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스루에의 제품디자인 자주적 디자인에 관한 지침서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 그랜드콘서트홀 로비의 가구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 그랜드콘서트홀 로비의 가구들 | 사진(부분): 엘리아스 하소스

1992년 이래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는 열린 교수학습 방식을 표방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섯 개의 전공 과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있다. 단, 그 중 어떤 과목이 자기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학생들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의 폴커 알부스 교수는, 학창시절이야말로 ‘완전 미친 짓’이 허용되는 유일한 시절이고, 그런 만큼 모든 게 자유로워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동시에, 학생들은 자신이 개발한 아이디어의 실제 실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장차 밥벌이를 해나갈 수 있는 기초 지식들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러한 기초 지식들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을 직접 개발해야 한다. 졸업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카를스루에 대학 교육방식의 가장 큰 강점은,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분야를 찾아내고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는 학업 과정 전체가 프로젝트의 연속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학교의 특별한 점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사무실에서 잠자기(Schlafen im Büro)’나 ‘식용가능한 제품(EAT WEAR)’ 등 매우 자유분방하다. 때로는 파트너 업체나 기관들과의 협력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2015년 카를스루에 시가 도시 탄생 300주년을 맞는 행사를 개최할 당시, 성 주변을 수놓았던, 자유자재로 조합이 가능한 알록달록한 벤치들도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 졸업생들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플랫폼 ‘Kkaarrlls’

  • 카를스루에 도시건립 기념일을 맞아 설치한 외부 가구들 © 진테지 랩 디자인 그룹
    카를스루에 도시건립 기념일을 맞아 설치한 외부 가구들
  • kkaarrlls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사진 © 필립 라도비츠
    kkaarrlls | ‘코르크’ 시리즈, 구세계 - 신세계 | 2015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는 지속성과 변화 사이의 최적의 배합을 중시한다. 현재 교수진은 디자이너듀오 ‘블레스(BLESS)’의 멤버였던 이네스 카그(Ines Kaag), 데지레 하이스(Desiree Heiss), 폴커 알부스(Volker Albus) 등으로 포진되어 있다. 슈테판 디츠(Stefan Diez)도 얼마 전까지 교수로 재직했고, 한스예르크 마이어-아이헨(Hansjerg Meier-Aichen)도 전과 다름없이 지금도 각종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으며, 킬리안 쉰들러(Kilian Schindler)나 톰 파블로프스키(Tom Pawlofsky) 역시 자신의 모교에서 객원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친 바 있다. 변화는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의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이 학교는 변화가 신선한 인풋을 창출한다는 점을 늘 중시해왔다. 하지만 오래된 전통과 노력이 없었다면, 폴커 알부스와 슈테판 레크너(Stefan Legner)가 이끌고 있는 ‘Kkaarrlls’라는 브랜드는 절대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Kkaarrlls라는 레이블은 2009년 출범되었고, 같은 해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첫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후,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가구, 카펫, 조명, 실내장식용 소품들은 매년 10-15 아이템씩 늘어났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외부 펀드를 통해 지원되었고, 국제적으로도 꽤 큰 명성을 얻었다. 이보다 더 멋진 ‘명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잔드라 뵘

  • 잔드라 뵘 | ‘프라이’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프라이’
  • 잔드라 뵘 | ‘프라이’ 사진: 필립 라도비츠
    잔드라 뵘 | ‘프라이’
  • 잔드라 뵘 | ‘프라이’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프라이’
  • 잔드라 뵘 | ‘프라이’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프라이’
  • 잔드라 뵘 | 합성(Komposita), 곡물 잔여물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합성(Komposita), 곡물 잔여물
  • 잔드라 뵘 | 합성, 계란 껍질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합성, 계란 껍질
  • 잔드라 뵘 | 18-12 사진: 필립 라도비츠
    잔드라 뵘 | 18-12
  • 잔드라 뵘 | 18-12 사진: 필립 라도비츠
    잔드라 뵘 | 18-12
  • 잔드라 뵘 | 스템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스템
  • 잔드라 뵘 | 쌓기(Gestapelt) 사진: 잔드라 뵘
    잔드라 뵘 | 쌓기(Gestapelt)
잔드라 뵘(Sandra Böhm)은 예비 디플롬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이미 결정했다. 뵘은 ‘눈 앞의 재료들을 이용해 작업하자’라는 슬로건 하에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 작품들에 ‘프라이(Prei)’라는 예쁜 이름도 붙여주었다. 프라이 프로젝트 당시 뵘은 풀을 먹이고 활석을 섞어야 비로소 단단해지는 ‘파피에 마셰(Papier-mâché)’라는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종이반죽을 이용하면 견고한 오브제뿐 아니라 가벼운 오브제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파피에 마셰를 이용해 제작한 첫 작품은 책장이었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의자들이 탄생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모두가 수작업만으로 제작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들로, 실용성의 관점을 더한 예술 놀이들이다.
 
잔드라 뵘은 기타 제품들을 디자인할 때에도 이와 동일한 콘셉트를 적용한다. 롤폼에 패브릭을 덧씌워 만든 가구 ‘스템(Stem)’은 나무의 굵은 몸통을 연상시키는데, 필요에 따라 위치나 조합을 바꿔서 벤치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작품인 ‘스텍트(Stacked)’는 매우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일종의 선반이다. ‘18/12’는 심지어 사용자가 자유롭게 용도를 결정할 수 있게 설계된 작품이다. 현재 뵘은 프라이 시리즈를 발전시키는 계획을 품고 있는데, 개발의 방향은 보다 완벽한 시스템가구의 개발이 아니라 생산공정의 최적화, 마케팅과 유통 분야의 개선 등이다. 뵘은 또 의자들을 높이 쌓을 수 있는 형태로 개선하여 각각의 오브제가 공간 안에서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jjoo 디자인

  • jjoo | 어린이방문 사진 © jjoo 디자인
    jjoo | 어린이방문
  • jjoo | 어린이방문 사진 © jjoo 디자인
    jjoo | 어린이방문
  • jjoo | 어린이방문 사진 © jjoo 디자인
    jjoo | 어린이방문
  • jjoo | “난 네가 못 보는 걸 볼 수 있어” 사진 © jjoo 디자인
    jjoo | “난 네가 못 보는 걸 볼 수 있어”
  • 니타 | 펜던트 조명 사진 © 니타 UG
    니타 | 펜던트 조명
  • 니타 | 펜던트 조명 사진 © 니타 UG
    니타 | 펜던트 조명
요하네스 마르몬(Johannes Marmon)과 요하네스 뮐러(Johannes Müller)는 ‘jjoo 디자인(jjoo design)’ 스튜디오만 운영할 당시에 이미 제품의 생산방식과 생산공정의 경제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바람직하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디자인을 의뢰한 업체를 위해 ‘올라운드 패키지’를 개발하고자 했다. 간소한 디자인에 기술적으로 뛰어난 램프의 생산을 추구하는 ‘니타(Nyta)’라는 자체 조명업체를 설립한 뒤, 두 디자이너의 이러한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다. 두 사람의 디자인은 또 미니멀리즘이라는 특징 외에 각 주제에 알맞는 유머 한 줄기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이를 테면 jjoo 디자인은 어린이방의 문을 설계할 때 아이 키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한다. 이로써 아이에게 자기만의 작은 세상을 보다 친밀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건축물의 예술성을 두고 경쟁하는 ‘쿤스트 암 바우(Kunst am Bau)’ 대회에 출품하는 작품에서도 마르몬과 뮐러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대형 건물 앞에 “난 네가 못 보는 걸 볼 수 있어(Ich sehe was, was du nicht siehst)”라는 문장을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글자 블록으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제출했는데, 아이 방에 으레 놓여 있는 글자 자석판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프로젝트는 실현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작품을 설치하고자 한 대상 건물이 연방정보부(BND) 본부였는데, 실제로 연방정보부에서 하는 일이 남들은 볼 수 없거나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캐내는 일이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 엘프필하모니의 가구들
  • 베자우-마르게레 | ‘니도’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베자우-마르게레 | ‘니도’
  • 베자우-마르게레 | ‘니도’ 사진: 엘리아스 하소스
    베자우-마르게레 | ‘니도’
  • 베자우-마르게레 | kkaarrlls를 위한 ‘모아’ 사진: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베자우-마르게레 | kkaarrlls를 위한 ‘모아’
  • 베자우-마르게레 | kkaarrlls를 위한 ‘모아’ 사진: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
    베자우-마르게레 | kkaarrlls를 위한 ‘모아’
에바 마르게레(Eva Marguerre)에게 지금까지 해온 그 많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한데 묶는 키워드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마르게레는 소재성과 컬러를꼽는다.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호기심은 소중하며, 모든 실험과 작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에바 마르게레와 마르셀 베자우(Marcel Besau)는 카를스루에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처음 만났고, 2012년 함부르크에 자신들의 스튜디오를 열었다. 두 사람이 대학 시절에 개발한 등받이 없는 의자 ‘니도(Nido)’와 바스켓 시리즈 ‘모아(Moa)’는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마르게레와 베자우의 중점 작업은  인테리어디자인 분야로 옮겨갔다. 지난 18개월 동안 ‘스튜디오 베자우-마르게레(Studio Besau-Marguerre)’는 엘프필하모니의 시설들을 꾸미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마르게레는 이와 관련해 이러한 말을 남긴다. “6천5백 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을 우리가 설계한 가구만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은 좀 무모했던 것 같다. 다른 다른 동료들의 디자인도 충분히 훌륭하고 흥미진진하다.”

킬리안 쉰들러

  • 킬리안 쉰들러 | ‘찰스’ 와이어 의자 사진: 킬리안 쉰들러
    킬리안 쉰들러 | ‘찰스’ 와이어 의자
  • 킬리안 쉰들러 | ‘헨리’ 그리드 수납 선반 사진: 킬리안 쉰들러
    킬리안 쉰들러 | ‘헨리’ 그리드 수납 선반
  • 킬리안 쉰들러 | ‘헨리’ 그리드 수납 선반 사진: 킬리안 쉰들러
    킬리안 쉰들러 | ‘헨리’ 그리드 수납 선반
  • 킬리안 쉰들러 | 글렌모렌지(Glenmorangie) 사진: 크리스티안 메츨러
    킬리안 쉰들러 | 글렌모렌지(Glenmorangie)
  • 킬리안 쉰들러 | ‘오노 로젠탈(Ono Rosenthal)’ 도자기 사진: 게르하트 켈러만
    킬리안 쉰들러 | ‘오노 로젠탈(Ono Rosenthal)’ 도자기
  • 킬리안 쉰들러 | kkaarrllssttool 의자, 2008 사진: bitterfield.net
    킬리안 쉰들러 | kkaarrllssttool 의자, 2008
  • 킬리안 쉰들러 | kkaarrllssttool 의자, 2008 사진: bitterfield.net
    킬리안 쉰들러 | kkaarrllssttool 의자, 2008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늘 자기만의 규칙이 포함되어 있고, 그 아이디어에 뛰어들고 싶다면 그 규칙들을 지켜야만 한다.” 킬리안 쉰들러(Kilian Schindler)의 디자인 철학이다. 보석 디자인을 할 때든, 주방을 설계할 때든, 생산현장을 위한 알루미늄 블라인드를 설치할 때든, 도자기 디자인을 할 때든 이 철학은 늘 유효하다. 작업의 출발점은 당연히 제품 자체이다. 제품에 대한 철저한 예비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해당 대상물의 역사를 알아야 거기에 알맞은 솔루션, 자기만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 단계를 거치면 디자이너의 손길이나 숨결이 지나치게 표면으로 부각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쉰들러는 디자이너가 담당해야 할 과제의 목록이 예전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소비재들을 설계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들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척 작업 속에는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생산공정에 대한 고민, 마케팅 부서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대학 졸업 후에도 카를스루에를 떠나지 않은 쉰들러는 지난해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의 객원교수로 초빙되었다. 그는 카를스루에가 풍경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훌륭한 작업환경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사는 곳이 어디든 요즘은 어디와도 네트워킹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그가 카를스루에를 떠날 이유는 없다고 한다.

질비아 크뉘펠

  • 질비아 크뉘펠 | ‘플라(레)이우드’ 캐비닛, 2009 사진: 필립 라도비츠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플라(레)이우드’ 캐비닛, 2009
  • 질비아 크뉘펠 | ‘플라(레)이우드’ 캐비닛, 2009 사진: 필립 라도비츠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플라(레)이우드’ 캐비닛, 2009
  • 질비아 크뉘펠 | ‘플라(레)이우드’ 캐비닛, 2009 사진: 필립 라도비츠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플라(레)이우드’ 캐비닛, 2009
  • 질비아 크뉘펠 | ‘드뤼케베르거’ 캐비닛, 2007 사진: 필립 라도비츠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드뤼케베르거’ 캐비닛, 2007
  • 질비아 크뉘펠 | 프랑크푸르터 멜랑주(Frankfurter Mélange) #1, 2011 사진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프랑크푸르터 멜랑주(Frankfurter Mélange) #1, 2011
  • 질비아 크뉘펠 | 홈 주 커버스(Home Zoo Covers), 2012 사진: 레베카 서이베르트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홈 주 커버스(Home Zoo Covers), 2012
  • 질비아 크뉘펠 | 겨울코트 캐비닛, 2007 사진: 미하엘 안할트 © 질비아 크뉘펠
    질비아 크뉘펠 | 겨울코트 캐비닛, 2007
전통적 형태의 가구라 해서 사용방식도 전통적이어야 할까? 이와 관련해 언제나 통하는 규칙 같은 것이 과연 존재할까? 질비아 크뉘펠(Silvia Knüppel)은 실루엣은 익숙한 것을 활용하지만, 용도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 심지어 황당한 것으로까지의 확장을 꿈꾸고 실현하는 디자이너이다. 단순한 형태의 수납장 ‘플라(레)이우드(pl(a)ywood)’는 어느 카테고리의 가구에 속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각각의 층들을 밀거나 들어올리면 다양한 용도의 쓰임새를 자랑하는 진정한 가구로 거듭난다. 그런가 하면 ‘드뤼케베르거(Drückeberger)’ 시리즈의 가구들의 경우, 패브릭 및 기타 제품들을 잘 접기만 하면 수납성이 탁월하게 높아지는데, 이는 오로지 드뤼케베르거 가구의 형태 덕분에 보장되는특성이다. 폼 소재로 제작한 캐비닛 겸 서랍장은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세팅한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한 활용성을 발휘하는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그 다음 수납하고자 하는 물건을 집어넣으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정리체계를 체험할 수 있다.
 
제품디자이너 크뉘펠은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든 그 안에 늘 ‘옛 것’이 조금은 담겨 있기 마련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능성이나 활용성 부문에서도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디자이너의 그늘(designers’ shadow)’ 시리즈에 속하는 양탄자들을 보면 토넷, 임스, 야콥센의 유명한 의자 디자인의 그늘이 금세 느껴진다. 때로 ‘울름 의자(Ulmer Hocker)’, ‘스툴 60(stool 60)’, ‘프랑크푸르트 의자(Frankfurter Stuhl)’나 이의 스웨덴 버전인 ‘릴라 올란드(Lilla Aland)’ 같은 클래식 디자인 모델들이 하나로 뒤섞여 융해된 작품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모델이 지닌 본래의 특성들은 여전히 그림자로 남아 있다.

톰 파블로프스키

  • 티보르 바이스마르 & 톰 파블로프스키 | 7XStool 사진: 톰 파블로프스키
    티보르 바이스마르 & 톰 파블로프스키 | 7XStool
  • 톰 파블로프스키 | ‘두 공간 벽(Zweiraumwand)’ 사진: 톰 파블로프스키
    톰 파블로프스키 | ‘두 공간 벽(Zweiraumwand)’, 체인톱과 로봇을 이용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제작한 실험적 작품
  • 톰 파블로프스키 | 베를린, 숍 확장공사 디테일, 아커만 GmbH 사진: 톰 파블로프스키
    톰 파블로프스키 | 베를린, 숍 확장공사 디테일, 아커만 GmbH
  • 톰 파블로프스키 | ‘친판델 플렉시벨(Zinfandel flexibel)’, 조정가능한 선반 사진: 톰 파블로프스키
    톰 파블로프스키 | ‘친판델 플렉시벨(Zinfandel flexibel)’, 조정가능한 선반
  • 톰 파블로프스키 | 프로젝트 관리 및 제작공정 기획 Photo: Tom Pawlofsky
    톰 파블로프스키 | 프로젝트 관리 및 제작공정 기획
  • 톰 파블로프스키 | 브뤼셀 소재 BMW 플래그쉽 스토어에 전시된 나무퍼즐 사진: 톰 파블로프스키
    톰 파블로프스키 | 브뤼셀 소재 BMW 플래그쉽 스토어에 전시된 나무퍼즐
  • 톰 파블로프스키 | ‘두 공간 벽(Zweiraumwand)’ 사진: 톰 파블로프스키
    톰 파블로프스키 | ‘두 공간 벽(Zweiraumwand)’, 체인톱과 로봇을 이용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제작한 실험적 작품
톰 파블로프스키(Tom Pawlofsky)는 자신의 직업에 필요한 능력들을 철저하게 배우고 익힌 디자이너이다. 처음에는 직업학교에서 목수 교육과정을 밟았고, 이후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에 입학해 디자인을 배웠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술들을 독학으로 습득했다. 특히 대학 진학 후에는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이해할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 예전의 수공업자들은 작업을 위해 어떤 공구를 사용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었다. 물론 지금도 수공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예컨대 형틀 제작을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최신 소프트웨어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파블로프스키는 디자인과 생산 사이의 인터페이스, 즉 중간 지점을 자신이 공략해야 할 지점으로 본다. 그는 후학 양성에 힘쓰는 한편, 자신의 취리히 스튜디오 ‘크래프트와이즈(craftwise)’의 팀과 함께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내부확장 공사 시 목재가공 과정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개발하기도 하고, 디자인 작품을 현실화하는 콘셉트 등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는 스위스의 한 예술품 주조공장의 프로젝트매니저를 담당한 적도 있다. 이 때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 네번째 대좌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의 대형 수탉상 제작을 총지휘했다. 한편, 디지털 방식의 생산공정에서는 대개 백 개에서 3천 개의 제품들이 생산되는데, 관찰자 입장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마치 마법의 손으로 연출되는 일종의 특별한 퍼포먼스로 느껴진다.

카로이스’

카로이스’ | ‘피라(Fira)’ 카로이스’ | ‘피라(Fira)’ | © 카로이스 랄프 두 카로이스(Ralph du Carrois)는 제품디자인을 공부한 학생이 어쩌다가 처음부터 폰트디자인이라는 샛길로 빠지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을 대학 때부터 받아왔다. 그 후에도 줄곧 이 질문을 받아왔을 것이다. 두 카로이스의 답변은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켜버릴 정도로 간단하다. “폰트는 그래픽디자이너의 손에 주어진 도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카로이스에게 있어 이 도구는 곧 최종 상품이다. 대학 재학 시절 조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두 카로이스는 프로젝트 결과를 프레젠테이션하는 형식에 집중했고, 논문으로도 자신이 최초로 개발한 휴머니스틱하고 선적인 그로테스크 폰트인 ‘마우레아(Maurea)’를 제출했다. 아내 제니퍼와 함께 ‘카로이스’(Carrois’)’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한 이후에도 두 카로이스는 꾸준히 폰트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현재 카로이스’는 5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다. 글자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서체인 ‘아베체(ABeZeh)’나 휘갈겨 쓴 글씨체 ‘크리키크라크(Krikikrak)’, 최근 들어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피라 산스(Fira Sans)’도 모두 카로이스’에서 탄생된 작품들이다. 카로이스'팀은 라틴어, 그리스어, 키릴어 폰트들을 비롯해 국제음성기호(IPA)를 비롯한 다양한 음성기호들의 폰트도 개발하였다. 데바나가리 문자, 태국어, 아랍어, 히브리어, 조지아어 폰트도 출시될 예정이고,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폰트도 앞으로 몇 년 안에 개발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폰트디자인
스튜디오의 직원들은 정작 자신들이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폰트는 반감기가 매우 길고, 누가 누구를 뒤쫓느냐 하는 질문이 늘 따라다닌다”라고 두 카로이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