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칼럼 ‘언어를 말하다’
세계 담론으로의 초대

언어학 칼럼 ‘언어를 말하다’, 8호
공통점을 찾으며 풍요로움으로서의 차이점 발견하기 | © 괴테 인스티투트/일러스트: Tobias Schrank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양쪽 모두에게 활기를 띠게 하는 대화를 어떻게 시작할까? 토마스 뵘은 이럴 때 가끔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방법이 있다. 그냥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말해 버리는 것이다. 그때 온 세상이 열린다. 멋진 케이크 레시피를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호기심도 많지만 소극적이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스몰토크’는 독일어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독일인들에게는 스몰토크가 숙어 표현처럼 ‘요람에서부터 타고난’ 대화 방식이 아니다. 아마도 독일어로 ‘plaudern(수다떨다)’이라는 말이 ‘스몰토크’에 가장 가까운 의미일 텐데 ‘별생각 없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다에서는 곧바로 ‘수다스런’ 말들이 튀어나온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무슨 일을 하세요?”,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화라기보다는 상대방을 탐색하는 질문들이다.

교류할 수 있는 방법

나는 그래서 몇 년 전에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을 그 아이디어의 완성과 확장 작업에 초대하고자 한다. 아이디어란 지극히 소박한 ‘열린 대화’이다. 필자의 목적은 사려 깊은 오늘날의 세계 시민이라면 참여할 수 있는 주제와 질문을 찾고, 함께 서로 교류하는 것이다. 즉 함께 공통점을 찾으며, 풍요로움으로서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화’라는 주제로 많은 책이 출간되었을 지도 모른다. 필자가 간과한 책이 있다면 추천해 주면 감사하겠다.)
 
열린 ‘세계 담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 문학’에 대해 숙고했던 괴테의 산하에서, 모든 경계를 넘어서 함께 생각하고 교류하기 위하여 잘 활용되고 있지 않는 인터넷의 가능성을 우리가 이 칼럼에서 활용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시적인 동시에 필연적인 것이다.
 
열린 대화에 잘 어울릴듯한 주제로 지금까지 내게 떠오른 한 가지는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다. 그 안에서 화합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순간들에 대한 회상과 함께 언어에서 느끼는 기쁨. 그 순간들 속에서 하나의 단어는 작은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Ribiseln(리비젤른)’이다. 약간 시큼하게 들리는 것 같지 않는가?

케이크를 먹는 한없는 즐거움

이것은 표준 독일어에서 ‘Johannisbeere(요한니스베레)’라고 불리는 레드커런트를 부르는 오스트리아 말이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 정원에 덤불 몇 그루가 있었기에 내가 잘 안다. 여름이면 가지에서 레드커런트를 따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려면 정말 열매만 잘 골라서 대가 입으로 들어가지 않게 먹는 자기만의 방법이 필요했다.
 
13살에 나는 지금껏 내가 모르던 오스트리아에 사는 친척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곧 그들을 방문했고 레드커런트 케이크를 대접 받았다. 효모 반죽 바닥에 위에 레드커런트를 한층 덮고, 그 위에 계란 거품을 구워서 얹는다. 내 평생 다 알고 있는 재료였지만, 나는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는 처음 먹어보았다. 즉시 레시피를 독일로 가져왔다. 나의 독일 할머니는 레시피를 응용하여 층들을 더 두껍게 만들었고 케이크는 더 부드러워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이 케이크를 할머니는 생일마다 구워 주셨다. 나 혼자만을 위한 케이크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케이크도 하나 더 만드셨다. 할머니들이 다 그렇듯 말이다. 

그냥 시도해 보시라

자, 이제 여러분에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얘기했다. 내가 이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친숙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비슷하게 평가되면서도 다른 말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Ribiseln’과 ‘Johannisbeere’처럼 말이다.
 
우리는 지면상 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게 곧장 답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여러분이 이 순간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도 ‘열린 대화’에 참여하려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냥 한번 해보면 된다. 다음 번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 때 이렇게 시작하면 어떤가? “칼럼을 하나 읽었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누군가 말을 했다며 글을 시작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말해보라며 추천하더라...”
 

언어학 칼럼 ‘언어를 말하다’

본 칼럼 ‘언어를 말하다’는 2주마다 언어를 주제로 다룬다. 언어의 발전사, 언어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언어의 사회적 영향력 등 문화적, 사회적 현상인 언어를 주제로 한다. 언어 전문가나 다른 분야의 칼럼니스트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관심 주제에 대해 6개의 기고문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