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블로그
‘서재 메뚜기’와 ‘문학세계일주자’

점점 더 많은 문학애호가들이 블로거들의 견해를 신뢰한다.
점점 더 많은 문학애호가들이 블로거들의 견해를 신뢰한다. | 사진(부분): © 율리/포톨리아

독서광들은 다음 책을 고를 때 누군가가 좋은 책을 추천해주면 매우 기뻐한다. 요즘은 그 ‘누군가’가 문학블로그에 올라온 글들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독일어권의 유명 문학블로그들을 둘러보자.

문학블로거와 문학평론가들의 관계가 그리 원만한 것만은 아니다. 둘 사이의 논쟁은 식을 만하면 어느새 다시금 불이 붙는 식이다. 아마추어 문학블로거들은 인쇄매체에 기고문을 게재하는 전문가들이 온라인 포스팅의 가치나 문학블로거들의 실력을 얕잡아보고, 자신들이 손에 쥔 권력수단을 이용해 블로거들의 세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불평한다. 어떤 블로거들은 평론가들이 쓴 비평이나 감상문 따위는 케케묵은 세계관에서 탈피하지 못한 뒷방 노인네의 글나부랑이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이야말로 저널리즘의 미래라 생각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독일 내 문학블로그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 나아가 블로거들의 의견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8월 ‘쿨투어게슈배츠(Kulturgeschwätz, ‘문화수다’라는 의미)’라는 블로그를 개설한 카타리나 헤어만(Katharina Herrmann)도 영향력이 큰 문학블로거들 중 하나이다. 헤어만은 두 가지 이유에서 블로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첫 번째 목적은 자신의 머릿속 책장을 한 번 정리해보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목적은 되도록 많은 국가들을 책을 통해 여행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헤어만은 자신의 문학세계일주 현황을 ‘독서세계지도’에 기록한다. 헤어만의 웹사이트에 가면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꼼꼼히 평가한 감상문들을 읽을 수 있다.
 
2017년 봄, 헤어만의 블로그 쿨투어게슈배츠가 틸만 빈털링(Tilman Winterling)의 블로그 ’54 북스(54 Books)’에 통합되었다. 빈털링은 본업이 변호사로, 함부르크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출판사/저작권/미디어법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빈털링의 고객 목록에는 출판사들뿐 아니라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54 북스’가 단지 문학 감상평만 게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문화나 저작권 같은 주제들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의 전달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54 북스는 시와 산문 작품들을 모아 놓은 ‘54 스토리스(54 Stories)’라는 플랫폼과도 링크로 연결되어 있다.

취미마라톤선수 오트렘바와 문학전문가 바이간트

게라르트 오트렘바(Gérard Otremba)의 ‘사운즈 & 북스(Sounds & Books)’도 여러 개의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블로그이다. 현재 함부르크에 살고 있는, 전문서적상 과정을 이수한 오트렘바는 2016년 독일출판협회가 선정한 6명의 블로거들 중 한 명으로, 독일도서상의 1차 및 2차 심사에서 선정된 바 있다. 오트렘바는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진 달리기선수인 동시에(사운즈 & 북스에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다) 음악과 문학 분야의 전문가로서도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오트렘바의 블로그에 가면 추천 도서 목록과 더불어 수많은 앨범, 다수의 콘서트에 관한 정보도 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오트렘바의 페이스북을 찾는 친구들은 매일 엄선된 ‘오늘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사운즈 & 북스는 구성도 다양하다. ‘문학(Literatur)’ 코너에 가면 풍부한 지식과 수준 높은 필력으로 쓴 신간소설과 추리소설에 관한 비평을 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시리즈 형태로 이어지는 ‘특급 정보(Geheimtipps)’ 코너와 뮤지션 및 작가와의 대담을 기록한 ‘인터뷰(Interviews)’ 코너도 갖추고 있다.
 
소피 바이간트(Sophie Weigand)도 문학블로그 분야에서 파워블로거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28세의 젊은 블로거 바이간트 역시 전문서적상 과정을 이수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문학에 초점을 둔 문화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제 바이간트는 신미디어 도서문화를 주제로 한 토론이 벌어질 때면 반드시 패널로 초청되는 전문가가 되었다. 바이간트는 자신의 블로그 ‘리터라투렌(Literaturen, ‘문학’이라는 뜻)’에서 장편소설, 단편소설, 시 등 모든 장르의 문학을 다룬다. 그래픽노블과 비소설 분야의 책들도 그녀의 관심 대상에 속한다. ‘도서문화(Buchkultur)’ 코너에 가면 각종 문학 행사에 관한 견해나 후기를 읽을 수 있다.

책을 소개하는 수다

헤르베르트 그리스홉(Herbert Grieshop)도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블로거이다. ‘헤르베르트 리스트(Herbert liest, ‘책 읽는 헤르베르트’라는 뜻)’의 운영자인 그리스홉은 문학박사로 런던에서 독문학을 가르쳤고, 베를린 폴크스뷔네 극장(Berliner Volksbühne)의 로터잘롱관에 ‘닫힌 사회(Geschlossene Gesellschaft)’라는 이름의 문학 살롱을 조직했으며, 지금은 이따금씩 친구들의 집을 옮겨 다니며 ‘서재 메뚜기(Bücherregalhopping)’ 모임을 열고 있다. 모임이 열릴 때마다 그리스홉은 매번 장소를 바꿔가며 카메라 앞에 서서 새 책을 소개한다. 이 소개 영상들을 보다 보면 마치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 영상들은 내용면에서 매우 알차고, 구성도 훌륭하며, 기술적 면에서도 매우 전문적이다.
 
결론적으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다양한 관점들로 무장한 독일 문학블로거들이 이름난 문학비평가들과 충분히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