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윤리
아이, 아이 – 내 배는 누구의 것인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다.” –  자기 신체에 대한 주권은 오랫동안 페미니즘의 주된 요구 중 하나였다. 이는 여전히 그렇지만, 이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거였다면 아이를 가질 수 없었을 사람들도 이제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동시에 태아에 유전적 이상이 있는 경우 그 사실을 임신 초기에 이미 알 수 있다. 출산 윤리와 기술 진보는 서로 어떤 관계에 있을까? 여섯 명의 예술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 Frl. 분더 아게 사진(부분): © Frl. Wunder AG


    FRL. 분더 아게: “혼란에 맞서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낙태, 인공수정, 복제 등 의학적, 기술적 가능성이 열릴수록 이런 사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하는 것도 어려워지는데, 이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종 감정이 실리기도 하는 이런 논쟁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요구를 넘어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개인 및 사회 전체에 제기한다. 우리는 연극과 퍼포먼스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만들고, 사회의 규범적인 구조를 분명하게 드러내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도발하며, 동시에 웃음을 준다. 그 과정에서 유토피아적 공간이 생겨나는데, 그 안에서 우리는 분명한 것을 초월해 관객과 함께 무언가를 창조하며, 이를 통해 혼란에 맞서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연극・퍼포먼스 단체 Frl. 분더 아게는 혼성 7인으로 구성돼, 낙태 및 불임으로 인한 갈등을 경험했으며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포함해)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 니니아 라그란데 사진(부분): © Nina Binias


    니니아 라그란데: "아이는 엄마와는 다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산전검사를 해주던 의사는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와는 다르다.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작지도 않고, 남들과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아기도 계속 그렇게 작으려나?" 길거리에서 낯선 남자가 물었다. 나처럼 작다. 많이 작다. 너무 작다. 나만큼 작을 거라고 해도, 일단은 더 자라야 하는데. "아이 아빠는 얼마나 커요?" 아기가 더 클 가능성이 있을까? 정상인이 될 수 있을까? "당신 아기인가요?"라며 놀랍다는 듯 외치던 여자도 있었다. 그러고는 "당신도 이렇게 아직 작은 아이인데."라고 말하더라. 34세인 내가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작은 아이란다.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작단다. 인류유전학 전문가는 "이상 없음"이라고 말한다. 이상이 없다. 아이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 안심해도 된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괜찮을까?

    니니아 라그란데는 하노버에 거주하고 일하며, 특히 포에트리 슬래머(Poetry Slammer)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로 34세인 그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경험하며, 그런 자신의 시각에 대한 글을 써 삶의 괴로움에 책상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하고 있다.

  • 수키 사진(부분): © Sookee


    수키: “문제의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의 권리,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한 퀴어의 시각에 특히 관심이 있고, 이것들은 내 음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팬시스(pan*-cis*) 여성으로, 임신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내게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일이라는 게 기쁘다(편집부주: pan*은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는 사람을 말하며, cis*는 타고난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성 정체성이 동일한 사람을 말한다). 그렇지만 논바이너리, 호모섹슈얼,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견딜 수 없다. 나는 나의 노래 ‘퀴어 동물들(Queere Tiere)’ 과 (트랜스)남성이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것의 상징인 ‘해마’를 내 음악뿐 아니라 인터뷰 등에서도 계속 언급하며 이 주제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납득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현실적인 정치적 해결책을 내지는 않지만, 문제의식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수키는 베를린에서 래퍼이자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대와 연단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삶에, 이상주의와 비판적 분석을 전파하고 있다.

  • 밀로 라우 사진(부분): © IIPM/Thomas Müller


    밀로 라우: “임신에서는 선별, 예술에서는 축하”

    나는‘소돔의 120일(Die 120 Tage von Sodom)’을 극단 ‘호라(HORA)’의 배우들과 함께 연출하였고 취리히 샤우슈필하우스에서 공연했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다운 증후군으로 알려진 21번 삼염색체증을 앓고 있으며 태아의 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산전 검사를 ‘소돔의 120일’에서 주제로 다뤘다. 산전검사는 임산부 또는 부부의 선택의 자유를 높이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좋은 것이지만, 이는 스위스에서 21번 삼염색체증을 가진 태아 10명 중 9명이 낙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힘겹게 쟁취한 낙태권이 실제로는 선별로 이어지다니, 역설적인 결과다. 극단 호라가 유럽 연극계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이러한 역설을 더욱 강화한다. 임신에서는 선별되는 이들이, 예술에서는 축하를 받는다는 거다. 우리는 이 역설(또는 자유의 변증법)을 ‘소돔의 120일’에서 주제로 삼았다.

    밀로 라우는 IIPM(International Institute of Political Murder)의 작가, 영화 및 연극감독 겸 예술 감독이다..

  • 안네 조라 베라치드 사진(부분): © Anne Zohra Berrached


    앤 조라 베라치드: “많은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침묵합니다.”

    후기 낙태, 대리모, 난자 기증 등 지난 몇 년간 생식의학만큼 빠르게 발전한 의료 분야는 거의 없다. 이제는 임신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고, 수정란을 다른 여성의 자궁에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여성은 자신과 생물학적 연관성이 없는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후기 낙태와 마찬가지로 이런 주제에 대해서도 독일에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부끄러워하고 침묵하는 것이다. 나는 사회가 이런 주제를 함께 바라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은 두려움, 걱정, 소망이 무엇인지 묻기를 바란다. 내 작업을 통해 남들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하려고 한다.

    앤 조라 베라치드는 영화 ‘24주(24 Wochen)’와 ‘투 머더즈(Zwei Mütter)’를 연출한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 모이라 초이틀 사진(부분): © Moira Zoitl


    모이라 초이틀: “태아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내 작품의 제목 ‘잘못 놓인 구체성(Misplaced Concreteness)’은 의학 사학자 바바라 두덴(Barbara Duden)의 표현대로 ‘잘못된, 터무니없는 장소에 생겨난 것’을 의미하며, 생명의 탄생을 묘사한 레나트 닐슨의 사진을 암시하는 것이다. 레나트 닐슨의 ‘자궁 속 태아 사진’은 1965년라이프(Life)지에 게재되었다. 사진 기법으로는 태아의 모습을 나타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레나트 닐슨은 현실을 해석해 몽타주 기법으로 태아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 ‘초상화’ 속에서 태아는 태어나기 전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태아에 대한 관점이 변하면서 임신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합법화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자기책임과 자기인식은 점점 희미해졌다.

    모이라 초이틀은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자신의 비디오 설치 작품에서 임신과 관련된 통상적인 사물, 이미지, 표현을 활용해 작업을 하며, 이 주제를 국가의 보건 체계가 신체를 다루는 방식과 관련해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