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속 가능한 건축
현대와 전통 사이

황두진 건축가
황두진 건축가 | 사진: Ha Sung Wook

황두진은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축가로 국내외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무엇보다 전통적인 한국의 가옥을 지속가능성 개념에 대한 전통적, 현대적 시각을 고려하여 리모델링하고 기술적으로 현대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의 좋은 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나는 세계 각 지역의 전통건축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짓고 살았던 집들에 흥미를 느낀다. 당시 사람들은 지금처럼 '친환경'이나 '지속가능'한 건축이란 주제 자체를 추구했던 것은 아니지만 물자가 귀하고 '결핍'이라는 이유로 에너지원의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러한 주제에 부합하는 건물을 지었다. 즉,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일상적인 기술을 동원하여, 그 지역의 기후와 문화에 맞는 건물을 지었던 것이다. 전통건축을 스타일, 양식 측면으로 보고 접근하면 건축의 퇴행과 보수화를 피하기 어렵지만,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우리에게 깊은 영감과 교훈을 준다.

한국의 전통 건축에도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했는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선 재료면에서 나무와 돌, 흙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것은 모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름과 겨울에 대한 대비가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대부분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 지역이기에 날씨가 아주 좋은 봄과 가을에는 건축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덥고 습하며 비가 아주 많이 오는 여름과 강추위가 몰아닥치는 겨울에는 건축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일단 배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배산임수, 남향와 같은 고려는 바람과 햇빛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깊은 처마가 또한 특색이다. 처마는 비와 눈으로부터 목구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여름의 높은 햇살은 막아주고 겨울의 낮은 햇살은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한국의 전통건축은 양산, 혹은 우산을 쓰고 있는 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온돌은 길고 혹독한 겨울에 대한 대비인데 축열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난방열원과 취사열원을 동일화한 것 등은 모두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의 지속 가능한 건축
한국의 지속 가능한 건축 | ©

이 원칙은 현대식 건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이다. '스타일'이 아닌 '원칙' 혹은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이나 방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설계한 건물을 찍은 해당 사진은 처마라는 전통건축의 요소가 어떻게 현대화되는가를 보여준다. 근본 원리는 동일하다. 여름과 겨울에 달라지는 태양의 각도, 그리고 들이치는 빗물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목재 이외의 재료를 - 이 건물의 경우에는 벽돌 - 많이 사용하는 점, 그리고 고밀도의 도시에서 처마를 이전처럼 길게 뽑기 어렵다는 점 등의 상황적 요인이 디자인을 다르게 만들었다. 비유하자면 처마를 잘게 쪼개는 것과도 같다. 전통적인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물에서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