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스 협회
프랑크푸르트가 낳은 성공 프로젝트

바지스 협회 | 프랑크푸르트 엘베-슈트라세 프로젝트 공간
바지스 협회 | 프랑크푸르트 엘베-슈트라세 프로젝트 공간 | © 바지스 협회 2010

프랑크푸르트 바지스 협회는 본디 청년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아틀리에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탄생된 조직이다. 동시대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공간 창출이라는 협회의 목적은 금세 달성되었고, 이제는 전시 공간까지 준비하여 신예스타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교환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네트워크를 넓혀나가고 있다.

케밥 가게와 사창가들 사이로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는 술집들이 모여 있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주변. 이곳은 다양한 세계가 서로 맞부딪히는 공간이다. 무광의 철문을 통과하면 목가적인 뒤뜰로 이어지고, 여기에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얀 부흐치크(Jan Buchczik)의 아틀리에를 만날 수 있다. 부흐치크는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오펜바흐 미술대학에서 공부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으로, 금번 가을에 졸업 예정이다. 그런데 그는 ‘지망생’이라 부르기엔 이미 너무나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컴퓨터로 제작한 부흐치크의 일러스트레이트 작품들은 이미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매거진란과 디 차이트에 게재되었고,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그의 작품을 예약해둔 상태이다.
 
프랑크푸르트 바지스 협회(basis e.V.)가 보유하고 있는 아틀리에 건물 세 동 중 한 곳에 둥지를 튼 스튜디오에서 2년 간 생활한 부흐치크는 “작업하기에 바지스만큼 훌륭한 공간이 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부흐치크는 프랑크푸르트 시의 지원을 받는 이 작업공간에 스튜디오를 마련한 약 150명의 예술가들 중 하나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와 스튜디오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두 사람이 지불하는 월세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주변의 다른 건물들에 비해 훨씬 낮다. 특히 인근 사창가들이 최신 트렌드에 발맞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상승한 이 지역의 임대료를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희소상품인 저렴한 아틀리에

바지스 프로젝트는 결핍이 낳은 산물이다. 독일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아틀리에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이는 프랑크푸르트가 예술 중심지로 발전해 나가는 데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 지망생들이 슈테델슐레(Städelschule) 프랑크푸르트 미술대학으로 몰려들기는 했지만, 졸업을 한 뒤에는 대부분이 물가가 낮은 지역을 찾아 떠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 여러 단체들이 이러한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순수예술가들과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창작예술가들이 손을 맞잡고 아틀리에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잠시 비는 아틀리에를 사용하거나 장기적으로 아틀리에 공간을 내주는 프로젝트가 실시되기도 했다.
 
  • 바지스 협회 | 구트로이트-슈트라세 8-12 사진: 귄터 대허르트 | 2014-©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구트로이트-슈트라세 8-12
  • 바지스 협회 | 2014 프랑크푸르트 아틀리에 오픈데이(FAT) 사진: 프리트요프 키예르 ©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2014 프랑크푸르트 아틀리에 오픈데이(FAT)
  • 바지스 협회 | 프랑크푸르트 구트로이트-슈트라세 입구 ©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프랑크푸르트 구트로이트-슈트라세 입구
  • 바지스 협회 | 'Rumors of Glory' 전시회 모습 | 2017 사진: 프리트요프 키예르 ©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Rumors of Glory' 전시회 모습 | 2017
  • 바지스 협회 | 모하메드 부루이사 전시회 오프닝 | 2016 사진: 카트린 빈너 ©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모하메드 부루이사 전시회 오프닝 | 2016
  • 바지스 협회 | 독서 공간, 구트로이트-슈트라세 8-12 사진: 귄터 대허르트 | 2014-©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독서 공간, 구트로이트-슈트라세 8-12
  • 바지스 협회 | 클라우스 리히터 전시회 모습 사진: 귄터 대허르트 | 2016-©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클라우스 리히터 전시회 모습
  • 바지스 협회 | 목공소, 엘베-슈트라세 사진: 귄터 대허르트 | 2014-©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목공소, 엘베-슈트라세
  • 바지스 협회 | 스튜디오 | 구트로이트-슈트라세 8-12 사진: 귄터 대허르트 | 2014-© 바지스 협회
    바지스 협회 | 스튜디오 | 구트로이트-슈트라세 8-12
바지스 협회는 2006년 창립된 프로젝트로, 프랑크푸르트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2016년 아틀리에 대부분과 전시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는 본관 건물을 헤센 주로부터 매입했다. 바지스 협회의 존속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바지스의 목적은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창작예술가들, 커리어 쌓기를 앞두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가들은 최대 6년까지 저렴한 월세의 바지스 아틀리에를 사용할 수 있다. 그간 괄목할 만한 결실도 맺어왔다. 이 프로젝트의 예술 팀장인 펠릭스 루회퍼(Felix Ruhöfer)는 “프랑크푸르트에 남아 있겠다는 아티스트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아틀리에 이상의 아틀리에

하지만 아틀리에 건물 세 동이 바지스 프로젝트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바지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비단 젊은 예술가들을 프랑크푸르트에 붙잡아두는 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세계 무대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바지스는 야심찬 전시공간과 청년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들을 위한 교환프로그램 개발이라는 두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바지스의 전시공간은 대부분 이제 막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예술가들에게 배정된다. 현재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 중 독일어권 지역에서의 최초 단독전을 바지스에서 개최한 이들도 적지 않다. 사진작가 토비아스 칠로니(Tobias Zielony)나 스벤 요네(Sven Johne), 혹은 미하엘라 마이제(Michaela Meise)나 케렌 시터(Keren Cytter) 같은 아티스트들도 대형 미술관이 아닌 바지스에서 먼저 전시회를 열었다. 루회퍼는 국제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젊은 동시대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은둔형 아틀리에 건물 구축도 아니고, 오직 예술에만 집중하는 단체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들을 연계하는 가교

국제 교환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하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졌다. 이 프로그램은 스트라스부르, 헬싱키, 안트베르펜, 서울, 쿠알라룸푸르, 프랑스 남서부의 누벨-아키텐 등 세계 각지의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들을 프랑크푸르트로 초청하고 있다. 초청을 받은 아티스트들은 3개월간 아틀리에 건물에 거주하며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참가한다. 반대로 파트너 도시들도 바지스 소속 예술가들을 자국으로 초청해 이러한 환경을 마련해준다. 루회퍼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소개해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바지스가 프랑크푸르트의 문화계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지는 바지스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의 활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17년 5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안네 임호프(Anne Imhof)도 한동안 바지스 아틀리에를 사용했고, 불꽃놀이로 다양한 실험을 추진한 잔드라 크라니히(Sandra Kranich)는 얼마 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아티스트 듀오 외즐렘 귀뇰(Özlem Günyol)과 무스타파 쿤트(Mustafa Kunt)는 최근 2017 HAP 그리스하버 상을 수상했다. 프랑크푸르트 바지스 협회는 이 외에도 수많은 성공담들을 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