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하우스 베를린 건축물로 '자유'를 묘사하는 방법

비키니 베를린
비키니 베를린 | 사진: 프란츠 브뤽

전 세계에 베를린의 이름을 알린 랜드마크가 지금도 여전히 서부 지역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문과 카이저빌헬름 기념교회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1989년의 장벽 붕괴나 그 이후의 동베를린 개방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조차도 그보다 더 대표적인 상징물들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쿠어퓌르스텐담과 초 역(Bahnhof Zoo) 인근 지역들은 분단시절 서베를린의 중심지로서 누리던 경제력과 위상을 상실하고 말았다.

1949년, 서베를린의 초대 시장이었던 에른스트 로이터는 "베를린은 자유 그리고 경제적 복지의 창이 되어야 한다"고 선포했다. 그러자면 서베를린에도 최대한 빨리 도심 역할을 할 구역이 조성되어야 했다. 1950년 이후 동베를린이 도시의 분단을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시간은 더 촉박했다.

이를 위해 당국은 본디 플랫폼이 네 개밖에 안 되는, 장거리 열차의 통과역이었던 베를린동물원 역(Bahnhof Zoologischer Garten)을 서베를린의 중심역으로 개발했다. 역사(驛舍)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동물원의 일부를 할애하기도 했다. 그 다음 작업은 동물원 남쪽 끝자락에 새로운 건물들을 지어서 보다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동물원 인근의 도심지(Zentrum am Zoo)'라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른바 '비키니하우스'라 불리던 건물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당국은 1956년, 마샬플랜에 따라 확보한 재정 중 2,400만 마르크를 투입하여 비키니하우스 건축에 착수했고, 본디 베를린 중구 슈피텔마르크트에 소재하고 있던 여성용 상의 제조업체들의 공장과 사업장을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으로 이전시켰다.

"배꼽 노출"로 동물원 방향의 시야 확보

  • 비키니 베를린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
  • 비키니 베를린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
  • 비키니 베를린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
  • 비키니 베를린과 초 팔라스트 극장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과 초 팔라스트 극장
  • 비키니 베를린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
  • 비키니 베를린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
  • 비키니 베를린과 25시간 호텔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과 25시간 호텔
  • 비키니 베를린 사진: 프란츠 브뤽
    비키니 베를린
베를린 출신의 성공한 건축가인 파울 슈베베스와 한스 쇼츠베르거는 건축 미학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결코 타협을 허용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건축 대상물이 현대적 아름다움을 발산해야 하고, 권위의 냄새나 나치 시대가 남긴 신고전주의식 악몽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뿐 아니라 '자유'라는 단어를 건축물로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를 동독에 보여줄 수도 있어야 했다. 그 결과, 두 개의 얇은 고층 건물과 '초 팔라스트' 영화관 그리고 폭 180미터의 비키니하우스로 이루어진 복합단지가 탄생했다. 해당 단지는 촘촘한 빔(beam) 및 유리로 된 건물 전면들과 어울리며 조화로움을 발산했다. 이후, 두 건축가는 비키니하우스 상단에 한 층을 더 쌓아 올렸고, 그러면서 두 개의 고층 구조물 사이에 동물원 쪽으로 탁 트인 빈 공간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베를린 시민들은 해당 건물이 마치 비키니 수영복처럼 배꼽이 노출된 모양이라 해서 해당 건물에 '비키니하우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1977년, 그 빈 공간에 예술공간이 들어서면서 그러한 독특한 특징은 사라지고 말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우아함

한편, 통일 이후 모든 노력들이 베를린 중심부인 미테지역에 집중되면서 서베를린의 도심은 점점 더 관심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 최근에는 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한 활동들이 재개되고 있는데, 동물원 인근 지역을 일종의 역사적 기념물로 광범위하게 재조성하려는 움직임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다. 본디 해당 프로젝트는 처음에 벨기에의 건축가 아르네 캥즈가 맡았으나 어려움이 생겨 뮌헨의 건축사무소 "힐트 운트 카(Hild und K)"가 해당 프로젝트를 떠맡았고,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힐트 운트 카는 미세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원래 상태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건물 전체를 보다 탄탄하게 강화하기 위해 기발한 솔루션을 찾아내어야 했다. 이를 위해 힐트 운트 카는 건물 외벽을 새로 정비하고, 알루미늄을 이용해 원래의 강철 창틀을 시각적으로 똑같이 재생해 냈다. 그 덕분에 지금은 건물 전면들이 보기만 해도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우아해졌고, 보는 사람들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없앨 생각을 했을까'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원숭이 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쇼핑 거리

반면, 동물원 쪽, 즉 북쪽 지역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드러났다. 본디 물건 집하용이나 주차장 진입로로만 활용되던 뒷골목들에는 멋들어진 상점들이 들어섰고, 그곳에서 쇼핑을 즐기는 이들은 덤으로 동물원의 '원숭이 절벽'까지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해당 지역은 이름 난 쇼핑 구역이 60개에 달하는 베를린 안에서도 모두가 가 보고 싶어 하는 쇼핑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목재 재질을 이용해 건축한 일종의 쇼핑아케이드에서는 여러 디자이너들이 번갈아 가며 자신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거기에 첨단 패션 부티크들과 고급 브랜드들이 더해지면서 '비키니'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한층 더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널따란 옥상에 들어선 레스토랑과 커피숍들 역시 동물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더 많은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참고로 최근의 트렌드에 발맞춘, 약간 낮은 층수의 콘셉트 호텔 '25시간(25 hours)'의 옥상층에 위치한 '몽키 바(Monkey Bar)' 역시 같은 이유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물원 인근에 조성된 도심지는 1960년 완공된, 2차 대전 당시의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카이저빌헬름 기념교회 및 자신과 '동갑내기'인 이웃 건물들과 더불어 서베를린 도심지의 풍경을 모두에게 각인시켜 왔다. 거기에 세계적 호텔 체인인 발도르프 아스토리아의 지점이 들어서고, 장차 들어설 예정인 고층 건물 '어퍼 웨스트(Upper West)'가 더해지면서 해당 지역의 풍경은 꾸준히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새로운 도심 건축물들이 나머지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