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ion What?’ 연구 프로젝트
“불신이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회의를 품으면서도 참여의식은 잃지 않는 청년 세대
회의를 품으면서도 참여의식은 잃지 않는 청년 세대 | 사진(부분): © Creativemarc - Fotolia

최근 연구 결과, 유럽 젊은 층의 정치 및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인 지누스 연구소의 프로젝트 팀장 막시밀리안 폰 슈바르츠는 그렇다고 해서 젊은 세대의 참여의식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폰 슈바르츠 님, ‘무슨 세대(Generation What)?’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는 18-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범유럽 차원에서 진행된 연구 중에 가장 큰 규모의 연구로 알고 있다. 조사 대상이 35개국 출신의 약 백만 명에 달했고, 주로 정치와 언론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고 들었는데, 학술 연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상당히 큰 규모 아닌가?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무슨 세대?’ 프로젝트가 비단 학술적 차원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두어야 할 듯하다. 조사의 목표나 방식이 조금 달랐다. 최대한 많은 청년들에게 많은 질문들을 제시하고 답변 받는 것 역시 우리의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무슨 세대?’ 프로젝트는 사실 일반적 연구일 뿐만아니라 멀티미디어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결과 해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출발점이 이러했다고 해서 조사 결과를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여타 학술 조사들과는 달리 이번 연구의 경우, 분야별 결과를 확연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조사 결과에 내포된 기본적 방향들이 충분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18-34세에 해당되는 유럽 청년들이 정치 제도에 대해 얼마나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는지 궁금하다.

막시밀리안 폰 슈바르츠 막시밀리안 폰 슈바르츠 | 사진(부분): © 지누스 연구소 놀라울 정도로 낮을 신뢰도를 기록했다. 유럽 청년들 중 82%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중 45%가 정치 제도나 기관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조사 결과, 유럽 내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성인 중 일부가 정치 시스템에 대해 매우 불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7%나 되었다. 또 다른 질문에서는 90%가 우리 사회에서 돈 문제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치가 중요한 사안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과반이 넘었다.
 
예를 들어 어떤 면에서 그렇다는 뜻인가?

기후 문제나 부패 척결 문제 등이 그 사례들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정치 신뢰도를 묻는 이번 설문에서 도출된 국가별 순위가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국가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는 스위스나 독일, 네덜란드의 경우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게 나오는 식이었다. 반대로 청년 실업률이 높은 나라들에서는 정치 신뢰도가 아주 낮게 나왔다.

참여의식이 축소되지는 않아

그 말대로라면 독일은 제반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도 정치를 불신한다는 답변이 23%나 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사회의 이분화가 한 가지 이유라 할 수 있다. 독일 사회는 계층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지배적이다. 낮은 계층 출신의 독일 청년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계층 상승의 기회가 적은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 역시 지식층 출신의 청년들보다는 훨씬 더 비관적이다. 게다가 수많은 청년들의 눈에는 모든 정치적 과정들이 ‘쇼’에 불과하고, 자신들의 실제 삶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생활과의 괴리감 때문에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더더욱 떨어지는 것이다.
 

정치 참여에 관련된 질문도 제기되었고, 거기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다.

그렇다. 사실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참여의식도 낮아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불신도가 그렇게 높았음에도 정치 조직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최소 15%는 되었고, 적어도 참여해볼 의사는 있다고 답한 사람도 30%에 달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한 절망과 불신이 곧장 포기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유럽 청년층의 언론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는가?

언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이는 불과 2%에 지나지 않았다. 39%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단, 이번 조사에서 ‘언론’이라는 개념을 세분화하지 않고 뭉뚱그려 제시했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하는 바이다. 공영 방송에 대한 신뢰도를 따로 구분하여 물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신뢰도는 아마도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신뢰도 관련 질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언론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독일 청년들의 부정적 응답률은 다른 지역처럼 그렇게 낮지는 않았다. “언론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독일 청년의 비율은 22% ’밖에’ 되지 않았다.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청년 세대

이 정도 수치면 ‘신뢰 위기’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수치는 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야단법석을 떨 정도는 아니다. 요즘 청년 세대는 아주 다양한 경로로 정말 많은 상이한 정보들을 접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 때문에 언론이 제시하는 콘텐츠에 대한 회의감이 비교적 높게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정보들의 신뢰성은 다분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점들이 언론에 대한 기본적 의심을 품게 만들 소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요즘 젊은 세대는 정치나 언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있어 무언가를 신뢰하는 문제에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앞서 말한 분야들에 대한 불신이 민주주의 제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정치 불신을 포퓰리즘의 도구로 활용할 소지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 유럽의 젊은 층이 인기영합주의적 미끼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노동시장에서 독일 국적의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5%였다. “연대의식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라는 답변은 90%에 달했다. 결론적으로 정치 불신이 반드시 국수주의적 경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막시밀리안 폰 슈바르츠는 지누스 연구소 연구감독관으로, 선임 사회학자로서 범유럽 차원의 ‘무슨 세대?’ 연구 프로젝트(2017)를 담당했다. 베를린 지누스 연구소에 재직하기 전 하이델베르크, 미국, 네덜란드에서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을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