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안애순의 드레스덴 방문기
“관객들이 작품에 열광하는 모습은 부럽다!”

Mamaza의 “Cover Up”
Mamaza의 “Cover Up” | 사진: Dominik Mentzos

안무가 안애순은 독일문화원의 초청으로 올해 2월에 드레스덴에서 개최되었던 국제현대무용제인 Tanzplattform Deutschland를 방문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은 안애순은 거기서 다양한 공연을 보았다. 전화인터뷰를 통해 안애순은 드레스덴에서 관심을 갖고 보았던 공연, 한국과 독일의 무용관객이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에도 봄 기운이 느껴지는가?

독일 날씨가 늘 그렇듯 하루에도 서너번씩 날씨가 변하더라. 해가 나면 따뜻하고, 비가 오기고 하고 심지어는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

이번에 Tanzplattform에 처음 참가했는데, 어땠는지? 2월23일에서 26일까지 독일의 무용수, 안무가, 훼스티발 관계자를 많이 만날 수 있었나?

이번에 독일과 해외에서 430명 정도의 전문가들이 Tanzplattform에 참석해서 아주 성황리에 큰 규모로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인상 깊었던 것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매우 부지런히 서로들 만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이다. 그 가운데는 독일문화원의 Petra Roggel씨나, 콘스탄차 마크라스, 사샤 발츠처럼 예전에 알았던 사람도 있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안무가, 무용관계자도 있다.

4일 동안 15편 이상의 무용공연을 보았는데 공연에 대해 좀더 얘기해 본다면?

Mamaza의 "Cover Up"이라는 공연에 대해 먼저 얘기하면, 이 작품은 동심의 기억에서 이끌어낸 놀이의 요소들을 보여주는데, 예를 들면 카펫트라는 특수하거나 한정되어 있는 것을 이용해서 제한된 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재구성하였다. 세트를 이용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라이트에 끼는 색지를 이용한다든지 오브제를 통해 몸의 이미지들을 풍부한 상상력의 놀이로 풀어낸 무용공연이었다. 미묘하거나 피지컬한 몸의 움직임들이 세 명의 무용수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고 가면서 관객이 지각하는 에너지와 이미지들이 점진적으로 발전되거나 또 다른 이미지로 전이된다. 무용수들이 자기 공간과 자기 시간을 가지고 공연을 하면서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하고 본능적 사고와 사소한 일상의 움직임을 반복이라는 틀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Antonia Baehr의 "For Faces", 이 작품은 무용이 아닌 연극성이 강한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데, 4명이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아 작고 둥근 공간을 설정하여 얼굴을 클로즈업 시킨 상황에서 공연이 시작된다. 이들은 전혀 움직임 없이 눈을 감고 관객을 당혹스럽게 또는 불편하게 만들다가 눈을 뜨고 관객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때쯤 되면 관객은 공연자의 시간에 익숙해져 있고, 편안해져 있다. 단지 눈, 얼굴의 표정과 얼굴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약간의 사운드로 행위가 발전하면서 관객과 대화하듯 다가온다. 안무가의 미니멀한 동작에 대한 집요함과 이런 형식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고, 그리고 관객이 보는 것이 아닌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공연을 보며 같이 명상했던 것 같다.

Meg Stuart의 "Violet"에 대해 말하면, 춤과 몸의 고유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춤에 있어서 장식적인 형식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몸 그 자체로 말한다. 몸의 일부분에서 일어나는 작은 에너지의 지각이 움직임의 시작점이 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어느 정점에 다다르면 몸의 다른 지점으로 전이되면서 움직임이라는 구체성의 의미에서 출발해 점차적으로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또는 추상적인 감성들을 수반한다. 몸이라는 매체가 음악적 요소와 맞물릴 때 몸 스스로 경험하는 그 무엇이 어느 정점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가져본다. 장식적인 형식을 해체시킨 것은 좋았으나 형식이라는 틀 밖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자칫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Helena Waldmann의 "Revolver besorgen"에 대해 얘기하면, 삶에 있어 육체적으로 잃어가는 몸의 기능과 정신적으로 경험하는 정서적인 변화를 심볼을 이용하여 간절하게 풀어낸다. 미학적인 해석이 미약한 직접적인 상징들인 슈즈, 플라스틱 같은 오브제의 사용이 관객의 상상력을 동원하기 보다는 무용을 설명적이고 직접적인 비유로 구상화하는 결과를 나았다. 인간적인 연민을 구체적으로 느끼게하는 작품이었으나 컨템포러리 무용의 관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Christoph Winkler의 "Baader"는 독일의 역사에서 실존했던 인물을 솔로 춤을 통해서 다큐멘터리와 함께 보여준 작품이다. 독일에서 열리는 무용제에 독일 역사에 실재했던 인물을 다룬 무용을 보여준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Constanza Macras의 "Berlin Elswhere"는 드레스덴에서 안무가에게도 말했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작인 "Megalopolis"가 좀더 주제를 강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한국의 무용제의 예술감독으로서 Tanzplattform을 어떻게 봤는가?

한국의 컨템포러리 무용은 작업을 할 때나 프로그래밍을 할 때 관객의 눈높이를 염두에 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유럽의 무용환경은 절대적으로 작가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지고 있다. 안무가의 생각이나 풀어가는 방식, 새로운 시도에 용기를 주고 있다. 또한 관객과 무용전문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작품에 열광하는 모습은 부럽다. 여기서는 공연 후에 다양한 토론이나 만남이 이뤄져 여러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데 서울공연예술제에서도 그런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을 보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안무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안무가는 어떻든 공연 행위로 풀어낼 때 어떤 주관적인 입장이 있는데, 프로그래머로서는 객관화된 입장이 필요하여 두 역할이 서로 상충될 수 있다. 이번에 안무가와 프로그래머로서 좀 다르게 무용작품들을 보려고 했다. 여기서 본 안무와 내가 하는 안무작업은 어떤 유사성과 차별성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앞으로 나의 안무작업을 어떻게 펼쳐내야 할지 숙고하였다. 이번 참여가 무용제의 프로그래밍을 하는 예술감독으로서 개인적으로 안무가로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기회였다.

드레스덴 구경을 할 수 있었나?

하루 종일 무용을 보느냐고 거의 관광을 못했고 육체적으로 좀 괴롭기도 했는데, 일요일 오전에 한 시간 반 정도 하는 버스 투어를 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안애순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안무가인데 한국의 전통적인 춤의 요소를 자기의 작품에 넣어 새로운 춤의 세계를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무용단인 안애순 무용단과 일본, 인도네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초청공연을 했고 다양한 국제적 상을 수상했다. 안애순은2010년부터 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감독 및 매년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