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윤가림 "다시 찾은 얼굴들"

트러프 프로젝트 3

한때 유럽의 화폐를 장식하던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15년 전에 유로로 대체되었던 마르크, 리라, 크로네나 프랑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예술가 윤가림은 사라진 화폐를 찾아 그것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여 ‘기념비’를 세워주려고 한다.

윤가림은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 예술가와 인문학자의 초상을 예전 화폐에 사용한 국가들을 조사하고, 이 국가들의 지폐를 이베이 혹은 중고시장을 통해 수집했다. 그녀는 총 17개국의 폴 세잔느, 알브레히트 뒤러, 클라라 슈만, 주세페 베르디 등과 같은 22명의 유명한 인물들의 초상화가 담긴 지폐를 모았다. 작가는 각 지폐 속의 초상화에 머리카락, 눈썹, 수염 부분에 금은사(tinsel)로 자수를 놓았고, 동시에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위키페디아에서 수집했다. 그리고 자수를 놓은 초상화(지폐)와 그 인물에 대한 정보(텍스트)를 투명 아크릴 박스에 배열한다.

개개의 전시품의 제목은 지폐에 인쇄된 인물의 이름이 지폐 ‘위’에 쓰여진다. 지폐가 자본의 상징이며, 자본이 권력이고 국가의 힘이라면 예술은 이 모든 것 ‘위’에 존재한다. 작가는 지폐 속 인물의 머리카락, 콧수염, 눈썹에 정성스럽게 수를 놓으며 자본 위에 서있는 예술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일가?

윤가림의 전시는 주한독일문화원의 세 번째 트러프 프로젝트이며, 큐레이터 김성원 교수와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선정된 예술가들은 여러 달에 걸쳐 주한독일문화원에 산재한 트러프에 상이한 방식으로 그들의 예술작품을 펼쳐 놓는다. 이번 “되찾은 얼굴들”전시는 2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주한독일문화원 개관시간에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

 

윤가림 1980년 서울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시각디자인과 졸업. 영국 슬레이드 스쿨 오브 파인아트 조소과 MFA 취득, 슬레이드 리서치 디벨롭먼트 프로그램 이후 런던 플로렌스 트러스트 스튜디오, 코펜하겐 데니쉬 아트 워크샵, 고양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등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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