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 속 예술
‘퍼블릭이라는 이름의 공간’

한 총의 작품: 다차원 기념 불상 ‘메이드 인 드레스덴’
한 총의 작품: 다차원 기념 불상 ‘메이드 인 드레스덴’ | 사진: 프란치스카 본 말젠

지금 뮌헨 도심에서는 시민과 여행객들에게 뮌헨이라는 도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행인들은 대개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가 해당 프로젝트들을 접하게 되는데, 대부분 잠깐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가던 길을 가곤 한다.

아담한 체구의 노부인 하나가 뮌헨 프로메나데 광장에 세워진 선제후 막스 엠마누엘 기념비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그러더니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걸려 있는 그림들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다. 누군가가 동상을 받치고 있는 석조 받침대 주변에 공들여 코팅한 종이들을 다닥다닥 붙여 놓았다. 원숭이 한 마리에 관한 다양한 사진들과 스케치들이다. 그 원숭이는 이름없는 어느 원숭이가 아니다. 마이클 잭슨의 애완 침팬지 ‘버블스’이다. 돌받침대 아래쪽에는 목각 바나나들이 매달려 있고, 꽃 장식과 양초들 사이에 원숭이 인형도 몇 개 놓여 있다.

”젊은 사람들한테는 보면서 감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작품: ‘버블스 기념비’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작품: ‘버블스 기념비’ | 사진: 프란치스카 본 말젠 돌받침대를 그렇게 꾸민 주인공은 영국 출신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이다. 물론 그 노부인은 그런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거기에서 20미터쯤 떨어진 앞쪽에 또 다른 석상이 하나 있고, 그 받침대 역시 여러 가지 물건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른바 ‘마이클 잭슨 추모 기념비’쯤 되는 석상인데, 노부인도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들은 바가 있는 듯하다. 2009년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뒤 그의 팬들은 그곳을 잭슨을 추모하기 위한 일종의 기념장소로 이용해 왔다. 그 바로 맞은편에는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이 한때 묵었던 곳이다. ‘버블스 기념비’는 2013년 4월에 조성되었다. 82세의 그 노부인은 “젊은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걔네들은 그런 이상한 짓들을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한테는 보면서 감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어느 다른 여인도 “페이스북 때문에라도 필요하죠”라며 한 마디 거든다.

슈리글리의 작품은 ‘퍼블릭이라는 이름의 공간 – 열린 공간이 되어 주길(A Space Called Public – Hoffentlich öffentlich)’의 일부이다. 뮌헨 도심을 지나치는 행인들은 약 20개의 조각상과 설치물, 퍼포먼스들을 발견하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의 큐레이팅은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예술가팀 엘름그린(Elmgreen)과 드라그세트(Dragset)가 맡았다. 뮌헨 시는 해당 프로젝트를 발족하고 120만 유로를 지원했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세트의 목표는 임시 전시물들을 통해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눈에 거슬리는 뭔가를 제공함으로써 주변 상황을 새로이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엘름그린의 말)이다.

”누구를 위해 기념비를 세워야 할지를 과연 누가 결정해야 할까요?”

두 큐레이터는 추모문화의 메커니즘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프로메나데 광장에 슈리글리의 ‘침팬지 기념비’를 설치했다. 이와 관련해 슈리글리는 “누구를 위해 기념비를 세워야 할지, 나아가 어디에 그걸 설치해야 좋을지를 과연 누가 결정할까요?”라고 질문한다. 사실, 놀랍게도 침팬지 기념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한 그룹은 바로 뮌헨의 마이클 잭슨 팬들이었다. 그들은 ‘진짜’ 기념비만을 원했고, 행인들이 침팬지 기념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잭슨의 팬들이 원숭이를 숭배한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말레이시아계 영국 아티스트 한 총(Han Chong)의 작업 역시 저항에 부딪히기는 매한가지였다. 한 총은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의 노점상들 사이에 50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청동빛 불상 하나를 설치했는데, 누군가 마치 함부로 내동댕이쳐놓은 것마냥 왼쪽 어깨를 바닥에 대고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 자세에서 그 3차원의 불상은 불교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기념품이나 장식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한 총은 그 작품을 통해 ‘실재’라는 말의 의미를 의문에 부치고, 이로써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행지들에 대한 의미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한 총은 불상 바닥에 ‘메이드 인 드레스덴(Made in Dredsen)’이라는 문구를 새겨놓기도 했다. 독일에서 판매 중인 많은 장식용 불상들이 동남아시아산이 아니라 드레스덴 인근에서 생산된 것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불상을 제 자세로 돌려 놓아 주세요”

해당 작품을 못마땅해 하는 이들은 한 총의 설치미술작품에 존경심이 결핍되어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쓰러져 누운 불상 앞에 헌화도 하고 ‘제발 불상을 제 자세로 돌려 놓아 주세요’라는 내용의 표지판도 세웠다. 불상 앞에서 시위도 여러 차례 벌였다. 그런 가운데 뮌헨 시는 토론은 바람직한 상황이라며 그러한 비판을 여유로운 자세로 관조하고 있다. 문화담당국 대변인 제니퍼 베커(Jennifer Becker)는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라고 말한다. 한편, 빅투알리엔 시장의 상인들은 불상의 ‘헤어스타일’을 참고하여 ‘곱슬머리’라는 별명도 지어주었고, 앞으로도 불상이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새로 생긴 지하 주차장 오픈을 기념하는 할인행사 현수막 아닌가요?”

렌바흐 광장에 내걸린 에드 루샤의 현수막 렌바흐 광장에 내걸린 에드 루샤의 현수막 | © 퍼블릭이라는 이름의 공간, 사진: 레오니 펠레 그로부터 족히 1킬로미터는 떨어진 렌바흐 광장에는 퇴근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그곳에는 알프스 산맥의 노랗고 파란 파노라마 전경이 담긴 1미터 높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거기에는 “4월까지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마세요(Pay nothing until April)”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광장 한복판에 걸려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치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스쳐 지나는 많은 행인과 운전자들은 그런 현수막이 걸려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일반 광고용 현수막과 큰 차이가 없어서일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예술가 에드 루샤(Ed Ruscha)가 설치한 작품인데, 루샤는 논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어떤 이는 “새로 생긴 지하 주차장 오픈을 기념하는 할인행사 현수막 아닌가요?”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다가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자 다시금 시선을 도로로 향하며 하커 다리 쪽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