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옛날 옛적에...

동화에서 고양이는 귀족 분위기를 풍기는 장화를 신고 다닌다.
동화에서 고양이는 귀족 분위기를 풍기는 장화를 신고 다닌다. | 사진(부분): 위키미디어 커먼즈 / archive.org

고급스러운 장화를 신고 걸어 다니는 고양이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전파되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프랑스를 거쳐 독일까지 전해졌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중심 내용은 같다. 많은 동화가 이같은 방식으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들로 전해졌다.

'장화 신은 고양이' 라는 동화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한 방앗간 주인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막내 아들이 고양이 한 마리를 유산으로 받는다. 장난꾸러기로 유명한 이 고양이는 재치를 써서 가난한 자기 주인을 왕의 사위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장화를 신고 걸어 다니는 이 고양이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전해졌다.
 
루이 14세 통치 시절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동화작가가 이 동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발표되기 전 이탈리아의 동화 수집가인 지오반니 프란체스코 스트라파롤라(Giovanni Francesco Straparola)의 '콘스탄티노 포르투나토(Costantino fortunato)'와 잠바티스타 바실레(Giambattista Basile)의 '갈리우소(Cagliuso)'라는 작품에서 이미 발견된다. 동화에 나오는 이름과 세부적인 내용에는 물론 조금 차이가 있지만, 중심 내용은 같다. 이 동화는 프랑스를 거쳐 그림 형제에게 전해졌다. 카셀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던 동화수집가 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던 하센플루크(Hassenpflug) 자매와 친분이 두터웠다. 하센플루크 자매의 증조 할머니는 스위스 사람이었는데, 할머니가 프랑스 목사와 결혼하고 난 후 가족은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림 형제는 하센플루크 자매로부터 프랑스에서 건너온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매 외에도 그림 형제에게 프랑스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 한 명이 헤센 출신의 도로테아 피만(Dorothea Viehmann)인데, 그녀의 조상 역시 프랑스 사람이었다.
 
그림 형제가 이 이야기를 동화집에 넣기 전에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인 루드비히 티크(Ludwig Tieck)가 이미 이 동화를 주제로 풍자극을 만들어 이 동화의 마술적인 세계를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이 동화는 그림 형제에서 멈추지 않았다. 독일의 극작가 탕크레드 도르스트(Tankred Dorst)가 이 이야기로 1964년에 초연된 자신의 첫 작품을 쓰기도 했으며, 그 전에 이미 영국판 '장화 신은 고양이(Puss in Boots)'가 성공적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는 이 동화에 유명한 삽화를 그렸고, 1922년에는 월트 디즈니가 이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 국경선은 없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 - 똑똑한 고양이 한 마리가 유럽을 여행하다

  • 루드비히 티크가 지은 '장화 신은 고양이'의 1797년도 초판 삽화(부분): 삽화가 불명 © 저작물 공유 가능

    루드비히 티크가 지은 '장화 신은 고양이'의 1797년도 초판

  • 독일 화가 오토 슈펙터(Otto Speckter, 1807-1871년)의 동판화 '장화 신은 고양이' 중에서 삽화(부분): © 오토 슈펙터

    독일 화가 오토 슈펙터(Otto Speckter, 1807-1871년)의 동판화 '장화 신은 고양이' 중에서

  •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년)의 '장화 신은 고양이' 삽화 (부분): © 귀스타브 도레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년)의 '장화 신은 고양이'

  • 귀스타브 도레는 샤를 페로의 '동화집'의 삽화도 그렸다. 삽화 (부분): © 귀스타브 도레

    귀스타브 도레는 샤를 페로의 '동화집'의 삽화도 그렸다.

과거에 신화들이 그러했듯 '장화 신은 고양이'를 비롯한 동화들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건너가면서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 부분만은 늘 같다. 모든 동화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된다. 'Es war einmal', 'il était une fois', 'once upon a time', 'c’era una volta' ...  전통적인 구전 노래들과 마찬가지로 동화도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 문화의 일부다. 저녁에 벽난로 앞에서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해져 온 것이다. 물론 동화는 글로 전해지기도 했다. 기록이라는 방식은 동화의 본질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동화가 확산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동화는 주로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들려준다. 그런데 과연 샤를 페로와 마담 돌노아(Madame d’Aulnoy)가 어린이들만을 위해 동화를 지었던 것일까? 동화를 읽는 독자는 혼란, 부정, 결핍이 판 치는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시험대를 통과하고 초자연적인 힘의 도움을 받아 질서는 다행히 다시 회복된다. 마치 마지막에 가서 위안을 주는 카덴차가 흘러나오는 한편의 아름다운 음악과도 같다. '장화 신은 고양이' 역시 처음에는 부정과 무질서로 시작된다.

동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호기심

물론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동화와 관련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유럽은 이미 수 백 년 전부터 전세계 동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며 수많은 동화를 탄생시키는 비옥한 토양 역할을 했다. 유럽의 유명한 동화 수집가로는 이미 언급된 17세기 프랑스의 샤를 페로와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스트라파롤라와 17세기 나폴리의 바실레를 들 수 있다. 물론 영국의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와 같은 인물들도 거론할 수 있는데, 제프리 초서는 이미 14세기에 유럽의 유명한 동화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유럽에서 동화가 문학뿐 아니라 일찍부터 연극, 영화, 오페라, 심지어 발레, 그림, 만화의 소재도 되었다는 점이다. 동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그림 형제는 동화 모음집 3권에서 이렇게 전한다. "샘물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솟아나듯, 같은 동화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등장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