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소개
빗발치는 탄환같은 이미지들– 얼개 구조로 된 히토 슈타이얼의 다큐멘터리즘

아티스트 히토 슈타이얼은 에세이와 단편집을 발표하고, 다큐멘터리 요소를 지닌 소재들을 활용하여 작업하며, 강연도 한다. 슈타이얼의 작품들은 정치적이고 저항적인 성향이 짙다.

2008년 발간된 책 ‘진실의 색깔(The Colour of Truth)’에서 히토 슈타이얼은 정형화된 다큐 기록물들에 대한 회의감을 표명했다. 스마트폰으로 갈등지역의 긴박한 상황을 촬영한 탓에 심하게 흔들린 사진들이나 드론 카메라로 찍은, 노이즈가 잔뜩 낀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사진의 진정성은 선명도나 지식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슈타이얼은 요즘 기록물들의 가장 큰 특징이 흐릿함 속에 있다고 지적하고, 기록물 본연의 목표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예술가들은 의구심을 타파하는 전략 대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 형식으로 제작된 슈타이얼의 작품 대부분이 추구하는 바도 바로 그것이다.

예술이라는 전쟁터

제13회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 최초로 공개된 슈타이얼의 작품 ‘미술관은 전쟁터인가?(Is the Museum a Battlefiled?)’는 동영상 작업이 포함된 일종의 강연이었다. 거기에서 슈타이얼은 전쟁터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의 자취를 추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의 작업은 지속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영상 속에서도 보여주듯이, 대규모 전시회나 미술관의 주요 후원자들이 군수업체나 감시용 소프트웨어의 제조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슈타이얼은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요지를 해당 동영상을 통해 매우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다큐멘터리 소재들에서 추상적 논제를 추출하고, 소설을 방불케하는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거기에서 슈타이얼은 1998년 터키 동부의 PKK(쿠르드계 무장 독립운동 단체)의 거점을 타격한 록히드마틴 사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데이터클라우드를 향해 날아가는 탄도를 보여준다. 재료의 재활용을 통해 ‘스타 건축물(starchitecture)’로 재탄생하기 위해 비행하는 것이다. 그 스타 건축물은 다름 아닌 베를린에 위치한 록히드마틴 사의 본부이다. 버드뷰 모드에서 바라본,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그 건물은 그야말로 미사일 탄두의 모습을 그대로 쏙 빼닮았다. 동영상 제작을 위해 슈타이얼이 채택한 전문적 학술 강연 방식과 다큐멘터리적 추적 방식은 자유로운 연상작용과 결합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이한 지역의 정중심을 시각적으로 파고든다.
 
 
슈타이얼은 예술과 정치를 연결하는 라인도 선명하게 보여주는데, 해당 라인은 기술적 전제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1970년대의 비디오아트는 사회 감시와 통제 기능을 광범위하게 수행하는 바로 그 매체에서 자신들의 미학적 자유를 획득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눈깜짝할 사이에 파일이 제작되고 전송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도 그러한 양면적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이제 누구나 개인적 혹은 사회적 사건들을 손쉽게 기록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술은 기록물이라는 장르의 손발을 묶어버릴 강력한 통제 메커니즘의 핵심이기도 하다. 예컨대 촬영 기기의 마이크나 카메라를 원격으로 꺼버린다든지 해당 기술을 특정 송신자를 도청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푸어 이미지’(poor image.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사진이나 동영상들 중에는 해상도가 낮은 것들이 대부분인데, 슈타이얼은 그런 이미지들을 ‘푸어 이미지’라 칭한다)는 늘 사회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과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성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호한 에세이즘에 대한 반론

슈타이얼은 기록물이 추상적일 경우 손쉬운 접근과 해석을 방해할 뿐이라 말한다. 그러한 견해 때문인지 슈타이얼의 작품들 대부분은 시각적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실험물들이고, 그 실험물들은 대개 영상이나 문자 형태로 작성된 에세이들이다. 슈타이얼은 자신의 텍스트에서 늘 대담한 논제들을 제시하면서 융통성 없이 엄격하기만 한 학술적 논의 형태에 도전장을 내밀고, 동시에 그 논의에서 자신의 논제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슈타이얼의 글귀들은 표준화된 학술용어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고, 매우 자유로우며, 연상작용을 촉발시키고, 시적인 표현에 가까운 문체들로 되어 있다.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일관에 전시된 자신의 비디오아트 작품에 슈타이얼은 ‘태양의 공장(Factory of the Su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작품의 중심에는 영화와 컴퓨터게임에서 자주 활용되는 모션캡처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슈타이얼은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해 작은 일 하나까지도 모두 기록물로 남기는 현대 사회의 현상을 종합적으로 은유했다. 뒤이은 장면에서는 지금까지 자신이 담당했던 기록물 전달자 역할을 아바타 형태의 이미지들에게 떠넘긴다. 실제로 때로는 정치적 책임이 고도로 발전된 기술에 이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슈타이얼은 그 책임을 미술관 안에서, 그것도 유럽 내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된 예술마당인 비엔날레라는 공간 속에서 분명하게 인식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오래 전에 시들해진 모의전투 이상의 무언가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동영상을 통해 보여준 것은 아티스트 슈타이얼이 제시한 또 한 번의 과감한 논제였다. 하지만 적어도 그 행보는 이미지를 통한 저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리적 출발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