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Perfect 알리와 콩줄기의 소리

하루카 부인: “저는 오사카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이곳이 점점 더 좋아졌어요. 나중엔 ‘도시의 손길’ 이니셔티브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하루카 부인: “저는 오사카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이곳이 점점 더 좋아졌어요. 나중엔 ‘도시의 손길’ 이니셔티브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알리 가와키타는 ‘노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땀방울을 흘리며 농사일을 하거나 수공업에 종사하며 독립의 길을 모색한다.

지바 현의 오늘 날씨는 꽤 무덥다.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처럼 걸어 다니는데도 땀방울이 맺힐 정도이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몇몇 청소년들이 잡초를 제거하고, 밭을 갈고,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슈지, 유타로, 요스케는 지바 현 도케마치 시에서 진행 중인 NOCA?! 프로젝트의 참가자들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작업도 하며 지내고 있다.

“날 좀 먹어 주세요!”

“으악, 밟으면 어떡해요!” 슈토가 소리친다. NOCA?! 프로젝트의 담당자 중 하나인 하루카 부인이 이제 막 싹이 올라오는 당근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아버린 것이다. “아이코, 미안!” 하루카 부인이 즉시 사과한다. ‘농사 작업반장’인 슈토의 모히칸족 헤어스타일 사이로 땀이 흐른다. 참고로 그 헤어스타일은 슈토 친구의 작품이다. 슈토는 한참 자라고 있는 콩줄기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핀다. “이제 따도 되는 건가요?” 슈토가 하루카 부인에게 묻는다. 하루카 부인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콩줄기들이 ‘날 좀 먹어 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릴 때 따면 돼.” 슈토는 “음, 콩줄기의 소리를 듣기가 쉽진 않은데요”라 말하면서도 결국 거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때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이 다가오며 말한다. “어이, 슈토, 그늘 쪽에 있는 채소들 좀 봐 줘!” 아이들은 아무 땅에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그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가리킨 곳은 작은 숲이 따가운 햇빛으로부터 민감한 식물들을 보호해주고 있는 곳이다. “왜 또 나야. 정말이지 힘들다고!” 슈토가 불만을 토로한다. 하루카 부인은 “힘들어”, “짜증나”, “다 헛짓이야”, 이 세 마디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들이라 설명한다. 그러자 슈토가 재빨리 덧붙이다. “한 가지 빠뜨리셨어요. ‘피곤해’도 있잖아요!” “그렇지. 너희들한텐 그 단어가 절대 빠져서는 안 되지.” 하루카 부인이 우물우물 말하다가 콩줄기를 쳐다보며 이렇게 외친다. “가만, 저 소리 들려? 쟤들이 지금 분명 ‘날 좀 먹어 주세요!’라고 했어.” 슈토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슈토는 열일곱 살이다. 슈토의 부모님은 아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에 체포되자 부모자식 간의 연을 끊어 버렸다. 그때 NOCA?!가 나서서 도와주었고, 피난처도 제공해주었다. 이제 슈토에게는 꿈이 하나 생겼다. 훗날 자동차 수리점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준비를 더 해야 한다. 예컨대 제대로 쓰고 계산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각자 다른 운명

알리가 점심을 차리기 위한 장을 봐서 돌아온다. 모두가 이미 상을 차리느라 바쁘다. 유타로가 특히 더 열심인 것 같다. 오늘은 유타로가 알리의 도움을 받아 오므라이스를 만든다. “6년 전, 그러니까 제가 열아홉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유타로가 의자에 기대 앉으며 말한다. “집에선 저더러 나가라 했고, 그래서 1년 동안 공원에서 잤어요. 그러다가 어느 구호단체를 알게 되었고, 거길 통해서 이리로 오게 되었죠.”
 
  • “NOCA!? 본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 힘을 합쳐 자신들이 살아갈 공간을 창출해낸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NOCA!? 본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 힘을 합쳐 자신들이 살아갈 공간을 창출해낸다.
  • NOCA?! 프로젝트의 진행자 하루카 부인, 프로젝트 창시자 카와키타 알리, 슈토, 유타로(NOCA?! 프로젝트 사무소 앞). 이곳에는 17-25세 사이의 청소년 6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NOCA?! 프로젝트의 진행자 하루카 부인, 프로젝트 창시자 카와키타 알리, 슈토, 유타로(NOCA?! 프로젝트 사무소 앞). 이곳에는 17-25세 사이의 청소년 6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 NOCA?! 프로젝트의 밭 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여름 채소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NOCA?! 프로젝트의 밭 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여름 채소들
  • 알리, 슈지, 요스케가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무더위 때문에 자꾸만 그늘을 찾게 된다. 어린 시절 본인도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보낸 경험이 있는 덕분에 알리는 피보호자 아이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알리, 슈지, 요스케가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무더위 때문에 자꾸만 그늘을 찾게 된다. 어린 시절 본인도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보낸 경험이 있는 덕분에 알리는 피보호자 아이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 슈지가 직접 파서 만든 ‘벙커’. 만든 이유는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슈지가 직접 파서 만든 ‘벙커’. 만든 이유는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 슈지: “100킬로미터를 등반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도전이든 이겨낼 수 있어요. 다음 번에는 아마도 후지산에 도전하겠죠.”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슈지: “100킬로미터를 등반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도전이든 이겨낼 수 있어요. 다음 번에는 아마도 후지산에 도전하겠죠.”
  • 자신이 만든 밧줄그네를 타고 있는 슈지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자신이 만든 밧줄그네를 타고 있는 슈지
  • 요스케: “뭐가 되고 싶느냐고요? 아무래도 선생님이겠죠? 초등학교나 보호시설 같은 곳에서 말이에요. 아니면 걸그룹 매니저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웃음)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요스케: “뭐가 되고 싶느냐고요? 아무래도 선생님이겠죠? 초등학교나 보호시설 같은 곳에서 말이에요. 아니면 걸그룹 매니저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웃음)
  • ‘농사 작업반장’ 슈토가 오이와 콩 수확에 앞장선다. “까마귀들이 옥수수를 마구 건드려 놓았어요.” 슈토가 투덜거린다. “토마토도 웬일인지 골병이 들었고 알도 작아요. 정말이지 화가 난다니까요!” 사진 © 다나카 마사야
    ‘농사 작업반장’ 슈토가 오이와 콩 수확에 앞장선다. “까마귀들이 옥수수를 마구 건드려 놓았어요.” 슈토가 투덜거린다. “토마토도 웬일인지 골병이 들었고 알도 작아요. 정말이지 화가 난다니까요!”
  • 일본의 전형적인 농작물: 오이, 가지, 대두, 깍지콩, 레몬그라스. 오이는 간식처럼 바로 먹기도 한다. 농사 첫 해인데 모든 작물들이 아주 잘 자라주었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일본의 전형적인 농작물: 오이, 가지, 대두, 깍지콩, 레몬그라스. 오이는 간식처럼 바로 먹기도 한다. 농사 첫 해인데 모든 작물들이 아주 잘 자라주었다!
  • 슈토: 7개월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주로 밭에서 일하고, 시간이 있을 때면 독서를 즐긴다.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대두와 고구마이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슈토: 7개월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주로 밭에서 일하고, 시간이 있을 때면 독서를 즐긴다.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대두와 고구마이다.
  • “우선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넣은 다음 잽싸게 휘저어주면 돼! 옳지, 그렇게, 감각 있게 해야지! 잘했어!” 알리가 유타로에게 자신의 요리 비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우선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넣은 다음 잽싸게 휘저어주면 돼! 옳지, 그렇게, 감각 있게 해야지! 잘했어!” 알리가 유타로에게 자신의 요리 비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 알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즉 직접 무언가를 해보게 만드는 거죠!”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알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즉 직접 무언가를 해보게 만드는 거죠!”
  • 유타로가 만든 오므라이스: “맛있어요!”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유타로가 만든 오므라이스: “맛있어요!”
  • 하루카 부인: “저는 오사카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이곳이 점점 더 좋아졌어요. 나중엔 ‘도시의 손길’ 이니셔티브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사진 © 다나카 마사야
    하루카 부인: “저는 오사카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이곳이 점점 더 좋아졌어요. 나중엔 ‘도시의 손길’ 이니셔티브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 지바 시에 사는 어느 고객이 자신의 ‘고양이 집’을 개조해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알리는 아이들에게 전기톱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지바 시에 사는 어느 고객이 자신의 ‘고양이 집’을 개조해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알리는 아이들에게 전기톱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 여기 이것도 모두가 힘을 모아 제작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물건의 정체는? 그렇다, 고양이 네 마리가 살게 될 공간이다. 올망졸망 귀여운 집이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여기 이것도 모두가 힘을 모아 제작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물건의 정체는? 그렇다, 고양이 네 마리가 살게 될 공간이다. 올망졸망 귀여운 집이다.
  • 어린이 TV 채널 디자인을 본떠 만든 가든하우스. 이 역시 이곳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사진 © 다나카 마사야
    어린이 TV 채널 디자인을 본떠 만든 가든하우스. 이 역시 이곳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 모두들 ‘곰 아저씨’라 부르는 이웃 주민이 집과 밭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곰 아저씨, 정말, 정말 고마워요!” 사진 © 다나카 마사야
    모두들 ‘곰 아저씨’라 부르는 이웃 주민이 집과 밭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곰 아저씨, 정말, 정말 고마워요!”
 
“엄만 술집에서 일했는데,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어요. 거의 매일 취한 상태였고요. 집에 오시면 저를 발로 밟아서 깨웠어요. 밥은 한 번도 차려준 적이 없고요. 제가 스스로 밥하는 법을 배워야 했죠.” 유타로는 NOCA?!를 통해 예술축제인 ‘에치고 쓰마리 트리엔날레’에도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고 있다. “우린 중국의 설치미술가 차이궈창이 짚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걸 도왔어요. 전 나중에 철도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우리 옆자리에서 지금까지 말없이 식사만 하고 있던 요스케가 드디어 입을 연다.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학대받았어요.” 매우 낮은 목소리이다. “5-6학년 때부터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도저히 더 이상은 집에서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출을 했고, 공장에 취직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받는 돈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는 거예요. 그때 예전에 절 가르친 선생님들이 이곳에 가보라고 권해 주셨어요. 그분들은 말하자면 제겐 부모님 같은 분들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소풍 참가비를 내주셨고, 신발이 낡았다 싶으면 신발도 사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그분들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슈지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전 꿈이 없어요”라는 말만 남기고 입을 다물어버린다. “슈지는 소년원에서 이리로 온 아이에요.” 알리가 우리에게 살짝 귀띔을 해준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최근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생일파티도 가졌죠. 모두 함께 라면도 먹었고요. 내일부터는 간단한 일도 시작할 거예요. 동네 한 가게가 이사를 하는데, 그걸 돕기로 했대요. 슈지는 짐 싸는 실력만큼은 끝내준답니다!” “암, 그렇고 말고!” 하루카 부인이 옆에서 거든다. “슈지는 진정한 나무꾼 스타일이에요. 진짜 사나이죠!”

“우리한텐 여기가 곧 집이에요”

NOCA?!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알리는 그곳 논밭에서 일을 돕는 청소년들에게 일당을 지불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최초의 수혜자들은 “우리한텐 여기가 곧 집이에요. 집안일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건 말이 안 돼요!”라며 돈을 거절했다. 이에 알리는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 생계비를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주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도시의 손길’이라는 지역 이니셔티브가 탄생했다. 그곳을 통해 다양하고 간단한 일거리들을 연계해주는 것이다. 밭에서 키운 농산물들 중 자신들이 먹고 남는 것들을 인근에 위치한 도케마치 시의 ‘커뮤니티 살롱’에 내다 팔아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다 문제를 떠안고 있어요. 그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알리가 설명한다. “하지만 사회가 그 아이들을 도와주기만 한다면 아이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뭐, 어떻게든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하겠지’라며 손 놓고 구경만 해서는 안 돼요. 이 아이들은 환영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에요.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그 아이들이 환영 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자, 이제 다시 일을 좀 해야겠어요!” 알리가 의자에서 일어선다. 오후도 오전만큼이나 뜨거울 것 같다. 하지만 NOCA?!의 본격적인 작업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