuk Chin | Foto: Woenki Kim 진은숙은 1961년 출생하여 서울대학교에서 강석희교수에게 작곡을 공부했으며, 1985년에서 1988년까지 DAAD 장학금을 받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서 죄르지 리게티교수에게 사사하였다. 1985년 암스테르담 가우데아무스 콩쿨에서 1등상을 타며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녀의 작품은 많은 국제적인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었다. 사이먼 래틀, 켄트 나가노 그리고 정명훈이 그녀의 곡을 지휘하였으며, 아힘 프라이어는 그녀의 첫 번째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뮌헨 오페라 훼스티발의 개막작으로 바이에른 오페라에서 무대에 올렸다. 작곡을 하는 것 외에 진은숙은 2006년부터 서울 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시리즈를 이끌고 있다. 2011년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Music of Today” 시리즈의 예술감독이 되었다.

진은숙은 많은 상을 받았는데, 아놀드 쇤베르크 상, Fürst Pierre zu Monaco 재단의 음악상 그리고 최근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상을 수상하였다. 그녀의 곡들은 도이취 그라모폰, Kairos 와 Analekta에서 CD로 나왔다. 진은숙의 곡들은Boosey & Hawkes 출판사에서 전속으로 출판된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