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다양성
포털사이트 “다양한 독일어”

우리는 과연 사투리와 청소년 언어, 다중 언어, 언어의 발전과 변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포츠담대학에서는 최근 교사 연수와 수업 방식을 보조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출범시켰다. 해당 포털사이트는 교사와 강사들에게 언어가 지닌 다양한 단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교사나 강사 등 각 분야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사투리, 다중 언어 그리고 ‘올바른 독일어’에 대한 질문”이라는 주제 하에 “다양한 독일어(Deutsch-ist-vielseitig.de)"라는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의도로 해당 사이트를 제작하게 되었나?

학교에서는 대개 이른바 “표준 독일어”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유치원생이나 학생들이 표준어 이외의 독일어에 대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사실 독일어에는 전통 깊은 사투리나 청소년 언어, 혼합어(Kiezsprache), 문자 전송용 언어 혹은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언어 모두가 포함된다. 그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이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언어들이 그러하듯 독일어 역시 다양한 면면을 지니고 있다. 혼합어, 역사 깊은 사투리, SMS 언어 등이 그것인데, 그 언어들은 표준어와 비교할 때 더 나쁘지도, 더 훌륭하지도 않다. 그저 다른 맥락, 다른 상황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언어들이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표준어를 뛰어 넘는 아이들의 언어 능력에 대한 교사의 통찰력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아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어의 다양성 활용하기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교사 양성 및 연수와 관련된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과 더불어 구체적인 수업 자료까지 제공하고 있는데, 사실 유치원이나 초중등학교의 독일어 교육은 표준 독일어 교육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교사나 강사들이 어떻게 하면 사투리, SMS 언어, 청소년 언어 등으로 대변되는 언어적 다양성을 활용할 수 있는가?

하이케 비제 하이케 비제 | © 슈테피 로스 표준어와 조금 다른 언어들에 대한 아이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결코 “틀린” 독일어라며 폄하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언어 생활에 관해 긍정적 이미지를 지닐 수 있게 되고, 교사가 자신을 받아들여 주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런 전제 조건들만 갖춰진다면 표준 독일어도 더 나은 방식으로 가르칠 수 있다. 이를 테면 학생들에게 청소년 언어와 공식 표준어의 차이점이나 구어와 문어의 차이점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연구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자가 아이들에 대한 편견만 버린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말을 인지하는 능력과 관련해 우리가 수많은 편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종합 모듈을 개발한 셈인가?

그렇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 구축한 선입견의 장벽 때문에 그 뒤에 숨어 있는 학생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못 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이는 언어의 “시장가치”와도 관련이 있는데, 예컨대 어떤 아이가 부모님이 프랑스 사람이라 집에서는 불어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한 가지 언어를 더 구사할 수 있는 게 분명 일종의 능력으로 인정된다. 반면 그 언어가 불어가 아니라 터키어인 경우, 그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능력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핸디캡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후자의 아이 역시 한 가지 언어를 더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의 아이와 다를 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다르다. 이렇듯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우리의 인지능력을 지배하고, 때로는 기억력까지도 제어한다. 내가 개발한 그 모듈 안에는 동영상도 하나 포함되어 있는데, 그 동영상을 보면 기억이 우리를 어떻게 기만하는지 알 수 있다. 나아가 예를 들어 “나는(ich)”이라는 말 대신 “내는(isch)”이라고 말하거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독일어와 터키어를 섞어 쓰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부정적으로 물들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언어 활용

언어조절 능력 연습하기 언어조절 능력 연습하기 | © deutsch-ist-vielseitig.de “언어 활용” 모듈에서는 말하는 이의 “레퍼토리”를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고 있다, 그중 한 챕터에서는 사진이나 인용구 카드 등을 이용해 예컨대 자전거 사고에 관한 어떤 한 사람의 서술 방식이 대화 상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즉, 대화 상대가 친구인지, 선생님인지, 경찰인지, 보고서를 작성 중인지, SMS를 보내고 있는 중인지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걸 파악할 수 있었는데, 물론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전화로 약속을 잡을 때에도 상황에 따라 서술 방식이 달라지는지?

해당 모듈은 학생의 언어조절 능력과 관련된 훈련을 하기에 매우 좋다. 예컨대 운동장 한 구석에서 어떤 아이가 독일어와 다른 한 가지 외국어를 마구 뒤섞어 쓰고 있다면, 혹은 사투리로 말하고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 아이가 표준 독일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뜻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위 정보만으로는 해당 학생의 표준어 구사능력을 전혀 알 수 없다. 학생들은 자기네들끼리 얘기할 때와 공식적 자리에서 말할 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을 한다. 교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해당 학생이 상황에 맞게 언어를 조절하지 못하고 늘 공식적이고 딱딱한 서술체로만 말한다면 언어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이러한 언어조절 능력을 체계화시켜 주어야 한다. 면접 시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 친구와 통화를 할 때는 어느 나라 말로 얘기를 하는지, 두 상황 사이에 어떤 언어적 차이가 존재하는지 등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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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독일어(Kiezdeutsch): 영화관에서의 통화 | © deutsch-ist-vielseitig.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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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독일어(Kiezdeutsch): 친구와의 통화 | © deutsch-ist-vielseitig.de

각 언어들마다 자기만의 규칙이 있는 듯한데, 가장 최근에 개발한 “중점 모듈”에서는 그러한 언어 체계를 근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사투리 카드 같은 것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교사나 학생들이 굳이 베를린 사투리나 작센 사투리를 배워야 할 이유가 있나?

복잡한 구조나 문법은 표준 독일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어느 베를린 사람이 “이것은 우리 엄마, 그 사람의 모자이다”라고 말할 때면 “이것은 우리 엄마의 모자이다”라고 말할 때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사람들이 특별히 머리가 나빠서 그렇게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너무 게을러서 제대로 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사투리 안에도 옳은 표현이 있고 틀린 표현이 있다. 물론 사투리에도 문법 규칙들이 있고.

모든 언어가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행여 그로 인해 표준 독일어의 위상이 낮아지지는 않을지 궁금하다.

언어학적 측면에서 볼 때 표준 독일어가 나머지 변종 독일어들보다 더 낫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사회적 관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특권을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표준 독일어가 중산층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이고, 교육 받은 사람임을 표시해 주는 수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 역시 표준 독일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고,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케 비제 교수는 2006년, 포츠담대학의 독문학연구소에서 ‘현재의 독일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2015년 2월 출범한 “다양한 독일어(Deutsch-ist-vielseitig.de)”라는 이름의 포털사이트에 가면 비제 박사 팀이 진행 중인 연구프로젝트(“도시 지역의 언어의 다양성을 위한 양성/연수 모듈: 사투리, 다중 언어 그리고 “올바른 독일어”에 관한 질문”)의 내용과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