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를린국제영화제 블로거
새로운 디스포지티브: 포럼 익스팬디드

All of Your Star are but Dust on My Shoes
'All of Your Star are but Dust on My Shoes': 키치한 매시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얘기하며 지하세계의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 사진(부분): © Haig Aviazian

극장에 모여 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것, 이 의식은 그 탄생의 순간부터 영화 예술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극장과 스크린이란 틀에 담길 수 없는 ‘다른’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시 프로그램 ‘포럼 익스팬디드(Forum Expanded)’는 매년 필름 프로그램과 더불어 전시 프로그램을 함께 큐레이팅 하는 독특한 형식을 지녔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과 그 이후까지 지속되는 그룹 전시 프로그램인 ‘Closer to the Ground’를 둘러보았다.

베를린 베딩에 위치한 옛 화장터는 ‘Silent Green’이라는 문화기관으로 탈바꿈하였고 지하의 시체 보관소는 팔색조의 거대한 콘크리트 전시공간인 베톤할레(Betonhalle)가 되었다. 포럼 익스팬디드 섹션의 그룹 전시는 2019년부터 이 베톤할레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전시인 ‘Close to the Ground’는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의 내리막길에 위치한 Das Kino Projekt(Siska)의 차분하지만 강렬한 네온사인으로 시작된다. 이 ‘현장 여행 시네마’ 리서치 프로젝트는 각 도시 아카이브 연구를 통해 극장 역사에 접근하고 사라진 영화관의 이름과 상징을 네온사인으로 제작하여 선보였다. 극장에 대한 문화적인 기억과 사라져 가는 극장문화를 대변하는 상징들이 영화관을 벗어난 작품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안내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고 시의적절하다. 내리막길의 끝에 다다르면 ‘All of Your Stars are but Dust on My Shoes’(Haig Aivazian)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의 스크린이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며 전시공간으로 입장 전 다시 한번 발길을 붙잡는다. 이렇듯 전형적인 극장과 스크린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확장된 영상언어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13개의 작품들은 하나의 공간에서 꼭 필요한 자기 몫을 차지하며 놓여있다.

영화 프로젝트(Das Kino Projekt)
영화 프로젝트(Das Kino Projekt): 포럼 익스팬디드 전시를 위해 제작된 네온 사인 중 하나. | 사진(부분): © Siska

 

첫 번째 층의 ‘The Zama Zama Project’(Rosalind Morris) 멀티채널 인스톨레이션은 수년 동안의 협동 연구를 반영하는 듯 해당 층 전체에 퍼져 있다. 맞은편 작은 방에서 상영되고 있는 ‘Jole Dobe Na’(Naeem Mohaienmen)는 전형적인 극장 상영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관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 층 아래의 메인 전시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The Ligthing’(Musquiqui Chihying)이다. 세 개의 동그란 화면에 빛을 뜻하는 ‘The Lighting’과 ‘光(빛 광)’자로 시작되는 21분간의 영상은 기술발전과 이미지에 깊숙이 자리 잡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그란 세 개의 캔버스 화면에 투사되는 그래픽, 음악, 나레이션, 텍스트와 프레임 뒤의 불빛은 그 자체로 전시공간 속 오브제이자 복합 미디어 인스톨레이션이다. 관객은 앉거나 눞거나 서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The Song of the Shirt’(Kerstin Schroedinger)의 경우 화면 밖에 커다란 하얀 천이 둘러져 있어 면직 생산으로 인한 산업화의 폐허를 얘기하는 화면에서 실재 전시 공간으로 연장된 듯한 형식이 인상적이다.
The Lighting
베톤할레 전시 중 가장 눈에 띄는 3채널 인스톨레이션이다. 관객들은 내용에 앞서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LED 불빛과 영상에 이끌려 자리를 잡는다. | 사진(부분): © 이혜진

Closer to the Ground: 근본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

포럼 익스팬디드 부문은 올해의 모토로 삼은 ‘Closer to the Grond: 근본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가제)(Sich näher am Boden bewegen)’를 통해 사물의 근본에 다가가기 위해 작품들을 선정하였음을 밝혔다. 전시 프로그램의 작품들은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고 싶지 않았던 사회 속 문제를 질문하고 기록하고 영상 언어로 저항한다. 또한, 그들이 보여지고 놓여있는 형식 그 자체를 통해 능동적인 관객 참여를 요구하며 주제 의식을 이어간다.

포럼 익스팬디드의 전시 프로그램에는 그룹 전시 외에도 SAVVY Contemporary에서 진행되는 ‘The Wind in Your Body Is Just Visiting, Your Breath Will Soon Be Thunder’(Pallavi Paul)와 캐나다 대사관 마셜 맥루한 살롱(Marshall McLuhan Salon)에서 열리는 ‘VCR’s Choice’(Charlton Diaz) 개인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