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이스라엘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는 문학 교류

Amos Oz at the Leipzig Book Fair;
Photo (detail): © Leipziger Messe GmbH/Uli Koch

이스라엘 출신 작가들이 흡인력 강한 스토리와 유머로 독일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에 비해 독일 문학은 이스라엘 시장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약하나마 약간의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독일 땅을 절대 밟지 않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뒤흔들어 놓은 계기가 바로 귄터 그라스와 하인리히 뵐의 소설들이라 고백한 바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문학 작품만큼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독일의 전후 문학 작품들이 히브리어로 번역되는 족족 해당 작품들을 탐독했던 것"이다. 독일서적상협회에서 수여하는 국제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오즈는 2015년 3월,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초대손님 자격으로 참가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위 고백을 되풀이했다.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의 중점 주제는 '독일-이스라엘 수교 50주년'이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한 라이프치히 연극공연장에 600명이 넘는 청중들이 꽉 들어찬 가운데 오즈는 자신의 최신작 "유다(Judas)"를 소개했다.

이스라엘 문학이 독일에서 이렇듯 인기를 끄는 데에는 역사적 이유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엘다드 스토베즈키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이 독일이 많은 이스라엘 서적 판권을 사게 해 준 것"이라 말한다. 스토베즈키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랐다. 지금은 문학 작품 저작권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데, 이스라엘 최대의 출판사 중 하나인 케테르(Keter)도 스토베즈키의 주요 고객사에 속한다. 한편, 1960년대 중반부터 지크프리트 운젤트나 미하엘 크뤼거를 비롯한 독일 출판업자들은 이스라엘 작가들을 발굴하여 독일 시장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모스 오즈와 다비드 그로스만 역시 그 시절에 독일 도서시장에 소개된 이들이다. 오즈와 그로스만은 현재 메이어 샬레브와 더불어 독일 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스라엘 작가로 손꼽힌다. 1963년에는 제1회 예루살렘 도서전이 개최되었다. 이후, 예루살렘 도서전은 독일-이스라엘 양국간의 판권 및 저작권 교류의 중심축이 되었다. 당시 독일 출판사들이 저작권을 입수하여 독일에 소개한 이스라엘 책들은 주로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룬 소설들이었다.

새로운 문학적 주제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학 작품들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홀로코스트는 물론 아직까지도 수많은 작품들의 주제가 되고 있지만 소설계의 중심부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 독자들은 이러한 주제 스펙트럼의 다양화를 환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독일인들의 자의식 속에서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단 역사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 독자들은 이스라엘 작가들 특유의 언어유희나 풍자, 독특한 스토리들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스토베즈키는 “예컨대 에트가르 케레트(Etgar Keret)는 일상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매우 유쾌한 문체와 유대인들만의 독특한 유머 감각을 다방면에서 소개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한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젊은 커플의 삶을 조명한 에쉬콜 누에보(Eshkol Nuevo)의 작품이나 체루야 살레브(Zeruya Shalev)의 에로틱한 스토리, 레바논 국경 지대에 주둔한 청년 병사들의 삶을 묘사한 론 레셈(Ron Leshem)의 작품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 작가 리지 도론(Lizzi Doron)은 '카프카는 대체 어떤 작자인가?(Who the fuck is Kafka?)'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어느 이스라엘 여성 작가와 아랍-팔레스타인 출신의 남성 기자와의 변화무쌍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었다. 이렇게 이스라엘 문학이 독일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번역작의 수도 늘어났다. 최근 몇 년 사이 매년 10-20권이 히브리어에서 독일어로 번역되고 있을 정도이다.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는 40명이 넘는 이스라엘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 문학에 대한 늘어난 관심

그렇다면 독일 현대문학은 이스라엘에서 어떤 위상을 누리고 있을까? 이스라엘은 높은 독서열로 유명한 나라이다. 하지만 읽기의 대상이 주로 영미 문학에 집중되어 있다. 스토베즈키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독일 문학이 어렵고 골치 아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즉, 이스라엘 독자들이 젊은 독일 작가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큰 확신을 심어 줄 수 있는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노력이 전혀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아니다. 최소한 히브리어로 번역되는 독일 소설의 수가 연간 5-10권을 기록하는 정도까지는 발전했다. 지난 몇 년 간 독일 중년 작가들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저작권이 이스라엘 출판사들에 판매되기도 했다. W. G. 제발트의 '묘지(Camposanto)', 카트린 슈미트의 '너는 죽지 않아(Du stirbst nicht)', 율리아 프랑크의 '한낮의 정령(Die Mittagsfrau)', 마르쿠스 오르트의 '카탈리나(Catalina)', 모니카 헬트의 '현장에서 사라진 끔찍함(Der Schrecken verliert sich vor Ort)'이 그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도서시장이라는 좁디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작품 중에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작품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시장의 상황이 높은 판매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도서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독일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2014년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독일어권 문학과 관련된 일련의 강의들이 진행된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