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IDIOTAPE 인터뷰
"우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곳에도 있지 않을까?"

2014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 중인 IDIOTAPE
2014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 중인 IDIOTAPE | 사진: 브이유이엔티

2015년 여름, 독일 북부 도시 레르츠에서 열리는 퓨전 페스티벌 무대에 한국밴드 IDIOTAPE이 올라 관객들을 사로잡는 연주를 펼쳤다. IDIOTAPE은 신디사이저의 강렬한 사운드를 통해 아날로그 감수성을 전달하는 그룹이다. 음악세계와 그간의 해외투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들을 만났다.

멤버 셋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일렉트로닉 밴드', '신디사이저와 드럼'이라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조합으로 구성이 된 밴드인데, 기존의 락밴드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디알 : 사운드 차원에서 많이 다르다. IDIOTAPE에서의 드럼 사운드는 굉장히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오로지 감정으로만 치우치는 그런 연주라고 할 수 있다. 테크닉적으로 화려하게 보여주는 연주도 해봤는데,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 원래 악기가 몸에 가까이 붙어있을수록 감정표현이 되게 쉬운데, 드럼은 몸에 닿아있지도 않고 심지어 스틱을 이용해서 때려야 한다. 그래서 감정표현을 하기가 힘든데, 그걸 IDIOTAPE 음악에서 해보고 싶었다.

제제 : 어떻게 보면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게 있었다. 락(Rock)은 그냥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는. 우리 음악도 그런 차원인 것 같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사실 락인 거다.

디구루 : 그래서 우리의 곡 'Melodie'의 가사가 "This is Rock’N Roll"이다. (정규 1집 '11111101' 중 유일한 나오는 가사이다.)
 
IDIOTAPE의 무대에서 멤버들이 말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정말로 즐기는 게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작업 결과물도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차 있는데, 그런 점을 극대화시켜 곡 작업을 하는 편인가?
 
디알 : 난 그렇다. 나의 레퍼런스는 항상 무대와 관객이다.

제제 : 그 부분을 사실 얼마 전에 알았다. 우리 음악이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그런 점을 엄청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음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끼리는 곡 작업을 할 때 단순하게 생각을 한다.

디구루 : 애초부터 '우리는 라이브 밴드야' 이런 생각이 있어서 '듣기 좋은'이런 이런 수식어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냥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하는데 '엄청 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세련된 척, 트렌디한 척하는 뉘앙스가 느껴질 여지가 있는 건 다 피했더니 남았던 게 지금의 IDIOTAPE의 음악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Idiotape - 'Pluto', 2012년 라이브 (출처: 유튜브)
 

IDIOTAPE의 공연을 보면 VJ작업이나 조명이 인상적인데, 소리 외적인 부분에서 서사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는 편인가?

제제 : 공연 때마다 조명, 음향 그리고 영상을 담당하시는 분들과 프로덕션 팀을 꾸려서 조금씩 더해갔다. 좀 더 멋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IDIOTAPE과 프로덕션 팀이 같이 커진 것이다. 쉽게 말해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신경 쓰기 시작한 것 같다.

디구루 : 전자음악에서 조명과 영상이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가사가 없는 그 지점을 이런 식으로 더 잘 표현하고 싶다.
 
제목 역시 서사에 일조한다고 볼 수 있나? 가사가 없는 곡들이라, 제목이 어떻게 지어지는지도 궁금한데.
 
디알 : 솔직한 거다. 모든 노래들의 가사도 부연설명이고 사실 주제는 제목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목 하나면 되는 건데?'라는 생각인 거다.

디구루 :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노래가 다 만들어지거나 거의 완성될 때쯤 되면, '얘는 이름이 뭘까'이렇게. 미리 제목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건 거의 없다.

제제 : 다만 우리가 음악에 담고 싶은 얘기를 제목을 통해 지나치게 드러내고 싶진 않다.

이디오테이프 이디오테이프 | 사진: 브이유이엔티 IDIOTAPE :
디구루 / 신시사이저
제제 / 신시사이저
디알 / 드럼
 
이디오테잎은 2010년에 결성되어 6대의 신디사이저와 드럼을 통해 록음악을 연주하는 일렉트로닉 밴드다. 리더인 디구루는 지난 15년간 한국의 주요 클럽에서 DJ로 활동하여 인지도를 쌓았다. 여기에 탁월한 작곡과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연주의 제제와 한국 최고의 파워 드러머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디알의 화려판 퍼포먼스가 더해져 관객을 사로잡는다. 한국의 60-70년대 록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신디사이저로 재해석하여 연주하는 이디오테잎만의 음악은 한국에서 유례없는 장르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6년 4월에 발표한 리메이크 EP 앨범 'RE'와, 동료분들이 IDIOTAPE의 정규 2집을 리믹스했던 'Tour the Remix' 같은 작업을 보면, 동료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돋보이는 것 같다.
 
디알 : 'RE' 앨범의 경우, 앨범 재킷도, 뮤직비디오도 전부 다 친구들이랑 작업하게 된 경우다. 앨범 하나만의 컬래버레이션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지인들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단독 공연을 기점으로 일단락되고 나서 마음이 찡해졌다. 단지 그냥 좋아서 취미로 시작을 했는데 모두가 함께 성장해서 직업이 되고 인정을 받고 있으니까.

디구루 : 동료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사실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건데, 유독 한국에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리메이크 작업의 경우, 결산의 의미였다. 매번 공연 때마다 이 곡을 연주를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했는데 이제 음원이 있으니까 연주를 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있고. (웃음) 정규 2집까지 내고, 투어다운 투어도 다녀온 후 예전 음악 작업들을 정리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되게 뜨거울 때 작업했던 곡들이라 리마인드도 됐다.

제제 : 동료 뮤지션들끼리 모두 서로를 응원해주고 있다 보니까 동기부여도 됐고, 함께 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다.
 
해외 투어의 경험에 대해서도 인디씬의 동료 뮤지션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서로 공유를 하는지?
 
디구루 : 해외투어에 대해 물어보는 동료 뮤지션들에게는 '무조건 가라'고 얘기한다. 안 가면 모르지 않나. 여기서는 아무도 우리 음악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다른 곳에서는 열광할 수도 있다.

제제 : 어떻게 보면 우리도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내고 싶은 거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기 있지 않을까' 하고.
 
EP앨범 'RE' 수록곡 '가지마오' (feat. 김창완) 뮤직비디오, 2016 (출처: 유튜브)

2015년 첫 유럽투어를 했는데, 유럽 팬들을 만난 소감은 어땠는지?
 
디구루 :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독일의 퓨전 페스티벌! 도착해서 보니 규모나 에너지, 이런 것들이 수상하더라. 첫 투어를 끝내고 공연을 돌아보니, 우리 음악에 있는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와 가장 맞닿아 있던 곳이 독일 퓨전 페스티벌이었다.

제제 : 공연하기 전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굉장히 긍정적인 상태에서 시작을 했던 것 같다.
 
2016년 두 번째 유럽 투어 또한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많은 도시에 투어를 다니는 게 에너지를 소진하는 느낌인지 충전되는 느낌인지도 궁금하다. 해외 투어의 경험들이 다음 음악 작업에도 반영이 되는 건지?
 
디알 : 작년에는 처음이라 긴장이 돼서 좀 소진의 느낌이 있었다. 이번에는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그런지 힘들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더라. 더 오래 있고 싶고.

제제 : 무엇보다도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가 영감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무대와 공연인데, 한국에서의 공연도 재밌지만,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 진짜 멋진 일인 것 같다.

디구루 : 음악으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좀 더 경험을 해야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구나'라는 확신은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반하게 할까'는 좀 다른 얘기지 않나. 조금 더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