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젊은이들의 '올해의 신조어' I bims. Teilzeittarzan, Merkules!

I bims. Teilzeittarzan, Merkules!
© 발렌틴 파넬 바디우

학교에서 독일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많은 사람들은 “Hallo, Ich bin’s!(안녕, 나야!)”라는 말을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이제 이 말은 잊어버려도 된다. 요즘 독일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등장을 알릴 때 이 말 대신 “I bims!”라고 말한다. 'I bims!'는 강한 파급력을 자랑하는 독일 젊은이들의 ‘올해의 신조어’ 선정에서 2017년 1위를 차지한 말이다. 선정 이유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어디를 가든지 그 말을 실제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다. 유튜버와 블로거 그리고 언어학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이 말을 올해의 신조어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표현을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선정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다.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올해의 신조어 1위 물망에 오른 표현만 해도 30개였다. (투표 참가 인원도 100만 명에 육박했다!) 이중 상위권에 포진된 표현들은 예컨대 'geht fit(당연하다)', ‘napflixen(영화를 틀어놓고 잠들다)', 'looten(쇼핑하러 가다)’ 등이었다. 상위 10위권의 표현들 중 영어에서 파생된 표현들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예컨대 'selfiecide'는 셀카를 뜻하는 영어 단어 'selfie'와 자살을 뜻하는 단어 'suicide'가 결합되어 탄생된 신조어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곳에서 셀카를 찍다가 부주의로 추락해서 목숨까지 잃는 어이없는 사태를 풍자한 단어인 것이다. 'noicemail'이라는 표현도 있다. 욕설이나 비방으로 가득한 음성메일을 뜻하는 말로,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하울러(howler)’를 연상하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tinderjährig'는 온라인 데이트 앱인 '틴더(tinder)'를 이용해도 되는 나이가 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의 혼용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세대들에게서 볼 수 있는 대표적 현상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올해의 신조어로 선정된 표현들을 보면, 독일 젊은이들의 모국어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모국어를 괄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본 선정 과정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독일어의 경우 두 단어를 결합해 새로운 단어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신조어 분야에서도 모국어의 인기가 식지 않는 듯하다. 어울리지도 않는 허세를 떨거나 어색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Teilzeittarzan(파트타임 타잔)'이 좋은 예이다. 애인과 헤어진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unlügbar schatzlos(확실한 솔로)' 역시 독일어 단어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유행어이다.

Ich bims. © 랑엔샤이트 물론 단순한 단어 조합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신조어들이 만들어진다. 원래 있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예컨대 요즘의 젊은이들은 ‘fermentieren(삭히다)'라는 단어를 과일이나 야채를 절여서 발효시킨다는 뜻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널브러져 시간을 때운다는 뜻으로도 쓴다. 혹은 누군가의 집에 들러붙어 산다는 뜻으로 ‘gären, ausgären(발효되다, 묵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평소에 갈 일이 전혀 없는 먼 곳에서 빈둥거리다 보면 ‘fernschimmeln(먼 곳에서 썩고 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올해의 신조어’ 선정은 샛노란 표지의 사전 전문 출판사로 유명한 랑엔샤이트(Langenscheidt)가 주관하는 연례 행사로, 2017년 벌써 10돌을 맞았다. 지난 9년 간 늘 그래 왔듯 심사위원단은 이번에도 대중들의 심중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심사위원단은 많은 이들이 1위 후보감이라 여겼던 ‘geht fit’를 1위로 선정하지 않은 이유가,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학도인 심사위원 다비트 베르거(David Berger)에 따르면 이 표현이 주로 루르 지방에서 사용되는데, 예컨대 베를린에서는 아무도 이 말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뮌히너 메르쿠어(Münchner Merkur)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신조어의 유행은 지역적 편차가 클 때가 많다. 일종의 사투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 올해의 신조어 챔피언인 ‘I bims!’는 현재 전국적으로 말하기와 쓰기 모두에서 널리 사용되는 말이라는 것이 선정 배경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설명이다.

심사위원단은 2016년에도 설문조사 결과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 설문조사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단어 ‘isso(그렇지)’ 대신 ‘fly sein(기분이 매우 좋다)’에 더 큰 점수를 준 것이다. 어쩌면 심사위원단은 그 전 해보다 ‘긍정의 힘’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그 전 해인 2015년의 1위 신조어는 길을 걸을 때에도 주변 상황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스마트폰에만 시선을 고정하는 이들, 마치 살아 있는 좀비처럼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smombie’였다.

사실 심사위원단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고민들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표현에 거침이 없고, 때로는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신조어들도 서슴지 않고 입에 담는다. 2009년의 1위 신조어인 ‘hartzen’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표현은 ‘Hartz IV(장기실업급여)’에서 파생된 단어로, 국가가 주는 돈으로 빈둥거리는 이들을 비꼬는 표현이다. 이와 비슷한 모양의 단어인 ‘harzen(나무의 진액으로 무언가를 처리하다)’과는 전혀 무관하다. 제1회 올해의 신조어로는 30대 이상들을 위한 파티를 뜻하는 ‘Gammelfleischparty(썩은 고기들의 파티)'가 채택되었었는데, 이 표현도 많은 이들의 반감을 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가 하면 멍청한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 ‘Alpha-Kevin’이라는 단어는 2015년 인기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했지만, 특정 이름에 대한 차별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젊은 세대들이 모두 스몸비족(smombie)이 아니고 세상만사, 그 중에서도 특히 시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신조어들도 있다. 2015년 올해의 신조어 후보들 중 큰 인기를 끌었던 '우유부단하다',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말만 늘어놓다'를 의미하는 ‘merkeln('메르켈(Merkel)'하다)이 그 좋은 예이다. 2015년에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던 메르켈 총리의 이름은 2017년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탈바꿈했다. 상위 10위권의 후보들 중에는 메르켈 총리의 이름’과, 불가능한 일도 척척 해내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Herkules)’를 합성한 단어인 ‘메르클레스(Merkules)’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최종 순위에는 들지 못했다.

올해의 신조어 선정은 독일에서 유독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올해의 신조어가 발표될 때마다 유명 일간지와 주간지, 라디오와 TV 채널들은 그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보도한다. 물론 이 떠들썩한 행사에 대한 비판도 없지는 않다. 랑엔샤이트 출판사도 본 행사를 개최하는 목적이 결국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심사위원들 역시 이에 휘둘리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앞으로도 꾸준히 사용될 표현보다는 그때그때 임의로 올해의 신조어를 선정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2017년에는 그런 염려를 접어둘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트위터리안은 “와우, 드디어 내가 아는 단어가 올해의 신조어로 선정됐음!”이라는 멘션을 '#jugendwort2017'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기도 했다. 한편 ‘I bims'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채널들을 통해 많은 이들이 ‘I bims’는 사실 한 단어가 아니라 두 단어이니 올해의 새로운 ‘단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의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주장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의 신조어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