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규제
언론의 다양성 보장

제한적 방송권력
제한적 방송권력 | 사진: sharplaninac, fotolia.com

독일의 방송은 공영 방송과 민영 방송으로 나뉜다. 시청률은 민영 방송사들이 대략 50%를 점유하고 있고, ARD, ZDF, 제3채널들 그리고 특수 채널들(Arte, Phoenix, 3sat 등)을 다 합해서 약 45%를 차지한다. 나머지 5%는 외국 방송사나 지역 방송사들의 몫이다. 독일 방송계가 그만큼 다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금번 인터뷰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볼프강 조이페르트(Wolfgang Seufert)와 함께 이러한 방송환경이 조성되는 배경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독일의 기본법은 방송 및 영상 매체에 대해 언론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 규제가 왜 존재하는가?

독점 행위를 통해 언론권력 집중 현상이 발생할 위험 때문이다. 독일의 민영 방송사들, 즉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개수만큼 채널을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에는 상한선이 있다. 즉 어떤 채널 소유주도 시청자점유율 30%를 초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점유율이 25%에만 도달해도 해당 방송사가 인쇄매체나 라디오 채널 소유 등을 통해 의견의 다양성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 관리는 누가 하는가?

매체자본집중조사위원회(KEK)가 담당한다. 매체자본집중조사위는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기관으로, 단일 기업이 송출권 확보나 지분구조 변경 등을 통해 지배적 언론권력을 손에 넣지 않는지 검토한다. 나아가 채널간 합병, 즉 여러 방송사업자 간의 합병도 감시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핀인베스트(Fininvest)라는 지주회사 하에 민영 미디어그룹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독일은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불가능하다. 매체자본집중조사위에서 그만큼의 시장점유율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독일에서는 어떤 현직 정치인도 미디어기업을 소유할 수 없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방송 불간섭 조항에 위배된다.

매체자본집중조사위원회의 구성은?

연방주 미디어부의 대표 6인과 6인의 전문가들, 즉 고위직 법조인들로 구성된다.

그 말은 즉 연방정부 산하 기관이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 독일에서는 언론이 각 연방주의 관할이다. 이에 따라 각 연방주들은 자체 미디어부처와 자체 미디어법을 갖추고 있다. 단, 몇몇 연방주들이 연합한 관계로 미디어부서의 개수는 총 16개가 아니라 14개이다. 연방주 미디어부서는 민영 방송사들에게 방송사업을 허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ZDF나 ARD 같은 공영 방송사들은 자체 감독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연방주 정부측 인사가 해당 위원회 구성원의 1/3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지나친 관료주의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연방헌법재판소는 1961년에 이미 이른바 ‘방송판결(Fernsehurteil)’이라는 것을 통해 언론감시 권한이 각 연방 주정부에 있음을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는, 그러니까 이 경우 각 연방 주정부는 기본적으로 방송이나 프로그램 내용에 어떠한 직접적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각 연방 주의회는 연방 주 미디어부에 위원들을 파견하는데, 미디어위원회의 위원들은 대개 노조나 종교계, 기타 단체 등 사회 각층의 대표들로 구성된다.

연방주 미디어부가 방송 내용을 규제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누구도 규제할 수 없다. 민영 방송사업자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방송사업 허가를 받은 민방에 대해 각 연방주 미디어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TV의 경우 각 프로그램에서 정보가 차지하는 비율을, 라디오의 경우 멘트의 비율을 규정하는 것뿐이다. 단, 청소년보호법이나 기본법을 위배한 방송사에 대해서 연방주 미디어부는 방영권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

불만은 누구도 제기할 수 없는가?

제기할 수 있다. 언론보도의 허위사실 적시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면 누구나 반론을 제기할 권리를 지닌다는 내용이 각 연방주 언론법 및 방송국가협정들에 명시되어 있다.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민사 재판을 통해서 반론권을 강요할 수도 있다.

민영 TV와 라디오 방송사 뒤에는 민간 자본이 버티고 있다. 해당 기업들 내에 설치된 감독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

그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이다. 다시 말해 주주들은 이윤을 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광고수입이 나쁘지 않은 경우, 감독위는 방송에 관여하지 않는다. 독일 최대의 두 민방사, 즉 Pro Sieben/Sat 1와 RTL 그룹을 예로 들어보자. 전자는 미국 자본도 참여하고 있는 상장기업이다. 후자의 자본은 대부분 몬(Mohn) 가문 및 재단 소유의 베텔스만 그룹에 속한다. 그 두 방송사가 독일 광고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인터넷이 미디어 분야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인터넷 덕분에 이제 개인이든 기업이든 누구나 손쉽게 미디어제공자가 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직 인터넷 방송만 하는 경우,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특별한 미디어 관련 규제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동영상제공업체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사실상 일반적 경제 법규들만 준수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해당 분야를 관리해야 할 각 연방주 미디어부들이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컨대 방송 주체가 해외에 있을 경우, 규제 작업은 실상 매우 힘들다. 지금으로서는 결국 각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자율적으로 규제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볼프강 조이페르트 교수(커뮤니케이션학자) 볼프강 조이페르트 교수(커뮤니케이션학자) | © Wolfgang Seufert 볼프강 조이페르트(Wolfgang Seufert)는 2003년부터 예나의 프리트리히 쉴러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고 있다(중점 분야: 언론 경제 및 조직). 2012년에는 함부르크 응용학 대학의 정보언론경제학과의 교수인 하디 군트라흐(Hardy Gundlach)와 함께 해당 분야 이론을 총망라한 “독일의 언론 규제(Medienregulierung in Deutschland)”라는 제목의 책을 편찬한 바 있다.
 
국가의 방송 불간섭 조항
독일은 2차 대전 종전 후 영국을 모델로 삼아 공영방송 체계를 갖추었는데, 연방제식 구조와 기본법에 명시된 국가의 방송 불간섭 조항은 나치 시절 방송이 정부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