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Perfect
자전거로 되찾은 삶

서울의 ‘두 바퀴 희망자전거’ 작업장
서울의 ‘두 바퀴 희망자전거’ 작업장 | 사진: 죄렌 키텔

한국에는 ‘두 바퀴 희망자전거’라는 이름의 자전거 판매 및 수리 센터가 하나 있다. 한 사회복지사가 노숙자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참 의미를 알려 주기 위해 연 곳이다. 고층 빌딩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그 사무실을 찾아가 보았다.

이형운 씨는 굳이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삶의 최후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다. 책상 옆 벽에 걸려 있는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사진 속 남자는 이제 막 거대한 산을 등정했거나 그와 견줄 만큼 힘든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듯한 모습이다. 둥그스름한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가득하고, 바람막이 재킷은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으며, 두 손가락으로는 V자를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 ‘V’는 비단 승리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모든 것이 그야말로 최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형운 씨는 사진 속 인물에 대해 “데리고 있던 직원 중 하나였다. 하루에 소주 50병을 마셔도 거뜬할 정도로 건강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직원은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없다. 이름 모를 어느 거리에서 노숙자로 살다가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형운 씨에게 있어 그 사진은 일종의 경고인 동시에 자기가 데리고 있는 이들을 다시는 그 지경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형운 씨는 책상에서 눈을 뗀 뒤 고개를 돌린다. 형운 씨의 시선이 향한 곳은 ‘두 바퀴 희망자전거’의 작업장이다. 서울을 포함한 이른바 수도권에는 무려 2천5백만이라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형운 씨의 작업장과 유사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형운 씨는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삼각지 지하철역과 두 개의 간선도로가 만나는 교차점 사이에 자전거 수리 센터를 열었다. 직원 대부분이 노숙자들이다. 현재 정기적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노숙자의 수가 대략 35명 정도라고 한다.

시간 관념은 기본

노숙자들은 그곳에서 낡은 자전거를 새 자전거로 변신시키고, 인근 주민들의 고장 난 자전거 바퀴를 유상으로 수리해 준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폐부품들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벽에 걸려 있는 ‘사슴 박제’도 자전거 안장(머리 부분)과 핸들(뿔 부분)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그 앞에는 폐타이어로 만든 연필꽂이가 놓여 있다. 자전거 체인용 부품들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을 선 보인 전시회가 얼마 전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이형운 씨는 “이곳에 오면 창작열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제작된 작품들의 판매 실적도 꽤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본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몇 년 전 노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 센터에서 일할 당시에 얻은 것이라 한다. 앞날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는 노숙자들을 보며 이러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당시 형운 씨는 그들에게 만약 일자리와 동료라는 게 생긴다면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형운 씨는 자신의 생각이 늘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제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형운 씨가 가장 강조하는 항목은 시간 관념이다. 처음 이곳에 오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형운 씨는 일종의 보너스 제도를 도입했다. 정시에 출근하는 직원(혹은 일단 출근이라도 하는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바퀴 희망자전거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첫 해에는 50만원을 매월 수령하고, 그 다음해에는 80만원, 3년 차가 되면 120만원을 받는데, 해당 제도 속에는 직원들로 하여금 성실하게 일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곳을 거쳐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형운 씨는 그게 바로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즉,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발전이 첫 번째 목표라는 뜻이다. “또 다른 목표는 서울 시로 하여금 노숙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시는 현재 해당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해당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꿰뚫어본 것이다. 희망자전거는 서울시 측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폐자전거들을 수리해 깨끗한 자전거를 탄생시키고 있다. 여러 의미에서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이형운 씨가 노숙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자전거에는 새 생명을 주고 있다. 사진: 죄렌 키텔

    이형운 씨가 노숙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자전거에는 새 생명을 주고 있다.

  • 낡은 자전거들은 수리되거나 재활용된다. 사진: 죄렌 키텔

    낡은 자전거들은 수리되거나 재활용된다.

  • 이 곳에서는 고철이 예술작품이나 가구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사진: 죄렌 키텔

    이 곳에서는 고철이 예술작품이나 가구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 한 때 노숙자 생활을 했었던 사람들이 모여 이형운 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사진: 죄렌 키텔

    한 때 노숙자 생활을 했었던 사람들이 모여 이형운 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음주만 가르쳐 주신 아버지

한국 사회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한국 학생들이 국제학력평가인 피사(PISA) 테스트에서 늘 상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 현재 서울의 노숙자 수는 공식 집계에 따르면 4천 명이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노숙자의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게 일반적 의견이다. 게다가 사회복지망도 탄탄하지 않은데, 거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좌익 성향의 시민들을 종북으로 몰아버리는 경향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로 인해 복지 정책들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희망자전거 수리 센터 역시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을 겪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사는 동네에 노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 그뿐 아니라 심지어 그들을 이웃으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몇몇 직원들은 그곳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고 있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이다.
 
오병민 씨가 그중 한 명인데, 깡마른 체형과 조용한 말투의 소유자이다. 걸음걸이도 축 처져 있다. 병민 씨는 3년 간 이곳에서 일한 뒤 어느 날 갑자기 “지금부터 1년은 쉬겠다”고 선언했다. 자전거가 지긋지긋하고, 다시 거리로 나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병민 씨는 “이래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다. 이유는 “여기에선 모두가 따뜻하게 대해 줘서 좋다. 나한텐 그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고객들 중에는 센터의 자전거 수리 기술이 좋아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센터 자체의 화목한 분위기가 좋아서 이곳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오병민 씨는 논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지방의 소도시이다. 병민 씨는 몇 마디 말로 자신의 성장 과정을 묘사한다. 자녀를 돌볼 줄 모르는 부모 밑에서 병민 씨는 늘 혼자였다. 술은 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병민 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감을 갖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병민 씨는 “학교에서의 성적도 나빴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더 이상 노력하는 게 귀찮아졌다”라고 말한다.
 
병민 씨는 38세이다. 희망자전거 수리 센터에서 일주일에 닷새 동안 일하고 있다. 잠도 그곳에서 잔다. 월급은 이제 막 두 번째 등급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병민씨는 최근 못쓰게 된 자전거를 번듯하게 고쳤는데, 위장색인 녹색으로 칠했다. 군용 자전거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저녁이면 병민 씨는 그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린다. 그곳에서 병민 씨는 느낀다, 자신도 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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