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언어정책 속으로의 여행기
프리부르로의 여행

우리 동네 이름은 프리부르입니다.
우리 동네 이름은 프리부르입니다. | 사진(부분): © Bernhard Ludewig - Goethe-Institut

전 세계 각지에서 독일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올 여름 제 16차 국제독일어교사학술대회(IDT)에 모여들었다.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토대.

지난 8월 콜롬비아, 중국, 러시아, 케냐 등 세계 각지의 독일어교사들이 스위스의 프라이부르크(프리부르)로 발길을 옮겼다. 100여개국 출신의 독일어교사 1700여 명이 그곳에 모인 까닭은 다름아니라 닷새간 외국어로서의 독일어(DaF)와 제2언어로서의 독일어(DaZ)와 관련된 다양한 테마를 다루어보기 위해서였다.

참가자들의 (몇 가지의 예를 들자면) 출신국과 경력이 매우 다양하기는 했지만, 독일어에 대한 애정만큼은 모두 같았다. 그런 공통점이 학회 안에 특별한 동질감을 자아냈다. “같은 일 혹은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과의 매 만남, 그 자체가 값진 일이다.”라고 한 어느 참가자의 말이 딱 들어맞는다.

프리부르는 공식적으로 독일어와 프랑스어의 경계지역인데, 이러한 만남에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장소이다. 사실 프리부르는 프랑스어의 사용이 더 지배적인 곳인데도,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교사들인지라 되려 “유익한 경험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독일에 가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때 어떤 기분일지 느껴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배운 독일어는 실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과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브라질 여교사도 있었다.
 

브라질에서 온 교사 신테아 리히터(Cintea Richter)가 프리부르의 다양한 언어에 놀라고 있다. I 오디오: © Martin Hager, 사진: © Bernhard Ludewig
IDT에서는 지역적 다양성 외에 ‘이민, 언어습득과 통합의 관계’ 라는 또 다른 테마도 다루었다. 지난 몇 년간 이민자 수 증가로 집중적으로 연구된 테마이기도 하고 독일어권 국가의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다른 나라의 교사에게도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니다.
그들은 되려 이를 사회적 현실과 언어를 조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이주라는 주제가 현실을 드러내 보인다고 생각하는 신테아 리히터 I 오디오: © Martin Hager, 사진: © Bernhard Ludewig
독일어가 국제적으로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라면, 프리부르 결의(Freiburger Resolution)가 반영하듯이 다언어주의는 오늘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교에서 다양한 언어가 제공되어 배울 수 있으면 결국 국제 사회에서 독일어를 유지하고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과 같이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다.  폴란드에서 온 한 여교사가 프리부르에 대해 아주 근사한 표현을 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언어 하나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다중언어정책이무엇인지를 느끼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올해 IDT의 슬로건은 프리부르의 도시상과도 일치하는 ‘가교’인데, 이는 ‘가교건설-독일어로 다리를 놓다’라는 모토나 또 다양한 맥락에서 다루는 내용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이는 단어의 뜻을 감싼 틀에 드러나는데, 바로 교수자료 영상을 보는 것이다. 토마스 슈투더(Thomas Studer) IDT 회장의 말처럼, 수업영상을 보는 것으로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리를 건설할 수 있다. ‘보통 수업은 계획하기-수업하기-계획하기-수업하기를 반복하며 흘러가는데, 여기에 관찰하기나 성찰하기가 추가되면, 심지어 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 그것이 바로 연구로 가는 길이다.”
 
2017 IDT 회장인 토마스 슈투더는 이론을 실제로 옮길 것을 강구한다. I 동영상: © Filmfreunde.tv
결국 전문적 토론이란 IDT라는 동전의 양면 중 한 면에 지나지 않으며, 그보다 절대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비공식적인 부분인 소소한 대화들이다. 프리부르처럼 자그마한 도시에 1700명이 넘는 손님이 모여들다 보니, 시나브로 호텔에 있는 다른 투숙객들도 다 IDT 참가자라는 걸 알게 된다. 마치 알프스 산장 테이블 앞에 모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떤 스키 루트가 제일 좋은지 이야기 나누는 것만 같다. 스키 루트 대신 어디 가야 가장 좋은 수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경험해볼 수 있는지, 실제적인 자료를 수업에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는지, 문학과 음악을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지, 학생수가 유독 많은 경우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유익한지 이야기를 나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폴란드에서 온 교사 도라타 니에비아돔스카(Dorota Niewiadomska)는 언어습득에 가죽바지와 하리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알고 있다. I 오디오: © Martin Hager, 사진: © Bernhard Ludewig
공동체라는 걸 느끼는데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은 문화 프로그램인데, 그 중IDT가 기획한 치즈 제조공장과 초콜렛 제조공장 견학은 인기 만점이었다고 한다. 또 크리스토퍼 클뢰블레(Christopher Kloeble)의 낭독회나 ‘Bern ist überall’ 공연도 인기가 좋았다.
 
본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다는 시유칭(Yuqing Shi)는 PASCH -학교포럼에 참가 중인데, IDT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감탄 중이다. I 오디오: © Martin Hager, 사진: © Bernhard Ludewig
스위스 국경일에 ‘프리부르 자네(Saane)강 다리 투어’이후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근처의 카페로 피신했던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교사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주고 받게 되었는데, 우크라이나인들이 키에프마이단 광장에서 90일간 치열한 시위한 끝에 결국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낸 일에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단 이야기를 전했다. 프리부르의 어느 한 카페 안에서의 이 대화로 인간적 유대감이 형성되었다. 이 대화가 아니었더라면 가능했을까, 그것도 독일어로 나눈 대화였으니.
 
IDT에서는 만화부터 신체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I 동영상: © Filmfreunde.tv
스마트폰에 메시지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예기치 못한 만남이 이어졌다. 도쿄에서 왔다는 남자 교사 한 분이 수업에 쓸 자료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독일인의 모습(전화를 손에 붙들고 바삐 사는 모습 같은)을 담은 사진이 필요하다며,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느냐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분은 한 치과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곳 학생들은 교양을 쌓기 위해 독일어를 배운다고 했다. 참으로 모범적이지 않은가!
 
드레스덴 대학에서 DaF를 전공하고 있다는 한 학생은, 원래 부르키나파소 출신인데, 독일에서 뮤지션 활동을 해 번 돈으로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
(Christoph Schlingensief)의 오페라마을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쓰고 싶다고 했다. 소외계층의 아동을 위해 음악과 같은 창의적 활동을 교육과 연계시키는 학교인데,
학교를 지을 땅은 마련했고, 다음으로 할 일은 우물을 파는 거란다. 인생일대의 프로젝트라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폴란드에서 온 여교사는 독일어수업 외에도 민족의 이해에 기여하고 청소년들의 상호문화적 역량을 지원하고 싶어 청소년들 간의 만남을 이어간다고 한다.
 
이번 IDT에 오기 위해 반년간 월급을 모았다고 하는 아르메니아 교사도 있었다.  프로그램도 또 사람들과의 만남도 너무 유익해서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라고 베네수엘라에서 온 교사가 그 날 카페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마무리하자면 세계 각지의 독일어 교사들과, 특히 외국어로서나 제2언어로서의 독일어에 관련된 테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4년 후, 다음 IDT가 개최되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오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이번 IDT에서 만났던 참가자 모두 빈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