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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주거공간과 커뮤니티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의 입주자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의 입주자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 사진: 박준수

한국의 수도 서울. 서울의 공간은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주거공간이 비싸다. 쉐어하우스 우주는 청년들에게 알맞은 가격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하면서 공동체 경험과 소속감을 함께 선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금요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다섯 명의 여성 입주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일본인 아베 하루카 씨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 남은 입주자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직장인 박진선 씨의 퇴근을 기다린다. 대학생 최수경 씨(23)는 지난 2월 이 곳, 쉐어하우스로 입주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편의점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근데 지금은 언니들과 장을 보고 거의 매일 함께 저녁식사를 해요.” 입주하기 전까지 기숙사 생활을 한 수경 씨는 다른 입주자들을 ‘언니들’이라고 부른다. 입주자 사이의 유대감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넓은 아파트 공간을 입주자 여섯 명이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행운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월세를 아끼기 위해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지하방, 단열시설도 부족하고 종종 불법으로 개조된 옥탑방, 상가 건물 내 고시원을 전전한다. 그러면서 좁고 비인간적인 4평 남짓한 환경에서 20-30대를 보낸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엔 너무나 비극적인 현실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을 ‘헬조선’(한국의 마지막 왕조였던 조선에 ‘지옥’을 붙여 현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한 신조어)이라고 부른다.
 
주거공간을 구하기 힘든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이 6인의 여성이 편안한 집을 찾은 것은 한 신생 사회적 기업 덕분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는 총 2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사는 셈이다. 그만큼 공간과 주거공간이 비싸고 부족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대한민국 서울은 전세계에서 15번째로 살기 비싼 도시다.

서울 주거난의 중심지에서 해답을 제안하다

서울의 지나친 주거비용을 두고 고심하는 이 기업, 쉐어하우스 우주의 본사가소위 노른자위 땅이라 할 수 있는 여의도의 협업공간에 위치한 건 역설적이면서 흥미롭다. 여의도는 서울도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1960년대 개발되어 이제 국회의사당, 방송국, 금융회사, IFC 몰을 뽐내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일까? 벌써 4년차를 맞은 이 사회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대형 평수의 집이나 빌라, 아파트를 임대, 개조하여 여러 명의 입주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이다. 쉐어하우스 우주는 현재 서울 곳곳에 38개의 쉐어하우스를 운영중이다.
 
그 중 하나인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이 바로 수경 씨와 ‘언니들’의 집이 되었다. 22호점이 위치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서울에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 단지 중 하나로, 지어진 지 40여년이 지났다. 곧게 자란 가로수와 가지런히 주차된 자동차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엄격하지만 탄탄하게 연결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다

수경 씨는 쉐어하우스 생활을 하면서 건강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다른 입주자들과 매일 밤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인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 아르바이트생, 대학생, 서울, 지방, 해외 출신까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사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22호점에서 만난 입주자들은 “우리집 같고, 또 다른 가족 같다”고 입을 모았다. 원룸과 비슷한 월세를 내면서도 주방과 거실 같은 공용공간을 함께 향유하는 것이 쉐어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이 위치해 있다. 사진: 박준수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이 위치해 있다.

  • 현관에 놓인 22호점 입주자들의 신발. 사진: 박준수

    현관에 놓인 22호점 입주자들의 신발.

  • 22호점의 일부입주자들은 침실을 같이 쓰고 있다. 사진: 박준수

    22호점의 일부입주자들은 침실을 같이 쓰고 있다.

  • 이다현 씨(왼쪽)와 최수경씨가 침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박준수

    이다현 씨(왼쪽)와 최수경씨가 침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다현 씨가 다른 입주자들과 나눠 먹을 고구마를 삶고 있다. 사진: 박준수

    이다현 씨가 다른 입주자들과 나눠 먹을 고구마를 삶고 있다.

  • 이다현 씨와 이수경 씨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혜지 씨(왼쪽)가 브라우니를 만들고 있다. 사진: 박준수

    이다현 씨와 이수경 씨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혜지 씨(왼쪽)가 브라우니를 만들고 있다.

  • 저녁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는 입주자들. 사진: 박준수

    저녁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는 입주자들.

  •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의 공용 주방 싱크대. 사진: 박준수

    쉐어하우스 우주 22호점의 공용 주방 싱크대.

  • 금요일 밤, 최수경 씨(왼쪽)가 립스틱을 발라보는 동안 룸메이트 아베 하루카 씨는 화장을 하고 있다. 사진: 박준수

    금요일 밤, 최수경 씨(왼쪽)가 립스틱을 발라보는 동안 룸메이트 아베 하루카 씨는 화장을 하고 있다.

  • 쉐어하우스 우주 직원들. 사진: 박준수

    쉐어하우스 우주 직원들.

우주는 주거공동체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주거공간의 규모와 위치, 집주인의 성향에 따라 적게는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의 보증금을 내야한다. 게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집주인이 이런저런 핑계로 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비해 우주는 단 두 달치의 월세만을 보증금으로 요구하고, 집주인과 입주자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한다. 입주자가 부동산을 찾아다녀야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방지한다. 계약과정이 편리하고 별도의 중개수수료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우주가 수리와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간다. 쉐어하우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최근 부동산을 보유한 은퇴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인, 그러나 여전히 기업으로서의 우주

어느 곳이나 그렇듯 우주의 공간에서도 당연히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건 아니다. 입주자가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공동체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급기야 퇴실조치되는 경우도 있다. 이 주거모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무던한 성격을 가졌으며, 다소 엄격한 단체생활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예를 들어 이성친구를 쉐어하우스에 들일 수 없는 규칙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쉽고 만만하게 생각해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입주자 모두 공동체 생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 과정을 통해 입주자를 선별한다. 우주의 구성원들은 기업가의 마인드를 강조했고, 우주가 개척해 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에서는 타인과 주거공간을 공유하고 이들과 어울려 공평하게 산다는 게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에요. 타인과 살면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런 우주의 가치들을 최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을 직접 짓고 싶어요.”

우주의 부사장 이아연 씨의 말이다.
 
몇 번의 경제위기와 장기불황을 겪으며 한 때 한국이 자랑했던 ‘이웃사촌’이나 ‘정’의 개념은 빠르게 퇴색되었다. 청년들에게 기만적인 위로의 말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지금, 쉐어하우스 우주는 ‘헬조선’에서 하나의 주거대안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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