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속 여성들
“나는 메르켈 정권 16년 동안 이렇게 변화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네 차례의 의회 임기 동안 한 여성이 나라를 이끌었다. 바로 앙겔라 메르켈 연방총리다. 그는 독일에서 이 높은 정치 직책을 맡은 첫 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임기 동안 정치 속 여성들의 비중을 높이는 길은 자리 잡지 못했다고 정치학자 바바라 홀란트-쿤츠는 말한다. 쿼터제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앞으로 여성들이 정치계에서 동등하게 활동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왜 다른 나라들은 발전하고 독일은 뒤처지는지에 대해 홀란트-쿤츠가 인터뷰에서 설명한다.
진정한 변화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3천년 역사의 부권이 앙겔라 메르켈 16년으로 상쇄되기는 힘들다. 그리고 메르켈 총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여성들의 정치활동이 용이해지는 것은 아니다. 독일 정치계에서의 여성 비율은 2002년 이래 전국 차원에서 이른바 정체를 겪으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에는 심지어 훨씬 뒤처져 있다. 전 세계 모든 의회의 상원과 하원 내 여성 비율을 집계하는 국제의회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에 따르면, 2005년 말까지만 해도 독일 연방의회가 세계 하원 중 1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랭킹 54위로 밀려났다. 다른 나라들은 동등법과 정당 쿼터제를 통해 앞서 나가고 있다. 때로는 다른 이들이 발전함으로 인해 뒤처지게 되기도 한다.
여성쿼터제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 데 유의미할 것인가?
쿼터제가 있으면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항상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문제에 있어 제도적인 접근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쿼터제와 동등법 없이는 성평등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메르켈 총리 임기 동안 가족정책에 있어 상당히 많은 것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가족부장관 임기 동안 많은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부모수당, 육아휴직, 돌봄보장제 등이 있다. 여성들이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주로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고 있다.
그렇다. 그리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부분을 극단적으로 퇴보시켰다. 갑자기 엄마들이 다시 집에 갇혀 있게 되었다. 임금평등과 관련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 나는 독일 성평등 상태의 견고함을 과소평가했다. 나는 메르켈 정권 16년 동안 여성정치 측면에서 이렇게 변화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너무 짧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40년째 페미니즘 정치를 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정치적 노력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안나레나 배어보크 총리후보가 어린 두 자녀로부터 집안일과 정치활동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 질문을 받는다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당한 질문이지만, 단 남성들도 똑같은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이 큰 이러한 직책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정치적 측면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위한 업무 활동을 다르게 조직할 수는 없는가? 꼭 주당 80시간을 일해야만 그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정치를 만드는 인도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는 정치를 하려면 앙겔라 메르켈이나 올라프 숄츠처럼 자녀가 다 컸거나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신의 인생을 미화하고 자기 저서에 다른 사람이 쓴 문구를 베껴 쓰는 사람은 공개적인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행동은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 못한다.
아르민 라셰트 후보에 대해서도 표절 문제로 비난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배어보크 후보와는 달리 디지털 미디어에서 댓글 테러에 시달려야 하지 않았다. 배어보크 후보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디지털 세계에서 훨씬 더 심한 혐오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상자 속 내용 참조). 그런데 이러한 공격은 남성 정치인들의 경우와는 달리 정치적 내용과는 별로 상관이 없고 폭력적 상상력이 더해진 성적인 혐오 발언들이다. 이러한 비방적인 공격 역시 여성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이는 얼마나 심하고 난폭한 공격이 온라인 세계에서 난무하는지를 짐작게 한다.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는 남녀 정치인들의 동등한 비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남녀평등이 달성되기까지 아직 100년에서 거의 50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여성에 대한 디지털 폭력
여성 정치인들은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성차별적인 댓글과 살인, 성폭행, 납치, 폭행 등의 위협에 시달린다. 여성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디지털 선동 캠페인에 관한 2021년 7월 자 머리기사에서 슈피겔 지는 연방의회 여성의원 222명 전체에게 여성 적대 경험에 대해 물었다. 거의 70%에 달하는 의원들은 여성의원으로서 여성 적대적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고 답했다. 64%는 (주로 온라인으로) 이미 혐오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고, 22%는 자신 혹은 자신의 사무실이나 집이 실제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