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5주년
“완전히 다른 세상”

IFO 경제연구소의 요아힘 라크니츠
IFO 경제연구소의 요아힘 라크니츠 | 사진(부분): © 요아힘 라크니츠

이포(IFO) 경제연구소 드레스덴 지부의 소장인 요아힘 라크니츠는 통독 이후 구동독 지역의 구조 변화를 연구해 왔다. 금번 인터뷰를 통해 라크니츠는 통일 비용이 얼마나 들었고 1990년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지난 25년 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알려 준다.

통일된 지 4년이 지난 시점인 1994년, 라이프니츠 경제연구소에 국장으로 새로 부임했고, 그 때문에 구동독 지역에 있는 할레(Halle) 시로 이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 직장 소재지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대해 당시 첫인상이 어땠는지 혹시 아직도 기억이 나는가?

물론이다! 당시 연구소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한 시기였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우연히 발을 담그게 된 세상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전까지 내가 일하고 살아 온 마인츠에 비해 주택 사정이나 쇼핑, 여가시간 활용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턱없이 빈약했다. 게다가 너무나도 고요한 노동시장의 분위기나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절망적 분위기, 그리고 당시 일 때문에 그곳으로 이주해 온 서독인들에 대한 불신이 그 모든 것 위에 마치 장막처럼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나로서는 최대한 빨리 그곳을 떠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곧바로 도망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1990년 이후 구동독 지역의 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체험했고 지금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말해 달라.

통독 이후 초기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동독의 유산들이 붕괴되었다. 기존의 '산업 분야의 핵심', 다시 말해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매우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었다. 그중 몇몇은 영원한 실업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후 신생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는 등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물론 그 모든 창업자들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시가지와 도로가 현대식으로 정비되었고,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요인들도 제거했다. 2005년경부터는 고용률도 높아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구동독 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던 인구 이탈 현상이 멈추기까지 했다. 아직까지도 삶의 질이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건 애초부터 헛된 꿈이었다. 구서독 지역 내에서도 지역간에 소득이나 경제력 불균형 현상이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북쪽과 남쪽이 통일된 지 150년이 지났건만 '메초조르노(Mezzogiorno)'라 불리는 남부 지역의 구조적 취약성과 공적 부조에의 의존성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포(IFO) 경제연구소 드레스덴 지부에서는 독일의 통일 비용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 결과, 어떤 액수가 도출되었는가? 그 돈들이 다 어디에 사용되었는가?

통일 이후 구서독에서 구동독으로 흘러들어간 돈을 합산해 본 결과 16억 유로라는 액수가 도출되었다. 25년에 걸쳐 총 그만큼의 돈이 필요했다는 뜻인데, 액수만 보고 놀라기 이전에 기간이 그만큼 길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전부 다 '통일 비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공적 부조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구동독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구서독 지역에 속하는 자아란트나 바이에른의 주민들 역시 공적 부조를 수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구동독 지역 주민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그 돈들은 일종의 '원조금'으로 여기면서 구서독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복지 급여들은 총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문제는 구동독 지역의 납세총액이 구서독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 수요가 똑같다 하더라도 결국 구서독 지방에서 구동독 지역으로 돈이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순수히 동독 재건에만 들어간 비용만 따진다면, 다시 말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금이나 지원금만 계산한다면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아마도 전체 지출액의 10% 정도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자금은 어디에서 출원되었고, '연대부가세(Solidaritätszuschlag)', 다시 말해 동서독 주민 모두가 납부한 '통일세'는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가?

자금은 주로 일반적인 조세수입으로 충당되었고, 연금과 실업수당 지급에 필요한 돈은 사회복지기금 납부액으로 충당되었다. 독일은 조세수입에 대해 항목별로 용도를 지정해 두지 않았다. 말하자면 전체 조세수입을 한 개의 커다란 항아리에 넣은 뒤 필요에 따라 분배하여 지출하는 것이다. 방금 언급한 연대부가세는 아직까지도 '동독 재건'이라는 개념과 연계되어 있다. 사실 도입 초기에 이미 그 목적을 감안해서 만든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따지고 보면 형태만 조금 다를 뿐, 결국 소득세의 일종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거기에 대해서도 구속력 있는 지출 용도는 지정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최근 독일 내 여러 정치단체와 시민단체에서 통일세를 난민들을 위한 특별세로 전환시키자는 제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그건 헌법 때문에라도 완전 불가능하다. 연대부가세에는 그 어떤 지출 용도도 지정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발생된 조세수입 역시 '특별히 난민들을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또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앞으로 걷게 될 통일세 수입이 어디에 사용될지에 대한 계획이 이미 수립되어 있다. 예컨대 인프라 정비나 인구 안정화 대책 실행, 공공 예산에서 발생된 부채 상환을 비롯해 수많은 유사한 지출용도들이 이미 결정되었다. 밀려드는 난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있을 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는 난민들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분야의 지출을 삭감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그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통일된 지 25년이 지났는데, 그 재원 마련 모델이 그와 비슷한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나라들에게 아직도 모범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가?

독일식 통일 모델을 고민해 봐야 할 나라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독일은 사실 1990년과 1991년, 두 해에 걸쳐 시간적 압박에 쫓겼고, 그러면서 수많은 결정들을 성급히 내리고 말았다. 성급한 통화 단일화나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었던 화폐 교환가치, 법률이나 경제구조를 지나치게 서둘러 단일화한 것 등이 그 예인데, 다른 국가들은 그런 사태를 최대한 방지해야 할 것이다. 동독에 그렇게 많은 돈이 흘러들어가야만 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통일 초기 단계에서 저질렀던 실수들 때문이다. 독일은 비교적 경제가 탄탄하기 때문에 그나마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키프로스나 한국은 아마 그보다 훨씬 더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두 국가들은 더더욱 독일 통일에서 배울 점과 배우지 말아야 할 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요아힘 라크니츠 박사(Prof. Dr. Joachim Ragnitz)는 2007년 이포(IFO) 경제연구소 드레스덴 지부의 소장으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그 이전에는 13년 동안 할레에 소재한 라이프니츠 경제연구소의 국장으로 일했다. 이포(IFO) 연구소는 독일 최대의 경제연구소 중 하나로, 라이프니츠 과학협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포(IFO) 연구소는 특히 매달 한 차례에 걸쳐 독일의 경기지수를 분석한 기업환경지수를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