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상호언어
독일 기업은 어떤 언어로 소통하고 있을까?

기업의 경우, 자사만의 독특한 언어가 매우 중대한 마케팅 도구로 작용한다. 커뮤니케이션이 국제화되고 있는 시대에 있어 독일어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번에는 기업상호(商號)언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 '라인스클라센'의 대표 아르민 라인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수년째 대규모 기업들을 위한 기업상호언어 컨셉트를 개발 중인데, 그 개발 과정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고 싶다.

일단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부터 규명해야 한다. 언어를 통해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글을 통한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을 파트너로 규정하고 싶다면 고객이 자신들을 파트너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언어를 구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곧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가이드라인 말인가? 사용해도 되는 단어와 사용해서는 안 될 단어들의 목록 같은 걸 만든다는 뜻인가?

단어 목록을 만들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올바른 표현방식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유머러스한 표현을 택할 것인지 진지한 표현을 택할 것인지, 반말을 할 것인지 존댓말을 할 것인지, 영어로 할 것인지 기타 언어로 할 것인지, 파트너나 친구처럼 얘기할 것인지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전달할 것인지 등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자사를 대변하고 있는 자신들만의 고유 언어의 존재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BMW의 경우 "즐거움(Freude)"이라는 단어가, 니베아 사의 경우 "관리(Pflege)"가, 아우디의 경우 "기술(Technik)"이 각 회사들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되겠다. 포르쉐의 경우에는 "운전역학(Fahrdynamik)"이 대표적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운전의 재미(Fahrspaß)"는 분명 BMW의 언어이다.

국제화 과정

기업상호언어로 독일어를 선택하는 것이, 혹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직원들이나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저자이자 에이전시 '라인스클라센'의 대표 아르민 라인스 저자이자 에이전시 '라인스클라센'의 대표 아르민 라인스 | © 에이전시 '라인스클라센'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많은 독일 기업들이 국제화 과정을 겪고 있는데, 그중 다수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이미 자리 매김을 했거나 세계시장이라는 빅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기업상호언어가 브랜드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 줄 수 있겠나?

물론이다. 프라이부르크 인근의 발트키르히에 소재한 지크(Sick)라는 기업을 컨설팅 중인데, 지크는 센서 분야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이름 난 기업이다. 지크는 세계시장의 주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고, 이에 따라 여러 국가로의 성공적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지크'라는 회사명은 영어권 국가에서 오해를 살 여지가 너무 많다(편집자 주: 영어로 'sick'은 '아프다'를 의미함).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런 문제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콘셉트를 개발했다.

어떤 아이디어였는가?

우선 CI(기업이미지통합) 부서와 함께 브랜드명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지크'를 연구개발 분야에 있어서의 독일인 특유의 철저함을 대변하는 단어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즉 회사 명을 이용해 지크 사의 기술자들이 끈기와 철저함으로 똘똘 뭉친 이들, 어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지 못하면 병에 걸려 아파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홍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지크 사에게 '지크'라는 사명을 고수할 것을 권장했다. 그 안에 담긴 아이디어는, 터무니 없이 들릴 수도 있는 주장을 함으로써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자는 것이었다. 즉, 'This is sick'라는 영어 광고 문구를 통해 지크 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전 세계 언어간의 역동적 교류

다시 말해 요즘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국제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나는 사실 독일어를 무조건 영어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이상한 영어를 함부로 섞어 쓰는 것도 싫다. 비단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거기에 대해 타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세계 각종 언어들 간에 역동적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독일 대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세계시장에서 독일어를 고수하고 있다. 포르쉐도 최근 몇몇 기술용어들은 다른 언어로 번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독일어로 된 전문용어들의 미래가 밝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가?

물론이다. 게다가 이미 다 잘 알고 있듯 특정 언어가 두각을 나타내는 업종들이 몇몇 있다. 예컨대 의료 분야에서는 라틴어가,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지 않은가. 요즘은 공작기계 분야에서 독일어가 점점 더 일종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추세이다. 아마도 무엇보다 그 용어들이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가 제일 클 것이다. 혹은 그만큼의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컨대 폴크스바겐 사는 전 세계적으로 '다스 아우토(das Auto)'라는 광고문구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국제적 기업언어로서의 독일어의 미래는 어떻다고 보는가? 독일어가 국제적 기업상호언어로 발전하는 것 때문에 변화될 가능성은 없는가?

나는 독일어가 국제적 기업언어라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언어가 점점 더 국제화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다시 말해 독일어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역시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생소한 언어들을 흡수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중국어 단어들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날이 이제 곧 온다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