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매력과 사명 사이

마인츠의 ZDF방송국
마인츠의 ZDF방송국 | 사진: Tobo777, CC BY-SA 3.0

​독일의 공영방송은 서서히 디지털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가고 있다. 과연 공영방송이 매력적인 프로그램과 법적 사명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공영방송이 뼈아픈 커다란 변혁 앞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2013년 7월 타게스테멘(Tagesthemen)의 전 메인 앵커 톰 부로프(Tom Buhrow) 의 이마에 생긴 주름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냉소적인 진행으로 유명했던 그가 서부독일방송(WDR)의 사장에 임명된 시기였다. 2016년 이후 1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 적자를 막기 위해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현재 서부독일방송에서 일하는 직원 10명 중 1명은 2020년까지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중의 인식 속에 너무 커져버린 공영방송

공영방송의 재정 모델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구조조정은 좋은 먹잇감이나 다름없다.
ARD와 ZDF의 TV 방송 채널, 라디오 채널 및 디지털 채널의 덩치는 너무 비대해져 버렸고, 그 구조가 너무 구식이라 공영 방송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ARD가 독일신문사협회(BDZV)에서 조직적으로 독일 신문사를 합병하여 방송사가 자사의 타게스샤우(Tagesschau) 앱 UI를 독일 신문 언론사와 유사하게 구성하였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타게스샤우 앱의 불공정 경쟁으로 인하여 양자 간에 법적 분쟁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우려의 소리는 확실하다. 공영 방송사들이 과도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시장의 힘을 이용하여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가야 할 올바른 길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 시대에 공영 방송 프로그램의 미래가 있기는 한 것일까?
2008년부터 함부르크 미디어 및 통신 매크로 미디어 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하고 있는 슈테판 바이허르트(Stephan Weichert)는 디지털 시대에도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는 대중들을 고려하여 공영방송은 사회를 위한 사명을 인식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각 연방주별 방송법에 더 정확하게 규정된 프로그램 원칙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은 교육, 재미, 정보의 측면을 동일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본적 원칙은 언론의 자유와 국가 개입으로부터의 자유이다. 방송사는 균형잡힌 보도를 보장해야 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 외에도 프로그램은 사실을 보도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결정을 내리게 되는 준 민주주의적 분위기 속에서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정의 내릴 수 없다"며 "인터넷 상에서 콘텐트에 대한 평가를 클릭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곧 클릭 수가 많은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조회수와 효과에 따라 콘텐츠의 인지도가 결정되는 웹사이트 Buzzfeed.com의 이름을 딴 "버드피즈화" 에 대해 경고했다.

시청자가 원하는 곳, 원하는 때에 존재하는 TV

ARD와 ZDF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청률이 가장 높은 방송이며, 여전히 최대 다수의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송에 속한다. 몇 년 전부터 TV 시청 시간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TV 편성표에 편성된 프로그램에만 해당한다고 바이허르트 교수는 말한다. "전통적이고 일률적인 TV는 이미 구식의 문화기술이다. 요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법, 원하는 장소에서 직접 시청한다." 프로그램 원칙에 명시되어 있는 "다양성의 원칙"을 통해 공영방송은 독일의 정치문화를 함께 규정한다. 바이허르트 교수는 "이는 '대중과 콘텐츠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인터넷 상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청자는 점점 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있다. 2014년에 진행된 ARD/ZDF 온라인 연구조사에 따르면 젊은 시청자가 시간대에 무관하게 TV를 시청하는 경향이 점점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ARD와 ZDF가 14세~29세의 연령대가 공동으로 시청할 수 있는 디지털 채널을 편성하려 했던 계획에 반하여, 연방주의 대표들이 이를 폐지하였는데, 그러한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산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 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가들은 ARD및 ZDF와 수 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형식상으로 혁신을 추구하도록 강요하였으며, 지금까지 방송되었던 "아인스페스티벌(Einsfestival)", "아인스플러스(Einsplus)" 및 "ZDF 문화(ZDFkultur)"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지시하였다.
 
바이허르트 교수는, 이미 혁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타게스샤우 (Tagesschau.de)를 예로 들며 "유럽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뉴스를 보도"하는 매체라고 언급하였다. 이외에도ZDF의 "시대정신 네오(Neo den Zeitgeist)"는 여전히 고품격 프로그램으로 언급되고 있다.

생각의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

바이허르트 교수는 "공영 방송은 거대한 관리 체제로 인해 천천히 대응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또한, 라디오 방송사 도이칠란트풍크(Deutschlandfunk)가 인터넷으로 플랫폼을 변경한 것을 "인터넷 상의 라디오 방송사가 갖춰야 할 모습"의 예로 들었다. 그는 이어 미디어 연구가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리스크를 무릅쓰는 실험의 재미를 그리워한다고 전하며, "인터넷 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무언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면, 방향을 돌리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허르트 교수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세밀할 필요는 없다고 전하며, "다른 곳에서는 외부의 영상 리포터들과도 함께 작업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계속해서 방송국 직원인 편집자나 카메라맨을 고집해야 하는지는 자문해봐야 하며, 톱 클래스급 스타와 MC의 출연료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와 구조에 대한 토론이 공공의 장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야 말로 몇 년 간의 밀실회의를 거친 지금 필요한 과정일 지도 모른다"는 바이허르트 교수 말처럼, 이제는 공영방송이 대중의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법적인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