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레 크니프카 교수와의 인터뷰 “언어의 뼈대를 구축하는 스캐폴딩”

스캐폴딩
스캐폴딩 | 사진(부분): © danimages - Fotolia.com

학교의 과목 수업을 따라가려면 그 분야에 대한 언어 지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의 학생들이나 독일어를 제2언어로 배운 학생들은 이 부분에 있어 크나큰 취약점을 드러낸다. 이 때 언어의 뼈대를 구축하는 ‘스캐폴딩’ 교육 기법을 활용하면 수업의 언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먼저 ‘스캐폴딩(scffolding)’의 개념부터 설명해주기 바란다.

스캐폴딩이란 수학, 지리, 역사 등 특정 과목 수업을 할 때 언어적 부족함을 보완해주는 교육 기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스캐폴딩 기법을 적용할 때에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닌 해당 과목의 학습 내용이다. ‘스캐폴딩’은 영어 단어로 ‘뼈대’ 혹은  ‘비계’를 의미한다. 즉, 어휘의 뼈대를 구축해줌으로써 언어 능력이 뒤처지는 학습자들로 하여금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까지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수 기법이다.

과목 수업에 있어 언어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브리엘레 크니프카 교수 가브리엘레 크니프카 교수 | 사진(부분): © 가브리엘레 크니프카 언어 능력과 학업 성적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학업을 따라가려면 학습에 필수적인 어휘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면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피사(PISA)를 비롯해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들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계속해서 입증되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의 어린이들이나, 집에 가면 독일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부모와 소통하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은, 이러한 면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집 안에서의 의사 소통 형태가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일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한 어휘들을 집에서 전혀 혹은 미미한 수준으로밖에 습득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독일어의 전문어휘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수학 시험에서 문제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수학이 아닌 다른 과목에서도 이러한 사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업 과목들은 고유한 전문용어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사고 및 학습 방식도 요구한다. 그런데 정규 독일어 수업만으로는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각 과목에 필요한 전문용어들은 각 수업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수업 내용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기본적 언어 능력 구축에도 도움이 되는 스캐폴딩 기법

스캐폴딩 기법을 어떤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가?

스캐볼딩 기법은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에서 활용 가능하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새로운 어휘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역사 과목을 배울 때 ‘영주’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때 ‘영주’라는 단어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뒤에 숨은 배경들도 함께 이해하고 학습해야 한다. 혹은 수학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시점이 되면 ‘평각’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학생들은 ‘평평하다’라는 단어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미 들은 적이 있을지 몰라도, 기하학에서 말하는 '평각' 속에 내포된 의미 아직 잘 모른다. 이와 같은 표현의 의미를 학생들은 학습해야 한다. 어떤 과목이든 수업에서는 다양한 언어 활동들이 요구된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제시,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묘사, 의견 발표, 내용 요약 등 학생들은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언어 활동도 함께 하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언어 능력 구축에 있어서도 스캐폴딩 기법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사는 이러한 기법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가?

호주의 언어학자이자 교수학습법 전문가인 폴린 기번스(Pauline Gibbons)는 스캐폴딩 기법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인데, 기번스는 스캐폴딩 기법의 적용 분야를 수업 계획과 수업 중 상호작용의 두 영역으로 나눈다. 수업 계획을 세우는 교사들은 우선 어떤 자료들을 활용할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즉, ‘오늘 수업의 주제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언어적 활동과 구성, 어휘들을 활용하게 될 것인가?’ 등을 미리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수업에서 요구되는 기준들을 학생들의 현재 언어 능력 및 지식 수준과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적 차원의 목표와 내용적 차원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두 목표를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이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어떠한 도움을 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수업 중 상호작용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스캐폴딩 기법을 적용한 나침반 수업 스캐폴딩 기법을 적용한 나침반 수업 | 사진(부분): © 크니프카/노이어 예컨대 내용적 측면에서는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추상적인 것으로, 언어적 측면에서는 일상용어에서 시작하여 전문용어로 발전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다. 지리 수업에서 나침반의 기능을 가르치는 상황을 떠올려본다면, 언어적 측면의 수업 목표는 아마도 나침반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명칭을 익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먼저 조를 이루어 나침반을 들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해보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평소에 알고 있던 일상용어로 기술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자신들이 깨달은 내용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한다. 이 때 발표를 하는 학생은 손에 나침반을 들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각 부분들을 정확한 단어로 설명해야만 한다. 바로 이 단계에서 지도교사가 ‘방위판’이나 ‘자침’ 등과 같은 전문용어들을 제시한다. 이 사례에서 스캐폴딩 기법의 핵심은, 학생들이 일상용어를 통하여 접하고 이해한 내용을 전문용어를 통하여 어휘화시킨다는 데 있다. 이 때 몇몇 단어만 가르치는 데에서 그치는 대신,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실험을 하게 하고, 단어의 차원을 넘어 문장 전체를 구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나면 학생들은 나침반에 관한 교과서의 텍스트 내용을 혼자서도 이해할 수 있다. 학령이 높은 경우에는 나침반을 설명하는 글을 직접 작성할 수도 있다. 스캐폴딩의 목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점점 더 큰 자주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스캐폴딩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소멸되어야 하는 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외국어 수업의 준비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언어 준비강좌, 즉 초급 외국어 수업에는 스캐폴딩 기법이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한가?

스캐폴딩 기법은 외국어 혹은 제2언어 수업에도 매우 적합하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독일어 준비강좌는 독일 학교의 정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으로 독일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학교의 정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예컨대 도표를 보고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설명문에 포함된 전문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할 수도 있어야 한다. 독일어 준비강좌에서는 정규 수업에서 다루는 실제 내용들을 활용하여 이러한 언어적 능력 습득을 위한 체계적인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초급 외국어 수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단어 묶음들 ‘청크(chunk)’를 예로 들어보자. 초급 독일어 수업에서는 이를 테면 ‘나는 … 출신이다(Ich komme aus …)’, ‘그는 … 출신이다(Er kommt aus …)’라는 단어 조합들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은 이러한 청크를 지리 수업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수입품 목록표를 보며 특정 물품이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 설명할 수도 있고,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지도를 작성할 때에도 이러한 청크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때 학생들은 우선 코코아나 딸기 등이 어디에서 재배되는지를 각자의 언어로 인터넷에서 검색한다. 그런 다음 자신들이 알고 있는 독일어 단어들을 활용해 지도에 설명을 적어 넣는다. ‘코코아는 …에서 온 것이다(Kakao kommt aus …).’  이렇게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중등 교육과정의 수업내용이나 학업 기술의 습득을 위한 언어 연습을 할 수 있으며, 일상적 언어를 토대로 학교 수업에서 요하는 언어 능력 습득을 위한 훈련을 할 수 있다.

스캐폴딩이 지닌 지속가능성

스캐폴딩 기법을 활용할 때 단점도 있는가?

그렇다. 수업 준비 시간이 확연히 길어진다. 수업 자체의 진행 속도도 더뎌진다. 하지만 스캐폴딩 기법은 분명 지속가능한 교육법이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더 높아진다.

제2언어로서의 독일어 수업 등의 수업에 스캐폴딩 기법을 활용하고자 하는 교사는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이 분야에 관한 연수 과정을 밟을 것을 권장한다. 언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교사들의 경우,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언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언어적 측면에서의 수업 목표와 내용적 측면에서의 수업 목표를 잘 조합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스캐폴딩이 지닌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스캐폴딩 기법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좋은 성과를 달성해 본 이들은 이 기법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 기법이 수업 계획서나 교과서, 교사 연수 프로그램 등에 제대로 정착되지는 않았다. 교육과정 계획서에는 교육 내용이 수요자들에 맞게 설정되어야 한다고 명시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들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실질적인 적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브리엘레 크니프카(Gabriele Kniffka) 교수는 프라이부르크 교육대학 산하 독어독문학연구소에서 언어학 및 언어교수학을 가르치고 있고, 외국어 및 제2언어로서의 독일어 전문협회(FaDaF)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